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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물리학 도서 두권이 안방을 찾아왔다. 낯설지만 반갑다. 물리학을 앞세워 안방을 노크한 용기가 반갑고 다 읽고 난 뒤에 한 꺼풀 벗겨지는 시야가 반갑다. 이과(理科)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친근감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오묘함을 전달하기엔 다소 전문적이다. 그래도 반가움이 앞서는 것은 우리 생활 속에 함께 있지만 서먹하던 방정식이란 존재를 친절히 소개시켜 준 탓일 게다. 책은 자연과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가 어떻게 가설이 세워지고 증명되는지를 차분히 쫓아간다. 그 동선을 동행하다보면 우리의 안방 도처에 널려있는 물리학과 방정식을 만날 수 있고 시나브로 우리는 그것과 융합된다. 수학은 물리학의 기초가 되고 물리학은 과학의 초석이 된다. 결국 세상은 가장 함축적으로 E=mc2이 된다. 이 공식은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압축파일인 셈이다. <20세기를 만든 아름다운 방정식들>
과학사상 가장 유명한 방정식은 E=mc2이라는데 대한 이견은 별로 없다. 심지어 우유 광고에도 인용되는 방정식이다. 아인슈타인과 동격으로 쓰인다. 1905년 발견된 이 방정식은 겉으로 보기엔 에너지(E), 질량(m),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c)가 서로 관련 있음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은 이 방정식을 통해 질량에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의 제곱을 곱한 값은 정확히 그 질량이 가진 에너지와 같다고 예측했다. '예측'은 '추상적인 수식'과 등식을 이룬다. 비록 발표 당시는 예측이었지만 이 방정식은 현대과학에서 한편의 아름다운 시로 비유될 만큼 빼어난 발견으로 기록되고 있다. E=mc2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불과 몇 개의 기호로 이뤄진 수식이지만 그것으로 지구상의 생명체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부터 까마득히 멀고 광활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폭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에너지 변환을 설명하는 과학 지식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은 이 공식이 적용방법에 따라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나타낸 지극히 현실적인 표현물이다. 이 같은 방정식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그토록 많은 법칙들이 절대규칙(방정식)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 왜 상관도 없어 보이는 두 물리량(방정식의 왼쪽과 오른쪽)이 정확히 같을 수 있을까. 도대체 이 법칙들은 어떻게 발견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답은 '우주는 신의 창조물'이란 것일 뿐. 과학 방정식에 대한 논란의 시발이 여기에 있다. 과연 발명되는 것인가 아니면 발견되는 것인지. 이에 대해 인도출신 미국인 천체물리학자 찬드라세카는 "항상 거기 있었으며, 나는 우연히 그것을 찾아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E=mc2 역시 태고적부터 유효한 것이 틀림없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발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방정식을 자연의 일부, 즉 신의 창조물로 보는 프로테스탄트적 과학사관 탓일 것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천문학자 미첼은 "자연법칙을 설명하는 모든 공식은 신에게 바치는 찬송가"라고 표현했다. 'E=mc2=아름다운 시=찬송가'라는 공식이 완벽하게 성립한다. 원저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프랭크 윌첵(2004), 스티븐 와인버그(1979) 등 영국과 미국의 저명한 학자 13명이 집필했다. '아인슈타인의 영감의 원천은 모차르트'라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의 아서 밀러(과학사) 교수의 글도 만날 수 있다. <맥스웰의 도깨비가 알려주는 열과 시간의 비밀>
도깨비는 열역학 제2법칙, 즉 에너지의 비가역적 흐름을 나타내는 엔트로피의 개념을 확인시켜주는 도구인데, 안타깝게도 그것을 발견한 맥스웰은 도깨비가 요술 방망이질을 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요술 방망이질이란 도깨비가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할 수 있는지 여부다. 에너지보존법칙인 열역학 제1법칙처럼 예외 없이 어느 경우에나 성립하는가, 아니면 거스를 수 있는가가 이 책의 주제다. 동시에 도깨비의 실체를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 E=mc2에 대한 찬미이기도 하다. E=mc2은 각 나라의 언어마다 다르게 읽히겠지만 값을 나타내는 것은 언어와 상관없이 고유하다. 1905년 스물여섯 살 된 특허국 직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E=mc2이란 공식을 물리학에서 에너지의 양을 계산하는 공식 목록에 올렸다. 20세기 물리학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다. 이전까지 에너지는 운동, 위치, 열에너지의 발견으로 공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물리학자들은 압축된 스프링, 궤도를 도는 천체, 대전된 전도체, 전자석, 물결파, 빛, 소리, 전지, 생리화학 등 움직이거나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계에 들어 있는 에너지 양을 찾느라 분주했다. 여기에 E=mc2가 첨가되면서 에너지 공식은 간결하고 아름답게 정리됐다. 이 공식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극적으로 발견된 것은 아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유도된 공식이지만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에 대한 첫 논문을 발표한 1905년까지 이 공식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잠재된 중요성은 알아차렸지만 소심증으로 인해 학계에 발표하진 못했다. 자칫 영원히 묻힐 뻔한 '아름다움'은 아인슈타인의 뒤늦은 용기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물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럴드 홀턴은 물리학의 궁극이론은 최대의 함축에 있다고 표현했다. 최대한의 함축원리는 최대한의 정보를 최소한의 표현으로 압축시킬 수 있는 이론의 능력을 중요시한다. E=mc2 공식이 명성을 얻은 이유는 간단한 공식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권의 책은 모두 번역서다. 원저자들 모두 미국·영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이다. 우리는 가끔 과학자가 쓴 전문적인 글이 단순 번역가에 의해 비과학적으로 해석되는 오류를 접한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될 듯싶다. 옮긴이들이 쟁쟁한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맥스웰 도깨비...>를 번역한 권영옥 교수는 서울대 화학과를 나와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학위를 받고 90년대 초부터 성균관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치고 있다. <20세기를 만든...>을 옮긴 양혜영 교수 역시 서울대 물리교육과에서 입자물리학을 연구한 학자다. 이들 손에서 꼼꼼하게 옮겨진 과학서라서 ‘품질보증’이 된다. 공학도들 손을 한번쯤은 거쳐야 할 책이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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