| ||||||||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냄비에 넣고 강물로 매운탕을 끓였다. 채소는 강가에 있던 밭에서 주인 몰래 빌려 넣었다. 모닥불 열기에다 뜨겁고 매운 음식을 햇볕에 달궈진 돌멩이에 앉아서 먹는다고 생각해 보시라. 거기에 반주로 소주 한 병까지 더해진다면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이열치열이 따로 없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 먹어도 숟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기막힌 맛에 입이 넘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매운탕을 다 먹고 나서는 냇물에 들어가 멱을 감았다. 그리고 그늘에서 한숨 때리고 나면 거짓말처럼 몸도 정신도 개운해졌다. 그때 이후로 제대로 된 천렵은 경험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 천렵의 추억은 만들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때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든 물고기도 이유지만 이미 많은 강들이 오염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니 고등학생 때 환상처럼 경험했던 천렵이 더욱 그리워질 수밖에. 다시 느끼고 싶은 천렵의 맛 그런데 며칠 전 먹은 음식으로 인해 천렵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게 되었다. 바로 미꾸라지털레기탕이 오늘의 메뉴다. 털레기라는 말이 다소 생경하게 들리겠지만 경기도 고양이나 파주 쪽에서는 제법 이름난 향토음식이라고 한다. 왜 털레기인지 어원은 확실치 않지만 모든 재료를 털어 넣는 데서 유래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꾸라지와 각종 채소, 수제비, 마른국수, 민물새우들이 어우러진 상태에서 고추장을 풀어 마무리를 한다. 매운탕도 아니요, 추어탕도 아니요, 어죽도 아니요. 이게 바로 미꾸라지털레기라는 음식이다. 먼저 국수를 건져 먹고, 각종 건지를 건져 먹고 국물까지 떠먹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몸에 좋은 보양식을 먹을 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어야 돼." 그날 동행한 지인의 말마따나 이런 음식은 나오는 땀쯤은 내버려 둔 채 일단 먹는 데 집중해야 한다.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매우면 매운 대로 그저 음식에 입을 맞춰주고 볼 일이다. 그러고 나서 땀을 닦아내도 늦지는 않다. 그대가 주당이라면 벌써 소주 한두 병쯤은 가볍게 비웠을 것이다. 소주와 참 잘 어울리는 음식이고 안주이기 때문이다. 아니 꼭 주당이 아니라도 왠지 차가운 소주 한잔이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다. 그래도 취기는 오르지 않을 정도로 속을 든든하게 해 줄 터이니 걱정은 내버려 둬도 된다. 털레기탕에는 통추가 들어간다. 하지만 새끼손가락 정도의 작은놈이라 거부감도 없다. 비린내나 흙내도 없다는 게 처음으로 털레기탕을 맛보았다는 지인의 맛 품평이다. 문득, 여기가 고등학생 때 천렵을 했던 그 강가인가 싶어진다. 그때처럼 강가에 풍덩 들어가 멱을 감을 수는 없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