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낮추고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서울대 총장은 수위하면 안되나?”
CEO 자리를 내던지고 택시기사로 전업한 김기선 씨
[ 2005-12-30 오후 5:28: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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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이 수위하면 빚보증 잘못 섰거나 증권 실패?
금융계 CEO에서 택시기사로 직업을 바꿔 화제를 낳았던 김기선(62)씨가 CBS TV <정범구의 시사토크 누군가?!>에 출연해 택시기사로 지낸 4년간의 택시인생을 소개했다.
김기선 씨는 39년간 금융계에 몸담았고, IMF 시절에도 끄덕 않고 CEO를 3번이나 연임하는 등 소위 '잘 나가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임기를 1년 앞두고 돌연 사퇴를 한다. 바로 20년 전부터 계획했던 ‘택시기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택시를 택한 첫째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의사도 50세가 넘으면 손 떨려서 수술도 못하고, 자영업도 실질적으로 영업이 잘 안되거든요. 자기가 움직이면서 하는 건 택시가 가장 오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택시는 단순노동이기 때문에 지구력만 있으면 할 수 있습니다."
황우석? 너무 허탈해서 그런지 말하기 싫어해
한 평 정도의 택시 안에만 앉아 있지만 그가 세상을 보는 눈은 천리 길을 앞선다. 그의 택시는 ‘달리는 국민 여론실’이라고 불릴 만큼 세상 얘기로 가득하다. 최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사태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황우석 박사나 정치 얘기는 잘 안하려고 합니다. 너무 속상하고 허탈해서 그런지 기피하려고 해요. 그런 얘기보다 요즘은 먹고 사는 얘기를 더 많이 해요. 신문엔 항상 좋아진다고 하지만 실질경제에서는 여전히 먹고 사는 게 어려우신 분들이 많아요."
택시비 모자라는 승객 늘어나
그는 택시 타는 손님은 늘어났는데 오히려 수입은 줄었다고 한다. 장거리 손님은 줄고 단거리 손님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택시비가 충분치 않은 사람들을 만날 때면 요즘 경기를 체감한다고 한다.
"아가씨가 탔는데 1만 3천원밖에 없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걱정하지 말고 가자, 설마 내가 중간에 내려놓고 가겠냐 하면서 가다보니 2만원이 넘게 나왔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와서 돈을 가지고 나온다며 집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안 나오길래 ‘또 속았구나’ 생각하고 가려고 하는데 아가씨가 양쪽 두 주먹을 쥐고 나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저금통 깨서 동전 세느라고 시간이 걸린 거예요. 받긴 받았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라요. 그걸 보면서 이렇게 양심적인 사람도 많구나 느꼈죠. 사실 그런 사람이 99%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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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40년 경험보다 택시 4년 한 것이 인생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하는 김 씨. 택시를 하면서 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때가 가끔 생각도 나죠. 하지만 뒷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대부분 머리 젖히고 고민에 쌓여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 앉아 있으면 운전만 잘하면 됩니다. 노동을 해보니까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도 가볍고 그 쾌감은 노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그러면서도 택시기사는 ‘젊은’ 사람들보다 ‘나이 든’ 사람들이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젊은 사람들이 택시 하는 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이 보장되는 것도 화려한 것도 아니거든요. 수입 내 지출이 가능한 사람들은 가능하지만, 애들 과외 시켜야 하고 레저도 즐겨야 하는 사람들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꾸 과속하게 되고 사고가 나는 겁니다. 외국의 택시기사들 보면 백발의 노인들이 아주 많습니다."
초보 택시기사의 좌충우돌 생생 경험담...나이 들수록 ‘거지’같이 살아야
영업용 택시기사로 첫 발을 내딛던 날의 기억은 특별하다. 첫 손님부터 실수 연발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용산에서 손님이 탔는데 가다보니 미터기를 안 누른 거예요. 또 어딜 가자고 했는데 분명히 아는 길인데 어떻게 가야할지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이리로 갈지 저리로 갈지 갈팡질팡 하며 손님한테 물어가며 겨우 갔습니다. 그렇게 손님이 내려주고 또 가는데 이번엔 손님들이 차를 안 세우는 겁니다. 내 차만 피하나 싶어서 보니 ‘빈 차’표시등을 안 켠 겁니다. 하하하..."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노년에만 집착하는 이들에게 김 씨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지적한다.
"노후대책에 대해 대부분 ‘경제적’인 것만 생각하는데, 물론 그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인생’에 대한 노후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말 우리가 삶의 질을 높이려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먹으면 누구든지 좀 품위 있고 고상하고 편안하고 남 보기에도 근사한 일자리에서 폼 내고 싶어 하는데 저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나이 먹을수록 거지 같이 살자. 아무거나 잘 먹고 아무거나 잘 입고. 남 의식하지 않고 쉽게 아무거나 자신이 편한대로 살면 그렇게 세상이 편할 수가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412번 채널)과 각 지역 케이블방송을 통해 12월 30일(오전 10시20분)과 31일(오후 3시) 두 차례 방송되며 www.cbs.co.kr로도 볼 수 있다. 방송 후에는 인터넷 주소창 누군가 로 접속해 VOD를 볼 수 있다.
