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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

블랙 파라오 1-2/크리스티앙 자크작, 유정희역/9808

지은이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 유정희 옮김
출판사예문

책 소개
이집트 역사상 가장 내성적인 파라오의 궤적을 생생하게 복원한 소설. 람세스 2세로 대표되는 단호하고 거칠고 외향적이며 무한대의 정복욕을 가진 파라오 상과는 달리 고독과 우수에 가득 차 있고 내면 깊이 침참해 들어가는 관조적이고 지적이며 사색적인 파라오 상을 그려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장대한 서사의 흐름과 이집트의 풍속·신화·종교에 대한 꼼꼼한 고증과 깊은 식견, 빠른 장면 전환, 속도감 있는 문체 등 가히 저자 크리스티앙 자크 최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전개방식을 통해 역동감 있게 구현해내고 있다.

지은이 소개
크리스티앙 자크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이집트학자이자 황금의 손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 '자신을 현대에 사는 고대 이집트인'이라고 표현하는 크리스티앙 자크는 1947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과 고전문학을 전공했으나, 고고학과 이집트학으로 방향을 전환, 이집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47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13세때 첫 소설 밤의 유년 을 써서 일찌감치 문학적 재능을 드러냈다. 17살에 결혼해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간 그는 이집트 문명에 깊숙히 매료되어 소르본 대학에서 전공을 철학과 고전문학에서 고고학과 이집트학으로 바꾸어 이집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방송국에서 프로듀서로 일했고 문학잡지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1987년 『이집트인 샹폴리옹』으로 문단에 데뷔한 뒤 『태양의 여왕』 『람세스』 『투탕카몬』 등 이집트를 무대로 한 일련의 소설을 발표했다. 『태양의 여왕』으로 장되르 상을, 『투탕카몬』으로 메종 드 라 프레스 상을 수상했으며, 『람세스』 시리즈는 프랑스에서만 250만 부가 넘는 베스트셀러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문학동네)되어 열풍을 일으켰다. 현재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서 살면서 고대 이집트 연구자들의 모임인 ‘람세스 연구소’와 명상센터 ‘생명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보도자료

1947년 파리에서 출생,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과 고전문학을 전공하다가 고고학과 이집트학으로 방향을 바꾼 자크는(그가 이집트에 심취한 것은 17살 때 이집트로 신혼여행을 가면서부터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관점에서 본 사후여행》(1986)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비롯하여 12권의 이집트 전문서를 출간함으로써 학문적 지위와 명성을 확고히 한 다음, 《위대한 파라오들의 이집트》(1981년 프랑스 한림원 상 수상) 등 22권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자크가 소설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첫번째 성공작 《이집트인 샹폴리옹》을 쓰면서부터였으며 이어서 《태양의 여왕》, 3부작 《이집트의 판관》, 《투탕카멘 사건》 등을 출간했는데 이 작품들 모두 발행 부수 30∼40만대의 베스트 셀러로 기록되었다. 1995년, BC1279부터 BC1213년까지 이집트를 통치한 파라오 람세스 2세의 일대기를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재미를 교묘하게 배합, 총5권으로 직조한 소설 《람세스》를 발표함으로써 전세계에 '에집토 마니아(이집트 열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이 소설은 프랑스에서만 250만 부가 팔렸으며 18개국어로 번역된 초유의 밀리언 셀러로 기록된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내성적(內省的)인 파라오의 궤적을 생생하게 복원한 소설
파라오 람세스 2세가 서거한 지 500년이 흐른 730년경, 람세스 2세가 건설해 놓았던 대제국 이집트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과 분열의 양상을 보이며 급속도로 쇠약해져 가고 있다. 삼각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북 이집트(하 이집트)는 리비아 제후들 간의 권력 다툼의 장이 되어 있고 신전들은 리비아인 침략자들에 의해 폐허가 된 상태이다. 나일 강 상류 지방인 남 이집트(상 이집트)의 테베에는 북부인들에 맞서 이집트의 주신(主神) 아몬의 성도(聖都)를 지키겠다며 누비아 군이 주둔해 있다. 그리고 북부와 남부사이 중 이집트에는 검은 파라오(누비아 출신으로 피부가 검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의 충성스런 신하 헤르모폴리스 시(市)의 제후와 헤라클레오폴리스 시의 제후가 통치하고 있다.
한편 상·하 이집트의 파라오, 피안크히('살아 있는 자'라는 의미)는 이집트 남부 누비아 출신으로 등극한 지 20년이 되도록 궁벽한 누비아의 수도 나파타에만 은둔해 있다. 그는 정의·진리·조화·균형이라는 마트의 정신에 누구보다도 충실하지만 아몬 신에 대한 숭배와 신들이 그에게 부여한 아름다운 영토와 왕비 아빌레에 대한 이상주의적이고 외곬수적인 사랑에만 몰두해 살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그는 세속적인 권력에는 뜻이 없고, 전쟁이나 무력에 호소하지 않으려는 매우 절제되고 온화한 성품의 평화주의자다. 그러나 여기에 테프낙트라는, 권위주의적이고 야심만만한 리비아의 제후가 출현한다. 그는 이집트를 분열과 혼란의 상태에 방치해 둔 채 꿈과 이상에만 젖어사는 피안크히의 소극성을 비난하며 무력으로 상·하 이집트를 통일시켜 새로운 파라오로 군림하고 람세스 대왕 시절 대이집트 제국의 영광을 회복하고자 한다. 테프낙트는 북부 이집트 제후들과 동맹을 맺고 전쟁 총사령관이 되어 이집트 정복에 나선다. 이집트적 전통과 이상의 수호자인 피안크히와 호전적이며 냉엄하고 현실적인 북부 제후 테프낙트와의 팽팽한 대립은 강렬한 서사적 긴장감을 창출한다.
《블랙 파라오》는 람세스 2세로 대표되는 단호하고 거칠고 외향적이며 무한대의 정복욕을 가진 파라오 상과는 다른, (그에 못지않은 강인함과 정열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독과 우수에 가득 차 있고 내면 깊이 침참해 들어가는 관조적이고 지적이며 사색적인 파라오 상을, 장대한 서사의 흐름과 이집트의 풍속·신화·종교에 대한 꼼꼼한 고증과 깊은 식견, 빠른 장면 전환, 속도감 있는 문체 등 가히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 최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전개방식을 통해 역동감 있게 구현해내고 있다.

