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 앞바다에서 해녀가 건진 '석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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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에서 잡아온 싱싱한 굴을 까서 날로 먹는다고 한다. 일반 굴과 달리 식중독 걱정도 하지 말란다. 더 나아가 이 굴은 여름 한철만 나오는 한정품이라고 한다. 세상에 그런 굴이 어딨어? 어딨어? 하겠지. 있다니까 그러시네~ 울진 앞바다에서 나오는 '굴조개' 일명 '석굴'이 그렇다. 적어도 이 석굴 앞에서만큼은 겨울진미가 아닌 여름별미 굴이 된다.
먼저 포털 검색창 문을 두드렸다. '여름에 먹는 굴' '여름에 나오는 굴' '석굴' 등을 입력했다. 석굴암은 나와도 석굴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 발 빠른 블로거의 포스트로도 올라와 있지 않다. 초고속 정보의 시대에 석굴만큼은 석굴에 꼭꼭 숨어 있는 존재였나 보다. 그렇다면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수밖에.
맛객, 출동이다! 도착했다! 어디냐고? 경북 울진 죽변항. 이곳에 정말 여름에만 먹는 굴이 있는지 확인 들어가 볼까요~
▲ '죽변수산물시장' 후문 입구. 이 곳에 있는 ㅎ횟집에서 석굴을 맛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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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먹는 굴 나왔습니까?"
"네 있습니다!"
오우~ 있단다. 어딨지? 바닷물이 넘치는 대야에 들어있는 저… 저건? 바로 '석굴'이다.
▲ 석굴 한 접시, 1만원이다. 굴을 고기처럼 썰어서 먹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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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의 풍미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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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장에 살짝 찍는다. 굴의 풍미가 느껴진다. 초장에 먹는 굴은 왠지 제맛이 떨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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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육질에 까만 내장이 마치 찐빵을 연상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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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만 큰 게 아니고 내용물도 크다. 그러니 2~3등분으로 썰어져서 나올 만도 하지. 하얀 표면에 까만 내장이 마치 찐빵을 보는 듯하다. 허 참! 이 한여름에 싱싱한 굴을 먹을 먹게 될 줄이야.
혹시 무늬만 굴 아냐? 굴 특유의 향이 없다면 그저 비곗덩어리에 불과할 텐데. 석굴은 자연산이다. 해녀들이 울진 앞바다에서 물질해가며 건져낸 것들이다. 맛과 질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미끄러운 굴 한 점을 집어서 간장에 살짝 찍고 입으로 가져간다. 설레는 첫 키스의 순간이다. 눈도 감아야 하나. 그래 이왕이면 감자. 설레거나 환희의 순간에는 눈을 감는 게 인간만의 고유한 행동방식이니까.
▲ 굴은 보드라움의 극치라 할 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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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표면의 껍데기 속에 감춰진 부드러움은 우리네 할머니를 닮은 듯하다. 농사일에 비록 손마디는 거칠어졌지만 무한 잔정을 쏟았던 마음만은 굴처럼 부드럽지 않았던가.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음미한다. 맛이 진하다. 일반 굴에 비해 한 100배는 '글리코겐'과 '비타민'이 많이 든 듯하다. 과장하자면 말이다.
혀는 쓰고 달고 시고 짠맛을 구분한다. 그 이상의 수많은 맛은 혀의 표면이 아니라 비강의 윗부분에서 판별한다고 한다. 굴을 먹는 지금 혀는 단맛과 짠맛을 감지해낸다. 숨을 내쉴 때 느껴지는 굴 특유의 향기는 비강이 잡아낸 맛이다. 경이롭지 않은가? 비강의 역할로 인해 단맛과 짠맛의 굴을 먹는 게 아니라 바다를 먹는 느낌을 가지게 되니 말이다. 울진에 가면 여름에만 먹는 '굴'이 있다.
▲ 굴을 맛보고 나서 방파제 끝 언덕으로 오르면 대가실 해변이 나온다. 쪽빛 바다와 이국적 풍경을 감상하는 맛도 좋지 않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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