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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라 <1> 로봇

  • ‘서비스 로봇’ 약진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라 <1> 로봇
    인터넷과 연결 가정·교육용 활용… 美CES서 호평… 1만대 수출계획
    獨·日 주도 산업용시장에도 도전
  •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7.03.12 22:15 / 수정 : 2007.03.13 11:01
    • ▲국산 가정용 서비스 로봇‘아이로비큐’.
    • 한국 경제와 우리 기업의 미래에 대한 우울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5~10년 뒤 ‘한국호(號)’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하지만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한국 경제를 이끌고 갈 새 엔진을 준비하는 기업인들이 있다. 이들은 로봇·연료전지·단백질의약품·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선진국 업체들과 치열한 연구 전쟁을 펼치고 있다. 조선경제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산업이 커가고 있는 현장을 찾아갔다. 다음세대가 먹고 살 차세대 성장 동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몇 시야? 영어 공부 해볼까. 사과는? 애플.”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내 벤처기업인 유진로봇 연구실. 키가 45㎝인 로봇 ‘아이로비큐(Q)’가 연구원들을 향해 한껏 성능을 뽐냈다. 4년여의 산고 끝에 태어난 이 로봇은 시판을 앞두고 마지막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아이로비큐는 KT 통신망에 접속해 뉴스와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아이에게 영어와 노래를 가르쳐준다. 노래방 기능, 외출 시 로봇의 눈을 통해 집안 곳곳을 살필 수 있는 홈모니터링 기능도 있다. 유진로봇 신경철(51) 대표는 “유치원에서 어린이 소비자들에게 먼저 검증을 받았다”며 판매 성공을 자신했다.

      교육 콘텐트 업체인 몬테소리는 아이로비큐가 호평을 받자 자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국내 1000여 개 유치원에 이 로봇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올해 1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 로봇산업이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본격 비상(飛翔)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 단계를 넘어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고, 수출을 통해 세계 시장도 넘보고 있다.

    • ▲KAIST가 만든 로봇‘휴보’.
    • 아이로비큐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서비스 로봇은 유진로봇 외에도 다사테크, 한울로보틱스, 이지로보틱스, 삼성전자가 제품을 준비 중이다. 시판 가격은 대당 200만원 전후. 청소 로봇밖에 없던 세계 가정용 로봇 시장에 우리 기업이 만든 서비스로봇이 한바탕 돌풍을 일으킬 기세이다.

      국제로봇연맹(IFR) 2004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시장규모 세계 6위, 사용대수 5위, 로봇밀도 3위다. 정부는 2013년까지 전 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해 세계 3대 로봇국가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을 짜고 있다. 그 선두주자가 가정용 서비스로봇이다.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07에서도 한국 서비스 로봇이 단연 인기였다. 아이로비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로봇 분야 책임자로부터 “MS가 준비 중인 로봇 운영체제에 가장 적합한 로봇”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벤처기업 마이크로봇은 바닥재에 인쇄된 바코드를 따라 위치를 파악하는 청소로봇 ‘유봇’을 선보여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산업용 로봇에서도 우리 기업의 약진이 눈부시다. 경기도 용인 마북리 현대중공업 기계전기연구소. 50여 명의 연구 인력들이 거인의 팔 같은 산업용 로봇과 씨름 중이다. 여기서 개발된 자동차 제조 로봇 350대가 지난해 말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 들어갔다. 이충동(53) 기계전기연구소장(상무)은 “2003년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수주전에서 일본 기업에 밀린 지 3년 만에 세계 시장 진출을 이룬 것”이라며 “본격적인 세계 시장 공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차 중국 제2공장과 체코공장에 각각 300대의 납품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도 성사 직전에 와 있다.

    • 현재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은 일본과 독일의 6개 회사가 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구 인력은 아직 그들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발달된 인터넷 네트워크와 로봇 기술을 결합, 빠른 속도로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여러 대의 로봇이 짝을 이뤄 함께 작업하는 용접 로봇 시스템을 선보였다. 함께 작업을 하기 때문에 로봇 상호간의‘대화’와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눈’, 그리고 부딪히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작업을 할 절묘한‘공간배치’가필수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외국자동차업체의 중국 부품 공장에 이 시스템을 보급하고, 최종 조립라인 진출도 계획 중이다. 현대중공업 기계전기연구소 김성락(46) 박사는 “세계 최고의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이룬 성과”라며“우리의 앞선 IT기술을 로봇과 접목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