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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힌 옛길 따라 무등산 수정병풍을 만나다

눈 덮힌 옛길 따라 무등산 수정병풍을 만나다

  • 한국관광공사
  • 입력 : 2010.12.27 10:27

위 치 : 광주광역시 북구 금곡동 산 209-5

무등산 눈꽃<사진제공: 광주시청>
무등산은 도심 10km 이내에, 인구 100만 이상을 끼고 있는 1,000m 이상의 세계 유일의 산으로 한겨울에 찾으면 서석대와 입석대는 눈과 얼음으로 범벅이 되어 반짝이는 수정으로 변해 호남 겨울풍경의 정수로 손꼽힌다. 가히 '빛고을 광주'라는 지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겨울 무등산을 고즈넉한 옛길을 이용하여 만나는 것도 운치 있을 것 같다. 광주시내 산수오거리부터 길이 시작되기에 굳이 차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 소걸음처럼 우직한 폼으로 숲길에 접어들면 속세에서 선계로 들어선 듯 세상과 단절을 맛보게 된다.

김삿갓이 거닐던 옛길<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완만한 평지길인 옛길 1구간은 산수오거리를 시작해 무진고성-청풍쉼터-충장사-원효사까지 7.75km, 무등산 등산길인 옛길 2구간은 원효사를 시작해 제철유적지-서석대까지 4.12km로, 두 구간을 더하면 총 11.87km로, 무등산의 높이인 1,187m와 숫자가 같다. 시내에서 원효사까지 가는 시내버스 번호가 1187번인 것을 감안하면 무등산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다.

완만한 평지길인 옛길 1구간은 오감을 열어 두고 가족과 함께 천천히 거니는 '황소걸음길'이다. 무진고성에 올라 시원스런 광주시내의 풍경을 눈에 넣어도 좋다. 큰길과 나란히 놓여 있는 오솔길을 자박자박 거닐면 광주사람의 식수원인 수원지에 닿게 된다. 약속의 다리인 청암교를 건너면 사랑약조의 흔적인 자물통이 철조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음을 보게 된다. 그 뒤로 김삿갓이 화순 적벽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고 하는 청풍쉼터가 나온다.

(좌) 김삿갓의 시비가 있는 청풍쉼터 (우) 무등산 옛길 주막터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김삿갓은 '무등산이 높다 하되 소나무 아래 있고, 적벽강이 깊다 하되 모래 위에 흐른다'라는 명시를 남기며 무등산의 절경을 칭송했다. 방랑시인이 걸었던 길은 완만하며 길섶에 서어나무 연리목까지 서있어 신기함을 더해준다. 다시 숲길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거닐면 제법 너른 주막터가 반긴다. 60년대까지 주막 한 채가 있어 길손의 갈증과 허기를 달래주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그 자리에 초가 이엉을 얹은 정자와 널찍한 평상이 조성되어 잠시 쉬었다 가기 좋은 것 같다.

숲길은 임란 때 팔도 의병대장인 충장공 김덕령을 기리는 사당인 충장사에 닿는다. 광주 최고의 번화가인 충장로는 김덕령의 시호에서 따왔다.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과 묘, 의복과 관을 보관한 유물관이 있다. 다시 오른쪽 비탈길을 따라가면 무등산 가슴팍에 살포시 안긴 원효사가 나온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무등산의 수려함에 감탄해 암자를 세우고 기도했던 곳으로 회암루에 서면 백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무등산을 볼 수 있다.
(좌) 김덕령을 기리는 사당인 충장사 (우) 원효사에서 바라본 무등산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숲길은 임란 때 팔도 의병대장인 충장공 김덕령을 기리는 사당인 충장사에 닿는다. 광주 최고의 번화가인 충장로는 김덕령의 시호에서 따왔다.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과 묘, 의복과 관을 보관한 유물관이 있다. 다시 오른쪽 비탈길을 따라가면 무등산 가슴팍에 살포시 안긴 원효사가 나온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무등산의 수려함에 감탄해 암자를 세우고 기도했던 곳으로 회암루에 서면 백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무등산을 볼 수 있다.

