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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큐리언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셜 지식검색, ‘큐리언스’
by 이희욱 | 2010. 10. 14 사람들, 소셜웹

지난 9월27일부터 사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전세계에서 ‘싹수 있는’ 벤처기업들이 몰려와 아이디어와 기술을 뽐내는 경연장이다. 선택받은 124개 ‘씨앗 벤처’들만 참여할 수 있는 이 행사장 한켠에 조그만 부스가 마련됐다. 국내 기업으론 유일하게 참여한 ‘큐리언스‘를 위한 무대였다.

“본선까진 올라가지 못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행사 일주일 앞두고 알게 돼 부랴부랴 홍보 동영상 만들고 겨우 접수했더랬죠. 그래도 800여곳 신청 업체 가운데 한국 기업으론 유일하게 참여하게 됐으니 그 자체로도 자랑스러워요. 좀 더 일찍 준비했더라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허허.” 입국한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최진근 대표는 아직도 현장에서의 여운과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양새였다.

▲큐리언스 이재근 팀장과 최진근 대표, 박진수 주임(왼쪽부터)

큐리언스는 이른바 소셜 검색 서비스다. 대개 소셜 검색이라 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다양한 소셜미디어 정보들을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를 떠올리곤 한다. 큐리언스도 소셜미디어에 널린 정보들을 검색 대상으로 삼는다. 헌데 좀 다르다. 같은 검색어를 넣어도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서비스에서 뜨는 정보와 큐리언스가 찾아주는 정보가 다르다는 얘기다. 대체 뭐가?

“큐리언스는 이용자가 참여해 만드는 검색 서비스입니다. 이용자는 큐리언스에서 검색어와 연관 검색어를 함께 입력하고, 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글을 남기죠. 두 검색어가 연결되는 순간입니다. 이들은 또 다른 사람이 입력한 연관 검색어로 연결되고, 또 다른 검색어로 확장되고…. 한마디로 지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옆으로 퍼지는 검색 서비스인 셈입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큐리언스에서 ‘사과’를 검색하면 ‘세잔’, ‘알랑튜링’, ‘윌리엄텔’, ‘전쟁’ 같은 연관 검색어가 함께 뜬다. 여기서 ‘전쟁’을 누르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이유는 사과 한 알 때문?’이라는 트위터 검색 결과가 뜨고 이를 누르면 해당 트윗으로 이동한다. 만약 이용자가 검색어 ‘전쟁’과 연결된 ‘히틀러’란 검색어를 다시 누른다면, ‘전쟁하면 떠오르는 남자 히틀러’란 소셜 미디어 검색 결과가 뜬다. 이런 식으로 큐리언스는 연관 검색어를 타고 지식이 옆으로 퍼져나가는 구조를 기본 서비스로 삼고 있다.

“구글이나 야후에서 ‘사과’(apple)를 친다면 대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검색 결과가 상위에 뜰 겁니다. 우리는 로봇이 찾아주는 똑같은 검색 서비스는 더 이상 재미가 없다는 데서 출발했어요. 제아무리 뛰어난 검색 로봇도 인간 두뇌를 따라갈 순 없잖아요. 이용자들이 참여하면서 풍성해지는 검색 서비스, 연관 검색어를 타고 넘어다니며 뜻하지 않은 정보를 마주하는 재미를 느끼는 서비스. 그런 뜻에서 ‘소셜 검색’이라고 이름붙인 겁니다.”

물론 큐리언스에도 로봇이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가 있다. 트위터와 웹, 동영상과 이미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웹은 구글 API를, 동영상과 이미지는 각각 유튜브와 플리커 DB를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뼈대는 역시 ‘소셜 검색’이다. 검색어가 연결되고 확장되며 만들어지는 거대한 참여형 지식 검색 서비스 말이다.

“지금까지의 지식이 전문분야를 깊이 파는 것이었다면, 이제 인접 분야의 지식을 흡수해야 창의적인 발전이 있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큐리언스는 통합 지식의 시대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큐리언스에는 카테고리가 없어요. 이용자가 스스로 연관 검색어를 확장하며 나만의 카테고리를 만드는 곳이니까요.”

로그인을 하면 나만의 연관 검색어를 관리하는 ‘마이 큐리언스’ 기능이 따로 제공된다. 내가 입력한 연관 검색어를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검색어 중심으로 정리할 수 있는 마인드맵 형태로 활용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지식과 연결되는 접점이 되기도 한다.

“나는 ‘다이어트’를 넣었는데 누군가 그 뒤에 ‘가르시니아’란 연관 검색어를 넣어뒀다고 칩시다. 어느 한 순간 내가 다른 사람 지식에 접근하는 셈입니다. 주소창에 이용자 아이디를 입력하거나 즐겨찾기 해둔 친구 방에 들어가, 그 사람이 연결해둔 지식 정보를 스크랩할 수도 있고요. 스크랩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지식이 자연스레 연결되는 겁니다.”

검색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이런 서비스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저는 패션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유행을 예측하는 데 관심을 많이 갖게 됐어요. 트렌드란 즉흥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현재와 관련된 필연적 요소, 즉 연관관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겁니다. 연구를 거듭하다보니 트렌드 정보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정보를 연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양한 분야 지식을 입체적으로 알리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2007년 12월 법인을 설립하고 낯선 검색 분야에 뛰어들었다. IT 분야 문외한인 탓에 진척은 더뎠다. “연결된 지식을 어떻게 이용자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줘야 할 지도 고민스러웠어요. 진행되던 일을 갈아엎은 것도 적잖았고요. 이 분야를 모르는 탓에, 같이 일할 사람을 찾는 일도 버거웠어요.”

그렇게 오롯이 3년여를 서비스 기획과 인력 꾸리는 데 바친 끝에 최진근 대표와 이재근 개발팀장, 박진수 기획자 셋이 의기투합했다. “아직 디자인도 채 안 입힌 서비스지만,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참여를 계기로 공개 시범서비스를 해보기로 했어요. 이용자가 참여해야 풍성해지는 서비스인 만큼, DB 확보에 우선 주력할 생각입니다.”

헌데 궁금하다. 만약 누군가 엉터리 정보를 부러 넣으면 어떻게 될까. “우선은 ‘추천’ 기능을 넣었어요. 기능 면에서 제어하는 방법도 있지만, 소셜 미디어의 자체 정화 능력을 더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본질상 정직하고 자정 능력이 강하니까요.”

큐리언스에선 연관 검색어를 가장 먼저 등록한 사람이 검색 결과에서 제일 위에 뜬다. 가장 윗자리가 일종의 ‘명예의 전당’인 셈이다. “광고주와 계약을 맺고 검색 결과 최상위에 광고를 다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는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주고 좋은 콘텐츠를 달아줄 이용자가 필요합니다. 그런 이용자와 광고 수익을 나눠갖는 모델을 준비중이에요. 검색어를 주욱 연결하며 스토리텔링 식의 광고를 진행할 수도 있을 테고요.”

큐리언스는 앞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콘텐츠를 좀 더 밀착되게 검색 결과와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 영역인 ‘마이큐리언스’를 미니 블로그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큐리언스를 쓰면서 ‘소셜 지식’을 쌓아주는 일이다. 공개 시범서비스와 더불어 이용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이벤트도 내놓는다.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앱)도 10월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