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텅 비어 있다. 귀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입은 세상을 향해 최대한 크게 벌릴 수 있는 만큼 열고 말한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쉬지 않고 말하고 있는 있다. 그만큼 세상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겠고, 들어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온 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 | ▲ 토우 공원 | | ⓒ 정기상 | | 토우 공원. 부산의 낮은 산언덕 위에 조성되어 있는 토우들의 모습이다. 각기 다른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하고 싶은 원초적 본능은 모두가 같다. 머리가 텅 비어 있는 것은 쓰레기 같은 생각을 하지 말자는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귀가 없는 까닭은 듣고 싶지 않아서라고 한다.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각을 하지말자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공감할 수 있지만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 | ▲ 관조 | | ⓒ 정기상 | | 귀가 두 개고 입이 하나인 까닭은 알아야 한다. 남에게 말하기 전에 남의 말을 먼저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고 싶은 말만 하려고 한다면 세상은 소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토우들의 몸부림은 일면 감동으로 다가오지만 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토우는 흙으로 만든 인형이다. 옛날에는 순장의 나쁜 습관을 없애는 대신으로 무덤에 같이 묻었다. 지금도 묘에서 발굴되는 이유는 그런 까닭이다. 그 것은 죽은 자에 대한 산자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져 있다. 토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절실한 마음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 | ▲ 생각을 내려 놓고 | | ⓒ 정기상 | | 위하는 마음이 교차할 때 빛이 난다. 나 자신을 낮추면서 바라보는 사람을 우러러볼 때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기심을 앞세우게 되면 세상은 아귀 지옥이 되고 만다. 지옥과 극락은 마음에 있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세상에 넘쳐나게 되면 경이로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 | ▲ 귀 막고 | | ⓒ 정기상 | | 2006년 한 해도 이제 저물어가고 있다. 붙잡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붙잡아 가지 못하게 할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것 또한 이기심이 아닌가. 한해를 보내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본다. 다른 사람을 위하여 무엇을 얼마나 하였는지 되새겨 본다. 안타깝게도 그런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속절없이 한해를 보낸 것이다.
 | | ▲ 세상을 향한 아우성 | | ⓒ 정기상 | | 작년의 심정과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확인하게 되니, 어리석음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후회하는 것이 숙명이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분명 아니다. 이제 살아 갈 날이 살아 온 날보다 작아진 시점에서 뭔가 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못났기는 분명 못났다.
 | | ▲ 어리석은 나 | | ⓒ 정기상 | | 토우들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비가 내리는 부산에서 깊은 상념에 빠져들었다. 세상에 어려운 일이 많지만 그 중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일이라고 하였다. 세상을 향에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토우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발견하게 된다. 세상에 말하기 전에 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