▲문의 : 02-2650-7822
CBS편성제작부 최영준 기자 yjchoi@cbs.co.kr
즐거워라 택시인생 | |
![]() | 김기선 ‘즐거운 택시 기사’ 김기선은 39년 동안 유능한 금융인으로 일했다. 고향인 충남 온양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유학을 와 선린상고를 졸업했으며, 은행원의 인기가 한창 좋았던 1963년에 서울은행에 입사했다. 중앙투자금융 부장, 고려투자금융 이사, 동아증권 상무를 거치면서 승진을 거듭했고, 영풍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세 번을 연임했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명지대 상학과와서강대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전경련 최고경영자과정, 전경련 정보전략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면서 꾸준히 학업을 계속해 전혀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킬 줄 알았던 그가 뜬금없이 택시 기사가 되겠다고 조기 퇴직을 했을 때는 다들 의아해했다. 환갑 기념으로 개인 택시를 사겠다는 오랜 꿈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면서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연 것이다. 2001년부터 3년간 사납금을 꼬박꼬박 내가면서 법인 택시 기사로 일해 ‘얼마나 가겠느냐’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2005년부터는 마침내 휘파람을 불며 개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함께 택시 기사로 전업한 친구들이 정광조 전 대우증권 지점장, 박세구 전 삼립식품 부사장과 만나 점심 먹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어떻게 사장님이 택시 기사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거꾸로 이렇게 질문을 하곤 한다. “아니, 이 좋은 일을 왜들 안 한답니까?” |
1. 정년도 없고 마음도 편하니, 얼마나 좋은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한 잔/사장님에서 기사님으로 대변신/박수를 보낼 때 당당하게 떠나라/구멍가게라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우리는 도로를 누비는 삼총사/체면치레? 허영? 내 사전에 그런 건 없다/인생의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났다/특명! 사납금을 채워라 2. 자, 친절한 맞춤 서비스로 모십니다! 귤 마케팅, 껌 마케팅/우체부 프레드, 택시 기사 프레드/서비스 정신이 별건가/택시 타고 레스토랑 가면 푸대접 하는 나라/차가 고장 나면 마음도 고장 나나/정직과 인내,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족집게 점쟁이를 겸업합니다/진짜 앞 못 보는 거 맞아요?/외국인 노동자의 처량한 눈빛 3. 백미러에 비친 우리 사는 세상 택시 안에서 본 세상 풍경/대통령님, 핸들 한번 잡아보시렵니까/택시는 술집 덕을 많이 본다/달리는 인생 상담실/나니까 여태껏 참고 살았지/나이 든 부부는 옆에 앉지도 않더라/이혼도 자랑인 시대/패가망신하고도 못 끊는 도박/어수룩한 기사와 영악한 아이들/건달도 알고 보면 순해요/어디선가 또 만나고 싶은 사람들/골목길에서 열린 즉석 파티/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세 가지 특징 4. 땀 흘리는 노동의 기쁨을 아시는가 폐기물이 될 것인가, 재활용품이 될 것인가/눈높이를 낮추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침 맞고 지팡이 짚어가며, 그래도 참자!/임신부를 태우고 병원 응급실로/오, 나의 애마! 꿈에 그리던 개인 택시/택시 운전의 2가지 단점, 16가지 장점/실버 세대에게 어울리는 최선의 선택 |
김기선| 웅진씽크빅| 2005.07.28 | 214p | ISBN : 8901050927
책소개 |
◎ 잘나가던 금융계 CEO, 즐거운 택시 기사 되다 은행원의 인기가 한창 좋았던 1963년에 서울은행에 입사하여 근 40년을 중앙투자금융, 고려투자금융, 동아증권, 영풍상호저축은행을 골고루 거친 금융전문가 김기선. IMF 시절, 금융계에 불어닥친 칼바람에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오히려 최고 실력자로 평가받던 사람, 까다로운 주주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투표제로 뽑는 대표이사직을 3선이나 연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사람, 그런 그가 돌연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택시 운전을 하며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닌다니 무슨 일일까. 운전사가 모는 최고급 자가용 뒷좌석에 앉아 거래처를 찾아다녔던 그가 앞자리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180도 변신을 꾀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처음 그가 택시 기사를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아니 무슨 사연으로 그 나이에 여기까지 오셨수?”, “아무리 어려워도 핸들은 잡지 마셨어야지……” 등 나이 먹은 그가 택시 운전을 한다는 것에 대해 안쓰러워했다고 한다. 거기다 잘나가던 금융맨이였을 때는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하던 친구마저 운전복을 입은 그를 보고 슬슬 피하며 못 본 척 하더란다. 그도 그럴 것이 IMF라는 위기를 겪고 난 후에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사업에 실패해서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기라 그 역시 그런 답답한 사정 때문에 운전대를 잡은 것이 아닌가 지레짐작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업의 실패나 한 순간의 충동으로 택시 운전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는 이미 20년 전부터 반드시 퇴직을 하면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 ■ ■ 정말로 나는 20년 전부터 택시 운전에 뜻을 두고 있었다. 