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교양인 상대의 역사책인 이이화씨의 '한국사 이야기'는 야담이나 사화처럼 쉽고 소설처럼 재미있으면서도 역사를 보는 일관되고도 뚜렷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한국사 이야기'의 책 갈피마다에는 제도사학에서 도외시 되었던 역사속 민초들의 생활사와 삶의 내음이 짙게 풍겨나고 있다.조청전쟁 이후 청나라와의 갈등과 이본과의 선린우호 관계 속에서 존명배청 사상이 등장하고 북벌론이 대두하였는데, 결국 이것이 국가 이데올로기로 작용하였으나 정치적 책략으로 이용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당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주자학의 교조성이 강화되었음을 추적하였다.
극대화한 모순을 청산하려고 지배세력과 관인사회, 그리고 재야의 지식인들이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추진한 과정을 상세히 담았다. 곧 영조와 정조의 개혁정치와 이를 뒷받침한 벼슬아치들과 실학파로 일컬어지는 재야파에 의해 사회개조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족의 독점현상을 타파하고 양반을 없애야 하다는 등의 내정개혁만이 아니라 사상적으로 주자학이 아닌 서학(西學) 등 새로운 학문과 사상을 수용하고 역사적으로는 '조선의 것'을 추구한 민족주체의 확립 등을 부각시켰다.
사회경제사적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화폐를 전면적으로 통용하고 이에 따라 초기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전개되었다. 국가통제를 벗어나 상업이 발달하면서 상업자본을 축적한 상인세력이 정치적 힘을 얻었다. 또 농법의 개량, 농기구의 개발을 통해 농업생산력이 증대되고 토지의 독점현상이 가속화되어 새로운 경제질서로 재편되었다. 국가정책도 이에 발맞추어 개선을 도모하였다.
민중의 움직임이 활발하였다. 중인, 서자, 노비 등 소외되거나 학대받던 세력들은 자신들에게 씌어진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민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합법적으로 처지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물리적으로 저항을 기도하였다. 그리하여 영조와 정조는 이들의 고통을 들어 그 개선을 도모하였다.
서민문화가 활발하게 싹트기 시작하였다. 문학에서는 중인들이 벌인 여항문학과 서민들이 벌인 춘향전, 심청전 등 국문소설이 유행을 타고 독자를 확보하였으며, 음악에서는 직업적 가객이 등장하고 판소리가 최초로 생성하였고, 그림에서는 진경산수화와 풍속화가 등장하였다. 이러한 서민문화를 유교 교양을 중심으로 이룩된 고답적인 귀족문화와 쌍벽을 이루었다.
놀이와 풍속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전통적 생활습관에서 차츰 다양한 놀이문화를 전개시켰다. 트레머리 등 사치를 금지하는 영조와 정조의 검소·절약정책에 힘입어 서민들의 세시풍속이 절제되어 나타났다. 통과의례도 간소화를 표방하였으며, 세시풍속도 농경문화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오늘날 전통적 풍속과 놀이는 이 무렵 정리되어 계승되거나 재현된 것이다. 지은이 소개 | | | 이이화
1937년 주역의 대가인 야산(也山) 이달(李達)의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자녀들에게 주역의 팔괘(八卦)에 따라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그에게는 이괘(離掛)의 이(離)자를 내려주었고, 화(和)는 돌림자이다. 해방되기 3년 전에 익산으로 이사와 살다가 1945년부터 아버지를 따라 대둔산에 들어가 한문공부를 하였으며, 열여섯 살 되던 해에 학교를 다니려고 가출하여 부산·여수·광주 등지에서 고학하였다. 서울에 올라와 대학에 다니며 문학에 열중하기도 했으나 한국학에 더 매력을 느껴 중퇴하고 학문의 방향을 돌렸다. 그는 한국의 지역갈등과 전통적 신분질서를 타파하는 글을 쓰면서 민족사·생활사·민중사를 복원하는 데 열정을 기울였으며, 오늘의 관점에서 역사인물을 재평가하는 역사의 현재화, 재미있고 쉬운 문체로 일반에게 다가가는 역사의 대중화에 공헌하였다.
동아일보, 민족문화추진회, 서울대 규장각 등에 봉직하였고, 성심여대와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도들을 지도했다. 특히 역사문제연구소 소장,「역사비평」편집인으로서 근현대사 연구를 위한 사업에 동참했으며, 동학농민전쟁 100주년 사업을 주도하였다. 저서로「동학농민전쟁 인물열전」「이야기 인물한국사」「조선후기 정치사상과 사회변동」「역사와 민중」「한국의 파벌」「허균」「우리겨레의 전통생활」등이 있다. 근래에는 사회활동을 거의 산골에 칩거하여 우리 역사의 깊이와 넓이를 풍요롭게 담아낼 '한국사 이야기' 집필에 온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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