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gital

보고 말하는 휴대전화 PC

보고 말하는 휴대전화 PC - TV 까지 손 안에



고속하향 패킷접속(HSDPA) 서비스의 핵심은 화상통화와 고속데이터통신이다. 어린이들이 할머니와 화상을 통해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최 차장, 왼쪽 골조공사 현장을 좀 보여 줘요. 아직 뒷정리가 다 안 끝났네.”

“네, 내일까지는 다 끝날 겁니다. 지금 작업 들어가는 것 보이시죠?”

A건설회사에서는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이 대중화된 후 지방 출장이 크게 줄었다. 화상회의를 이용하면 굳이 본사와 현장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필요가 없고, 공사 현장도 휴대전화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여보, 지금 어디예요?”

“사무실이야. 자, 보라고.”

김 과장은 오후 11시 부인에게 휴대전화로 사무실 풍경을 보여 준다. 옆자리에서 박 대리가 열심히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의부증(疑夫症) 증세가 있는 부인은 “일 마치고 빨리 들어오라”며 전화를 끊는다. 부인의 의부증은 화상전화기가 나온 이후로 많이 나아졌다. 사무실을 직접 보여주는 데야 할 말이 없지 않은가.

HSDPA 서비스의 본격화는 우리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예정이다. 휴대전화로 화상통화와 초고속 인터넷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사회문화적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부가서비스, 동영상 기반으로 변화

동영상은 3세대 이동통신의 핵심이다.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메시지와 컬러링 등 휴대전화의 거의 모든 부가서비스가 문자와 음성 기반에서 동영상 기반으로 이동하게 된다.

KTF의 오영호 부장은 “예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등장하는 동영상 컬러링은 이미 서비스 중에 있다”며 “조만간 고객 상담도 화상통화로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화상회의와 동영상교통정보 등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할 예정이다. HSDPA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별도의 장비 없이도 4명이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시작한 VU 교통서비스는 전국 4개 고속도로에 있는 62개 모니터 화면을 실시간으로 휴대전화에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화상통화의 발달이 사회·문화적 변화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부인들이 밤늦게까지 안 들어오는 남편에게 “어디 있느냐”고 추궁하는 대신 “당신 휴대전화로 주위를 한번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게 대표적.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주위 배경을 술집에서 사무실로 바꿔 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속 데이터와 해외 자동 로밍

HSDPA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가정용 초고속인터넷(ADSL) 수준으로 빨라진다. 뮤직비디오나 손수제작물(UCC), 애니메이션, 뉴스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주문형비디오(VOD) 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운로드 속도는 최고 14.4Mbps, 업로드 속도는 394kbps로 노래 한 곡(4MB)을 내려받는 데 2.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휴대전화에서 유선인터넷 사이트를 그대로 볼 수 있는 풀브라우징(Full Browsing)도 본격화된다. 기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통신망에서는 데이터 용량이 많은 유선인터넷 사이트를 구현하기 어려웠다. SK텔레콤의 ‘오픈웹’과 KTF의 ‘모바일 웹서핑’ 등 풀브라우징 서비스는 휴대전화기의 화면이 작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확대(zoom) 기능을 제공한다.

해외 로밍이 편리해지는 것도 HSDPA의 장점이다. 기존에는 CDMA 방식을 사용하는 일부 국가에 갈 때 외에는 출국할 때 별도로 임대 로밍폰을 빌려야 했다. 그러나 HSDPA 단말기를 사용하면 해외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HSDPA는 세계 이동통신시장의 90%를 차지하는 GSM 기술이 발전된 것이기 때문이다.

KTF는 상반기 안에, SK텔레콤은 연말 안에 세계 100개 국가에서 자동 로밍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통신망 안정화 관건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통신업계에서는 3세대 통신망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HSDPA는 영상과 초고속 데이터통신 등 고품질 서비스가 많아 품질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HSDPA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휴대전화 번호를 반드시 010으로 바꿔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기존에 010을 쓰고 있다면 그대로 유지되지만 011, 016, 017, 018, 019는 새로 010을 받아야 한다. KTF와 SK텔레콤은 기존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도 HSDPA 단말기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휴대전화기 가격은 얼마나

보조금 나오는 보급형 10만원이하 구입 가능

3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개막은 화상 통화를 통해 소비자의 눈을 즐겁게 해 줄 뿐 아니라 휴대전화기 가격인하로 경제적 이득까지 가져다 줄 전망이다.

LG전자와 팬택계열, KTFT 등 국내 주요 휴대전화 업체들은 다음 달 HSDPA 전국망 개통에 맞춰 20만∼30만 원대의 보급형 휴대전화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2세대 휴대전화기들은 대부분 50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해외 제조업체들의 진출도 휴대전화기 가격 인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사들이 HSDPA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해외 업체들의 저가 휴대전화를 공급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조영주 KTF 사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HSDPA 사업을 초기에 활성화하기 위해 노키아 등 해외 업체로부터 저렴한 휴대전화기를 공급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 가격이 20만∼30만 원대인 3세대 휴대전화기는 실제로 시장에서는 10만 원 이하의 가격이나 공짜로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 3세대 휴대전화기에 대해서는 8만∼3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이동통신사들이 3월 시판을 목표로 여러 제조사에 보급형 휴대전화기를 주문해 놓은 상태”라며 “보급형이라도 카메라와 MP3플레이어, 근거리무선통신(블루투스) 등 웬만한 기능은 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3세대 이동통신 문답풀이

기존 휴대전화론 안돼…음성-화상중 선택 가능


3세대 이동통신이 화상통화를 지원한다는 사실은 대략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존의 휴대전화와 통화가 되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일반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기본적인 사항들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Q: 기존 휴대전화기로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가.

A: 유럽식 이동통신(GSM) 기술이 발전된 HSDPA는 기존의 미국식 이동통신(CDMA) 기술과 기본적으로 다른 서비스다. 따라서 기존 CDMA 기기로는 화상통화와 고속 데이터통신 등 HSDPA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며, 전용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Q: HSDPA와 WCDMA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HSDPA는 유럽식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이 한 단계 발전한 서비스다(GSM→WCDMA→HSDPA). 따라서 데이터 전송 속도 등 기능 측면에서 WCDMA보다 우수하다. 다만 기술적 뿌리가 같아 서비스가 호환된다.

Q: HSDPA 전용 기기로 기존 2세대 기기와 통화가 가능한가.

A: HSDPA 전용 기기는 2세대 기기뿐만 아니라 유선전화를 포함한 모든 통신기기와의 음성통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화상통화와 고속 데이터통신은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HSDPA 기기끼리만 이용할 수 있다.

Q: HSDPA 기기에서는 꼭 얼굴을 보면서 통화해야 하나.

A: 아니다. 영상통화와 음성통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Q: 화상통화를 하려면 휴대전화를 얼굴에 대지 않고 눈앞에 놓은 채로 사용해야 한다.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지장이 없나.

A: 조용한 장소에서는 통화에 전혀 지장이 없다. 지하철처럼 시끄러운 곳에서는 유무선 이어폰을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통화할 수 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