나일 강 대장정과 정체성 추구의 여정
《블랙 파라오》의 표면적인 서사구조는 북부의 정복자 테프낙트의 남침에 맞서 파라오 피안크히가 원정대를 이끌고 나일 강을 따라 북으로 행군하며 중 이집트 지방과 북 이집트 지방의 도시들을 차례차례 탈환하는 내용과, 권력을 향한 테프낙트의 욕망, 그에 따른 음모·술수·배반·사랑·전략전술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형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사적 흐름의 이면을 꿰뚫고 있는 또 하나의 중심 축은 피안크히의 의식의 변화이다. 공간이 이동함에 따라 심리적 상황의 변화도 한층 더 심화되어 가는 것이다.
피안크히는 상·하 이집트의 파라오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출신지인 누비아의 수도 나파타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수도를 신전으로 만들어 신의 영광을 찬미하며 군마 바유왕과 아내 아빌레에 대한 애정에 몰두하고자 하는 자족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테프낙트의 침공으로 인해 그의 잔잔한 삶의 구도에는 혼란이 생긴다. 그는 테프낙트의 침략에 맞서 자신이 파견한 원정대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직접 군을 이끌고 나일 강을 따라 북으로 올라간다. 신이 그의 눈〔目〕의 불꽃으로 창조했다는 테베에 머무는 동안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잊고 신에 대한 숭배와 명상과 기도에만 삶을 바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했으나 그는 의연히 원정길을 재개한다. 그리하여 그는 토트 신의 성도 헤르모폴리스와 헤라클레오폴리스 탈환을 기점으로 수많은 도시들을 되찾고 마침내 테프낙트의 영토 사이스에 입성한다.
이집트 남부의 나파타에서 삼각주 서안의 사이스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 동안 파라오 피안크히는 이집트와 신과 자연과 우주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완성한다.
완성은 자각 혹은 발견을 전제로 한다. 즉 그는 역설적으로 테프낙트라는 안티테제의 힘을 빌어 자신의 불완전한 상태를 인식, 편벽되고 이기적인 자아의 감옥으로부터 빠져나와 우주 속에서 자신의 진정한 위치가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여태껏 이집트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과 의무감에 불타 있었으면서도 무기력하고 소극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위안에만 몸을 맡기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는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곧 그러한 상태를 초월한다. 그의 존재 가치는 변증법적인 통합을 이룬다. 그는 모든 혼돈과 분열을 내부에 껴안고 스스로 마트의 정신--정의·진리·조화·균형이라는 우주의 신성(神性) 그 자체가 된다. 그런 후에 그는 다시 자신의 고향, 나파타로 돌아오고 이제는 예전보다 한 차원 높은 성숙한 평안 속에서 명상과 침잠의 삶(그는 이것을 신과 자연 속으로의 여행이라고 표현한다)을 계속한다. 존재의 원(圓)은 완성되고 이집트의 이상(理想)대로 만물의 가치는 제자리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전술과 인간유형의 박물지(博物誌), 그리고 마법과 신비
《블랙 파라오》는 강력한 육체적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차가운 지성과 통찰력, 온후함과 관용을 겸비하고 있는 파라오 피안크히를 비롯하여 명석하고 합리적이고 진취적인 리비아 제후 테프낙트, 아름다움과 지혜, 우아함과 기품으로 파라오를 사로잡는 왕비 아빌레, 당돌하고 명민하며 정열적인 여인 오로르, 야비함과 배신과 물질 문명의 대명사인 예겝과 나르트렙, 브르주아적 무사안일과 퇴폐와 향락에 몸을 맡기는 우유부단한 인물 넴로드, 철두철미 군인 정신과 날카로운 지략의 소유자 라메르스케니, 냉엄한 회색분자 아카노쉬, 까다롭고 금욕적인 중용파 카파 의장 등 현대인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성향과 행동양식의 원형을 은은한 해학을 동원해 생동감 있게 형상화시키고 있다.
또한 장소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적절히 동원되는 다양한 전략과 전술의 미학(파라오가 나일강의 범람을 이용하여 멤피스 요새를 탈환하는 장면은 자연을 이용하는 전술의 압권이다), 등장인물 간의 고도의 심리전 등이 어우러져 플롯이 주는 긴장감을 극대화된다.
여기에 등장인물들이 발산하는 강인한 기질, 무기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격렬한 전투, 정열과 쾌락의 자유분방한 추구, 재앙을 피하려는 마법과 주술의식의 숭배, 자연의 징조와 신의 목소리에 겸허히 화답하는 인간의 자세 등은 우리의 내면에 숨은 이집트적 본능, 고대를 향한 향수와 동경을 격렬하게 들쑤셔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