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을의 실루엣

가을의-실루엣

디지털 반추상화 | 2006/10/04 12:18 | Daniel




가을의 실루엣


2006년 작, 디지털 작품(1479)
원본 이미지 크기 2400 x 2400 픽셀(22M) 해상도 300dpi, RGB모드, JPEG포맷.


仲秋之節의 한 가운데로 옮겨 오면서 마음밭도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감성의 깊이가 가장 섬세하고 그 파장이 긴 가을은 슬픔이나 기쁨, 외로움같은 감정의
기복 또한 여늬 때와 달리 더욱 인상적이다.
아마도 그것은 눈에 보이는 풍요로움이나 스산함같은 가을의 이미지 이외에도 가을날
느끼는 기온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피부에 와 닿는 싸아한 기온의 느낌이 모든 신경조직에 미세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기쁨의 환희도 더욱 빛나 보이고 못내 슬퍼지는 가슴도 더욱 시려지는 것일 터이다.
조선일보 블로그에서 자주 오시는 방문객이 올려주신 시다.


가을억새
시/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고개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