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위스 루카스 클리닉

스위스 루카스 클리닉

'자연에서 건강을 찾는다'.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병의 증가, 그리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추구하는 웰빙 시대를 맞아 자연의학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이미 세계는 자연의학을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삶의 질'을 보완.대체해준다는 의미에서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으로 부르며 임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본지 건강팀은 세계의 유명 병원들을 찾아 과학적으로 검증됐거나 효과가 널리 인정된 자연요법을 주 1~2회씩 15회에 걸쳐 소개한다. 현대의학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하는 자연의학 공동 기획에는 가천의대 통합의학센터와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이 함께 참여했다.



스위스.독일.프랑스 국경이 만나는 스위스 제2의 도시 바젤. 이곳 국철역에서 전차를 타고 남쪽으로 20분쯤 가면 알레스하임이라는 전원 마을이 나온다. 이곳엔 유럽에서 유명한 자연의학 병원 두 곳이 있다. 1963년에 세워진 루카스 클리닉과 21년 문을 연 이타 베그만 클리닉이다. 둘 다 '꿈의 치료법'으로 통하는 인지의학(人智醫學:질병이 아닌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의학)을 기초로 암환자를 치료한다.

지난해 12월 10일. 알레스하임으로 가는 전차에서 40대 여성인 아넷 그루버를 만났다. 그녀는 "간암에 걸린 어머니를 병문안하기 위해 루카스 클리닉에 간다"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은 현대 의학을 신뢰하지만 '인지의학적 치료가 암의 고통과 공포를 잊게 해준다'는 어머니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루카스 클리닉에서 만난 그루버의 어머니는 딸과 20분 이상 깔깔거리며 뭔가 흥미로운 얘기를 나누는 듯했다. 70대 후반 나이에 힘겨운 암투병을 하면서도 편안한 얼굴과 자신감에 찬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암환자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부여하는 루카스 클리닉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책임간호사인 크리스토프 폰 다크는 "오이리트미(Eurythmie.동작치료).언어치료.자서전 쓰기.예술치료 등 인지의학에 있다"고 말한다.

◆인지의학이란…"즐겁게 암을 고친다"=인지의학은 의학자면서 과학자.철학자.예술가였던 오스트리아의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 박사가 20년대에 처음 소개했다. 그의 이론은 의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즐겁게 병을 고치는 법'으로 통한다.

루카스 클리닉 요하네스 호프만 원장은 "현대 의학이 질병을 나누고 쪼개 보는 미시적(micro).분석적이라면 인지의학은 인간을 총체적으로 보는 거시적(macro).종합적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현대 의학이 체온.체중.맥박.혈압.혈당 등 측정 가능한 수치에 의존하는 데 반해 인지의학은 신체(body)는 물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soul).정신(spirit)까지 포함시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것.

이 인지의학에 근거한 자연의학 병원들이 유럽에만 4백여곳이나 있다. 이들 병원에선 환자가 원래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면역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한다. 같은 2.3기 암으로 진단돼도 생사가 엇갈리는 것은 자연치유력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암 치료시 인지의학을 동원하면 항암제.방사선 치료 등 기존 항암요법의 부작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중요=인지의학의 성패는 충분한 면담에 있다. 1시간30분 이상 대화하며 환자가 좋아하는 음식.생활습관.학교나 직장 생활 등을 차근차근 묻는 과정에서 질병 배경을 파악하고, 의사와 환자의 신뢰감.친밀감이 생긴다는 것. 이 병원엔 의료진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환자 40여명에 의사 15명, 간호사 28명, 치료사는 12명이다.

◆채식으로 신체의 독을 뺀다=이곳의 암환자는 아침 8시에 일어나 채식 위주의 아침 식사를 한다. 동물성 식품은 우유 등 유제품과 계란만 허용된다. 비타민C.E 등 항산화(抗酸化)비타민이 풍부한 채소.과일은 청정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것들이다. 식탁에 많이 오르는 채소는 브로콜리.양배추.당근.올리브유 등이다. 또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충분한 양(하루 2ℓ)의 물을 마시지 않으면 암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설명에 따라 물 마시기도 열심이다. 무공해 음식과 물은 몸 안에 쌓인 독소를 빼내 몸을 정화하고, 몸과 마음이 맑아지면 원망.분노.우울감에서 벗어나 환자의 자연치유력이 높아진다는 것.

◆뭔가에 집중하게 한다=할머니는 "동작.언어.조각 등에 열중하다 보면 자신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돼 심신이 한결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요즘 배우고 있는 오이리트미는 그리스어로 '아름다운 동작'이란 뜻이다. 몸 동작으로 말과 음악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통 3주 프로그램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언어치료는 암의 공포와 고통으로 깨진 환자의 언어 리듬과 호흡을 되살리기 위한 훈련이다. 할머니는 때때로 예술치료실에 들러 그림을 그리거나 석고 데생을 하고, 조각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발산한다.

◆자서전을 쓴다=할머니는 또 '나는 누구인가''인생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등을 스스로 묻고 답하는 자서전 같은 글을 쓴다. 암을 정신적으로 이겨내는 힘을 기르는 것. 일생에서 충격을 줬던 일은 무엇이고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은 어떠했는지 등도 자세히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