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루미늄 호일에 싸인 군고구마에서는 허기를 자극하는 맛난 냄새가 났다. | ⓒ 임윤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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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을 추억할 수 있는 중년들의 가슴을 헤집어보면 으레 떠올릴 수 있는 많은 것들 중군고구마 하나는 꼭 들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질척한 물고구마는 목이 마르지 않아서 먹기 좋고, 팍팍한 밤고구마는 분나서 맛 나는 게 군고구마다. 구들장이 뜨끈뜨끈해지도록 군불을 때고 남아 있는 아궁이 불에서도 구울 수 있지만 사랑방 윗목에 놓여있던 화롯불에도 구울 수 있는 게 군고구마다. 시큼하게 익은 김장김치를 곁들이면 한 끼의 겨울양식이 되기도 했던 게 고구마지만 콧구멍이 벌름거리도록 허기를 자극하는 건 역시 군고구마다. 리어카에 실린 커다란 깡통 속에서 익히는 고구마는 가끔 사 먹어보았지만 실감나는 모닥불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어본 지는 오래전 빛바랜 추억이다.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거나 팽이를 치며 허허벌판에서 추위를 달래느라 피웠던 모닥불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었던 게 초등학교를 다닐 때니 수 십 년 전의 일이다. | ▲ 모닥불 아래로 연화대가 보인다. | ⓒ 임윤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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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장김치를 곁들이면 한 끼의 겨울양식이 되기도 했던 게 고구마다. | ⓒ 임윤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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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고구마, 겨울밤을 추억할 수 있는 중년들의 가슴을 헤집어보면 으레 떠올릴 수 있는 많은 것들 중 하나다. | ⓒ 임윤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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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으로 조차 까맣게만 그려 낼 수 있는 모닥불 군고구마를 보았다. 지난 1월 30일,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산중에서 있었던 스님의 다비식장이 내려다보이는 원통사 앞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굽는 게 보였다. 은박지에 둘둘 말린 고구마가 모닥불에서 익어가느라 냄새를 진동시키니 고프지 않은 배에 허기가 돈다. 한 토막 얻어먹고 싶다는 생각에 꿀꺽 침을 넘기지만 생면부지인 사람들뿐이니 도리가 업다. 김치 맛 같은 흰 눈 조차 펄펄 내리니 더더욱 허기가 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더니 90년 가까이를 살다 돌아가신 스님의 다비도 추억을 자극하는 군고구마 앞에서는 저만치이다. 겨울밤을 추억하는 중년의 가슴은 군고구마를 먹고 싶다는 마음에 군침만 꿀꺽 거렸다. 흰 눈이 펑펑 내리고 양 볼이 알싸해질 만큼 찬바람이 불면 고구마 몇 개에 나무쪼가리도 챙겨 헛헛한 가슴 좀 채워야겠다. | ▲ 연화대에서는 스님의 법구가 다비되고 있고, 모닥불에서는 고구마가 익어가고 있다. | ⓒ 임윤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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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처럼 불장난 오래해 오줌 싼다는 소린 안 들을 테니, 설을 쇠러가 친구들 만나면 고향 들판에서 고구마나 한 번 구워 볼까? 군고구마의 맛과 따끈따끈한 촉감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