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참 좋은 거여. 너도 한번 먹어 봐라." "올켄 이런 거 안 먹어 봤을 걸. 이 맛 제대로 알려면 시간이 좀 지나야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댁 식구들이 모여 밥을 먹을 때였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시누이들이 둘레에 살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친척들이 들락거렸다. 그렇게 가깝게 살다가 어디 한 집에서 색다른 음식을 하게 되면 그곳으로 '우르르' 모여 웃음소리가 대문 밖까지 퍼졌다. 식구들끼리만 단출하게 살던 친정과 달리 시댁식구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모이기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그게 불편하고 부담스럽더니 이제는 새삼 그립다. | ▲ 머위 한봉지 2천원, 머위 뜯는 수고에 비하면 비싸지 않다. | ⓒ 한미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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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맛보던 음식 중에 '머위'가 있었다. 시골 잔치에 가셨던 어머니 손에 딸려 온 보따리 가득 들어있던 기다랗고 딱딱한 줄기. 어머니는 마당에 걸린 큼지막한 양은솥에 그 줄기를 삶아 껍질을 벗기셨다. 그 줄기가 머웃대였다. "어머니, 그게 뭐예요?" "무어냐 하면 이게 머우여!" 뭐라고 물으니 머우라 하고 웃으시는 어머니. '서울내기가 이런 걸 어찌 알겠누'하는 웃음이셨다. | ▲ 끓는 물에 데쳐서 물을 짜고 적당히 잘랐다. | ⓒ 한미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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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 몸에는 되게 좋은 거래여. 들기름 넣고 국을 끓이면 뽀~얀 국물이 우러나면서 맛이 참 좋아. 들깨가루에 볶아서 나물루 먹어두 아주 좋아여. 순애기 나오는 봄엔 이파리 데쳐서 된장 넣구 무쳐봐. 쌉싸름한 거이 을매나 맛난지 몰러." 어머니와 살다 따로 분가해 살던 집 마당을 둘러보시던 어머니가 무성하게 자란 풀밭에서 나를 불렀다. 며느리 눈엔 그저 풀로만 보였던 머위. 머위가 자라는 마당이 있는 집을 어머니는 흐뭇해 하셨지만, 지금 우리는 아파트에 살면서 머위를 사먹는다. | ▲ 된장에 조물조물 무친 머위나물. | ⓒ 한미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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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위나물 한접시, 봄이 가득 몸으로 들어온다. | ⓒ 한미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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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고 맛난 머위를 재래시장에서 2천원을 주고 샀다. 어머니랑 같이 살 땐 잘 먹지 않았던 머위. 몸에 좋다지만, 글쎄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 걸까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좋은' 머위를 찾게 됐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된장에 마늘만 넣고 조물조물 무쳐 먹는 맛. 같이 모여 먹던 시댁의 시누이들과 조카들 얼굴이 떠오른다. 머위나물 한 접시에 봄이 가득 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