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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생명의 통로’

[건강]목은 ‘생명의 통로’…디스크 신호 놓치지 마라

김현원 헬스경향기자 iamhw76@kyunghyang.com경향신문
두 달여 가까이 불편해 보이는 얼굴, 목 보호기를 착용하고 나서 보호기를 떼자 이번에는 목이 잘 안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게다가 모든 행동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인다. 그동안 목 디스크로 수술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모습이다.

“글씨 쓰거나 물건을 쥘 때 손에 힘이 빠진다면 목 디스크 의심해 봐야”

더조은병원 배장호 원장

이러한 불편함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역시 목 수술은 할 게 못 된다’는 인식을 다시 한 번 굳히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목 디스크 수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증상이 악화되기까지 실제 목 자체에는 큰 불편함이 없는 경우가 많고, 또 ‘목은 일단 건드리고 나면 사람구실을 못 한다’ ‘목 디스크 수술을 잘못했다가는 사지마비가 온다’ 등 그릇된 정보가 지금도 일반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정보는 목의 기능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할 때만 통용될 뿐이다. 우리 신체 활동에 있어 목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실제로 목 디스크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신경이 지속적이고 과도하게 눌려 걷거나 똑바로 서기도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두통·어깨·가슴·옆구리 통증도 ‘목 디스크’ 증상

예로부터 의학계에서는 목 디스크 등의 경추부분 질환은 ‘신의 영역’이라고 불렸다. 그만큼 수술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목에는 직경 8㎜도 채 안 되는 신경관이 있는데, 그 속에는 혈관·기도·신경·식도 등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기관이 빽빽하게 지나가고 있어 잘못 건드릴 경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신경과 기관들은 우리 심장과 뇌에 혈액을 공급하고 우리 신체에 영양분과 산소 등을 공급하는 목숨 줄이니 목은 생명의 통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목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질환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목 디스크. 뼈 사이의 수핵이 터져 주변 신경을 누르게 되는 증상으로 제때에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할 경우 이 신경과 기관이 눌려 통증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목이나 팔, 손끝 등을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심각해지면 사지마비 증세도 보일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말초신경만 누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허리디스크와 달리 중추신경인 척수신경까지 누를 수 있는 것이 바로 목 디스크이기 때문이다.

“인공관절 목 디스크 수술은 골반뼈 이식할 필요 없어 두렵다고 미루지 말아야”

더조은병원 박향권 원장

따라서 목 디스크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목 디스크 치료에 있어 매우 큰 적이다. 목 디스크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두려움으로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수술을 기피할 경우 디스크가 더욱 악화돼 치료와 회복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목 디스크 위험신호가 나타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흔히 목 디스크하면 목이 먼저 아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조은병원 박향권 원장은 “목 디스크를 예견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두통, 어깨결림, 가슴이나 옆구리 통증 등이 있어 오십견 등 다른 질환으로 착각하기도 한다”며 “글씨를 쓰거나 물건을 쥘 때 힘이 빠진다면, 다리에 힘을 주기 어렵고, 팔을 양쪽으로 벌린 상태에서 좌우로 고개를 돌렸을 때 통증이 심하다면 목 디스크를 의심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3㎝ 절개에 회복 빠른 목 인공 디스크 수술

목 디스크 수술은 과거에는 정말 어려운 수술 중 하나인 것이 분명했지만, 최근에는 많이 발전해 매우 간편해졌다. 수술과 회복기간이 짧아져 환자들은 수술은 물론 수술 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것이 가능토록 한 것이 바로 ‘목 인공관절 디스크 수술’이다. 목 디스크 수술에 많이 이용되는 인공 디스크 수술은 6~7년 전부터 선보여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기존 목 디스크 수술은 디스크 제거 부위에 자기의 뼈를 이식한 후 기기로 고정시키는 고정술이나 케이지를 삽입해 치료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디스크를 기기나 뼈로 고정하다 보니 움직임이 부자연스럽고, 수술 인접부위에 힘이 더 가해져 인접부위에 다시 목 디스크가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많았다. 또 입원기간과 회복기간, 보호기 착용기간 등이 길어 사실상 한 번 수술로 두 달여 가까이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인공 디스크는 원래의 목 디스크와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수술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짧고 목 주름살을 따라 3㎝ 정도만 절개하기 때문에 흉터가 적고 회복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목 인공관절 디스크 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더조은병원 배장호 원장팀의 지난 3년간의 데이터를 봐도 약 100명 이상의 환자를 시술한 결과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의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배 원장은 “인공관절 목 디스크 수술은 골반 뼈를 이식할 필요가 없고 주변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유발하지 않아 더욱 효과적”이라면서 “목 디스크 수술은 오히려 허리 디스크보다 쉽게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술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원 헬스경향기자 iamhw7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