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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섬(대부도,선재도)

인천 옹진군 대부도에서 선재대교를 건너면 선재도가 나타나고 그 왼쪽에 목섬이 위치하고 있다. 점심식사 때가 다 돼 목섬이 빤히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창가에 앉았다. 밀물이 막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목섬까지 드러난 모랫길 옆으로 찰랑찰랑 물이 들어오고 있다.

ⓒ2005 방상철
그런데 그 길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조금 위험해 보인다. 저 사람들 지금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엄마와 아이 둘, 또 그 뒤로 연인이 다정히 따르고 있다. 그러더니 어느새 그 연인이 아이와 엄마를 앞질러 섬까지 거의 다 들어갔다. 자기들 뒤로 길이 막히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 말이다. 물은 양쪽에서 모랫길을 덮고 있다. 아직 그들은 이 상황을 모르나 보다. 태연히 섬 구경을 하고 있다.

ⓒ2005 방상철
ⓒ2005 방상철
그때 주문해 놓은 칼국수가 나왔다. 아내는 안 먹고 뭐하냐고 나에게 묻는다.

"저기 봐! 사람들이 밀물이 들어오는데 섬에 들어갔어."
"정말! 119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걱정이 됐다. 연인들이야 섬에 잠깐 갇혀도 별일 없겠지만 아이들과 그 엄마가 더 걱정이었다. 그 순간 애들 엄마가 뒤를 돌아보고 놀랐는지 아이들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이 차있는 길 위에서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아이들을 데리고 물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5 방상철
이 광경을 지켜보는 나 또한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아직은 물이 많이 차지 않아서 건널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연인들은 아직까지 나올 생각을 않는다. 나는 속으로 연인들이 일부러 섬에 들어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둘만의 공간에서 데이트를 즐기려고 일부러 밀물에 맞춰 섬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렸다. 아이들과 엄마가 낚시꾼들이 서있는 모래섬(길이 어느새 섬이 되었다)에 다다르자 그들도 섬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2005 방상철
엄마가 애 하나를 품에 안고 모래섬을 빠져나와 뭍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들 뭍으로 나오고 목섬까지 드러났던 길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다.

ⓒ2005 방상철
ⓒ2005 방상철
모랫길이 그렇게 물에 잠긴 것은 정말 순간이었다. 그 넓던 갯벌이 순식간에 물에 잠겨버린 것이다. 다시 한번 자연의 위대한 힘에 놀랐다. 서해안에서 밀물 때는 조심해야 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이 정도일 줄을 정말 몰랐다.

ⓒ2005 방상철
해변에 앉아 있는 아이들과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많이 놀랐을텐데, 다행히도 편한 모습으로 해변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것도 못해준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

그제야 나는 시켜놓은 바지락 칼국수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아직도 국물이 뜨겁다.

ⓒ2005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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