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한강변 현대아파트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중앙포토]
압구정(鴨鷗亭)이란 동네 이름이 조선 세조 때 권신 한명회의 정자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다. 그 이름은 중국에 간 한명회가 명나라 한림학사 예겸에게 정자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해 받아낸 것이라고 전해진다.
내가 서울시에 근무하던 1970년대 초에도 이 정자터가 잡목 우거진 작은 언덕 위에 남아 있었다.
현대건설이 압구정지구의 공유수면 매립공사를 추진한다는 소문은 65년부터 났으나 실제로 매립 면허를 신청한 때는 68년 하반기였다. 매립공사는 72년 말 끝났다. 현대건설은 당초 '건설공사용 각종 콘크리트 제품 공장 건립을 위한 대지 조성 및 강변도로 개설에 일익을 담당' 목적으로 매립 면허를 신청했으나 실시계획 인가 과정에서 택지로 바뀌었다.
현대건설은 75~77년 압구정지구에 아파트 23개동 1천5백여가구를 지었다. 대형 평형에다 시설이 호화로와 시중의 화제가 된 이 아파트 단지는 그 후 모두 76개동 5천9백여가구의 대단지로 커졌다.
현대건설은 80년대 구의지구에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해 한강변 고급아파트 건설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시유지였던 구의택지지구가 현대건설로 넘어가는 과정에는 정부의 단견을 보여주는 뒷얘기가 있다.
일제는 경희궁터인 서울시 신문로 2가 약 3만평에 일본인 자녀들을 위해 경성중을 세웠다. 광복 후 이 학교는 서울중.고로 바뀌어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70년대 도심 중.고교들이 잇달아 강남으로 옮겨갔다.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서울고도 서초구로 이전키로 했다. 서울고 부지는 1백억원이 넘는 땅값 때문에 매수자가 없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현대건설에 이 땅을 사라고 권유했다. 현대건설은 "매입할 생각은 별로 없지만, 정부가 권유하니까 인수하겠다"며 1백10억4천6백만원에 땅을 샀다.
서울고는 80년 신학기에 서초구의 새 교사로 옮겨갔다. 옛 교사 자리는 현대그룹 사원 연수원으로 활용됐다. 현대그룹은 이 곳에 28층짜리 건물을 지어 그룹 사옥 겸 외국 바이어 전용호텔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대규모 현대사옥이 들어선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우선 문화재 관련 인사들이 경희궁 복원을 주장하며 반발했다. 시민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궁지에 몰린 서울시는 85년 서울고 자리를 공원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건설에 땅을 되팔라고 부탁하는 처지가 됐다.
이때 현대건설은 구의지구 택지와 맞바꾸자고 제의, 뜻을 이뤘다. 결국 시는 1백10억원에 판 땅을 7년 뒤에 약 5백억원을 주고 되산 꼴이 됐다.
구의지구를 받은 현대건설은 지하철역 옆 5만평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다. 앞에는 한강이 흐르고, 뒤에는 아차산이 솟아 있어 전망이 뛰어난 이 곳의 아파트는 불티나게 팔렸다.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정리=신혜경 전문기자
2003.09.28 17:51 입력 / 2003.09.28 18: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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