(좌) 옛길 2구간의 시작을 알리는 선돌 (우) 무아지경의 길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옛길 2구간은 원효사에서 무등산 서석대까지 오르는 등산로로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어 '무아지경의 길'로 통한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에 마음을 내맡기며 걸으면 그만이다. 20분쯤 걸었을까, 돌에서 철을 뽑았던 제철유적지가 반긴다. 바위에 '주검동'이라는 암각 글자가 새겨 있어 임란 때 김덕령 장군이 무기를 만들었던 장소임을 말해주고 있다

주검동유적지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천천히 숨 고르기를 하며 경사 길을 오르면 제법 폭이 넓은 옛길 물통거리가 나온다. 그 옛날 나무꾼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던 산길로 60년대에는 무등산의 군인들이 보급품을 날랐던 길이다.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산죽길을 따라 오르면 널찍한 치마바위가 나온다. 마지막 힘을 더해 계단을 오르면 하늘이 열리면서 무등산과 광주일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중봉 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수천 평의 억새군락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가운데 S자 굽잇길이 근사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좌) 무등산 상고대길 (우) 겨울이면 수정병풍으로 변하는 서석대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임도에서 서석대까지는 눈으로 다져진 돌계단길이다. 하늘은 코발트 빛을 띄고 있으며 나무는 밍크코트를 걸친 듯 상고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다. 무등산옛길의 하이라이트는 서석대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수직기둥은 수정병풍을 하고 있어 빛이 더해지면 보석처럼 빛난다. 상서로운 바위가 빛을 발하기에 광주가 빛고을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서석대는 한반도 육지에서는 가장 큰 주상절리대로 용암이 지표 부근에서 냉각되면서 물리적 풍화에 의해 형성된 중생대 백악기 화산활동의 산물이다.

(좌) 서석대에 서면 설경과 광주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우) 서석대를 알리는 표지석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전망대에서 눈꽃터널을 지나 200m 쯤 오르면 '11.87km 완주를 축하합니다.'라는 옛길 종점 푯말이 마지막 인사를 한다. 광주시를 발아래 두고 그 뒤쪽에 내장산이, 남쪽으로는 월출산이 조망된다. 지도 한 장 펼쳐놓고 남도의 산하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불재로 하산하면 기묘한 바위가 하늘 향해 서 있는 입석대를 마주하게 된다. 오각, 육각, 팔각형의 돌기둥이 줄줄이 열 지어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그리스의 신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좌) 무등산 옛길 종점 (우) 그리스 신전 분위기의 입석대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옛길 보호를 위해 스틱 사용을 금하고 있고 올라가는 것만 가능하며 옛길로 내려가는 것은 막고 있다. 임도를 따라 무등산의 자태를 감상하며 하산해도 좋고 장불재를 거처 중머리재를 지나 증심사로 내려와도 괜찮다.
(좌) 무등산 임도의 눈길 (우) 무등산 눈꽃과 서석대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옛길 3구간은 충장사를 시작으로 샘바위-풍암정-도요지-김덕령장군생가-호수생태원-환벽당-가사문학관까지 5.6km, 대략 2시간이 소요된다. 충효동도요지에는 백자가마터를 복원해놓았으며 분청사기, 백자, 찻잔 등 각종 도편이 전시되어 있다. 호수생태원은 광주호 주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으로 자연관찰원, 수변생태관찰로, 야생초화원 등 자연생태학습장으로 꾸며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좌) 충효동 도요지 (우) 충요동 도요지에서 발견된 분청사기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
광주호 주변은 정철의 성산별곡, 사미인곡 등 수많은 가사 문학을 꽃피운 지역으로 환벽당을 중심으로 취가정, 소쇄원, 식영정, 독수정 등 운치있는 정자가 몰려 있다. 가사문학관은 조선중기 국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가사문학의 진수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전시관에는 송강정철의 친필을 비롯해 송순 임억령 등 조선 중기 선비들의 유물, 유품을 비롯해 현판, 교지와 족보 등 귀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좌) 가사문학을 꽃피운 환벽당 (우) 조선 중기 선비들의 유물이 전시된 가사문학관 <사진촬영: 여행작가 이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