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유라시아의 기나긴 통로인 실크로드는 수많은 물품들의 교역과 문화교류의 장이 되어왔다. 실크로드는 오늘날의 북경을 출발하여 난주, 돈황을 거쳐 중앙아시아 5개국(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탄)과 카프가즈, 이란 북부 지역을 통과하여 소아시아의 이스탄불 및 유럽에 이른다. 이러한 실크로드의 주변지역은 오리엔트와 스키타이, 메소포타미아 등 인류의 문명이 발생한 곳이며,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 등 여러 종교가 태동한 지역으로서 수많은 유적지가 남아 있는 지역이다. 신라의 혜초가 실크로드를 통해 인도를 다녀와 『왕오천축국전』을 썼으며, 당나라의 현장도 이 길을 통해 서역을 다녀온 후 『대당서역기』를 썼다. 실로 세계의 문화를 이끌었던 수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이 이 길 주변에 자신의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그 족적은 여러 오아시스 도시가 모래 바다 속에 묻힌 이래 오랫동안 신비에 싸여 있었다.
20세기 초반 이 방대한 세계에 숨겨져 있던 고대의 오아시스 폐허들에서 문명사에 획을 긋는 유물들이 속속들이 발견되었다. 20세기 초반부터 1930년중국이 유물 반출을 금지할 때까지 약 30년 동안에 스웨덴,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서양 열강들과 일본의 탐험가들은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를 따라 그곳의 오아시스 도시에 묻힌 수많은 유물들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빼내갔다. 이 책은 중앙아시아의 유물들을 발굴한 탐험가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을 통해 밝혀내고 있다. 진정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의 역사는 이들 탐험가들이 발굴해 낸 유물들을 중심으로 거슬러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에도 벽화 60점을 비롯하여 조각, 공예품 등 1천7백여 점의 중앙아시아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이 유물들은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의 손에서 옮겨온 것이다. 또한 미추왕릉에서 발굴된 금제감장보검(5~6세기), 황남대총에서 발굴된 봉수형 유리병(5~6세기)도 있다. 그러나 19세기 이래 아시아의 패자를 꿈꾼 일본이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연구한 것에 반해, 우리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인식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최근에야 비로소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그 기반은 허술하다.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가장 생생하게 담고있는 이 책은 다소 뒤진 우리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인식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