어차피 월급쟁이는 정년을 피할 수 없는데, 퇴직했다고 해서 정정한 나이에 방에 처박히거나 놀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래서 찾아보기, 나이가 들어서도 몸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계속할 수 있는 일은 택시 운전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 내가 뜬금없이 택시 기사의 옷을 입기로 한 건 신용금고 대표이사로 세 번째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두고 있을 때였다. 굳이 그 시점에서 자청하여 조기 퇴직을 결행한 이유는 미리 설계해둔 인생 계획표를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환갑 기념으로 개인 택시를 사겠다는 것이 내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다. 인생을 한 바퀴 돌아온다는 환갑에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새 출발을 한다면 얼마나 멋지겠는가. - <사장님에서 기사님으로 대변신> 중에서 인생의 2막을 택시 운전으로 시작한 김기선은 ‘내 나이 예순 둘, 이제야 일하고 돈 버는 참맛을 느끼게 되었다’고 즐거워한다. 예전에는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살았다면, 인생을 돌아볼 나이에 새롭게 시작한 택시 운전은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좋고, 마음에 여유도 생겨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살필 수 있어서 좋고, 노년에 자기 힘으로 땀 흘려 일하며 능력껏 살아갈 수 있어서 좋다고 택시 예찬론을 펼친다. 《즐거워라 택시 인생》은 택시 운전으로 인생의 2막을 신나게 시작한 김기선의 일과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인간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이제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인생 후반기의 ‘평생 직업’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자 미련없이 사표를 내고, 늙어서도 일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택시 운전이라는 평소 생각대로, 택시 인생으로 인생 후반전을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는 ‘활기차고 뿌듯한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 노년의 삶은 미리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이제 환갑이 넘었으니 푹 쉬고 싶다고? 몸은 쉬지 못하도록 달달 볶아야 해. 그래야 건강하게 더 오래 살지. ‘삼팔육’, ‘사오정’, ‘오륙도’ 등의 말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거기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까지 급격히 늘고 있으니 퇴직 이후의 세월이 무척이나 길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제2의 인생’의 비중이 커지고 그 중요성이 차츰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저자가 보내는 충고는 냉정하다 못해 따끔하다. “나이는 벼슬도 아니고, 자격증도, 권리금도 아니다. 자식이 곧 재산이고 종신 보험이고 노후 대책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사람들에게 대접받기를 바라거나, 잘난 척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뒷짐이나 지고 있으면 돌아오는 건 외로움뿐이다. 부질없는 체면과 허세를 말끔히 지워내는 순간, 당신의 인생 후반전이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직장은 잃어도 일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가 평소 좌우명인 저자는 노년일수록 더 몸을 움직이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맥없이 놀고먹는 것은 삶이라기보다 목숨의 연장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남이 기피하거나 천하다고 여기는 일일수록 노년기에는 오히려 더 큰 보람을 맛볼 수 있고, 남을 위해 베풀면서 노년을 살아가는 것도 좋다는 것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저자가 깨달은 지혜이다. 노인정에 앉아서 화투나 치거나 공원에 멍하니 앉아 있는 한국의 노인들과, 구두닦이도 하고 여관 벨 보이도 하는 일본의 노인들을 비교해보면 늙어서도 일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진정한 노후 대책이 아닐까. ■ ■ ■ 퇴직자가 불행해지는 것은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자신이 쓸모없어졌다는 기분 때문일 것이다. 아직 창창하게 남은 노년의 삶, 사회 차원의 대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여생을 개척해 나가려는 자세다. 그러려면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직장은 잃게 되더라고 일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폼 나고 대접받는 일만 찾을 게 아니라 육체를 움직이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건강과 삶의 기쁨을 얻어야 한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움직이며 3년 반 동안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절실하게 깨달은 진리다. - <폐기물이 될 것인가, 재활용품이 될 것인가> 중에서 그래서 저자는 노년의 삶을 위해 ‘택시 인생’을 선택했다고 한다. 지금껏 몰랐던 진짜 인생의 맛을 매일매일 느낀다며 ‘늙어 기운이 다 없어질 때까지’ 운전대를 잡을 생각이라는 저자에게서 삶의 행복을 깨달은 사람만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인생의 황혼기는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일단은 질병과 전쟁과 사고의 위험에서 살아남아야 노년을 맞을 수 있다. 그러므로 ‘노년은 행운과 축복의 시기’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생애를 통틀어 가장 자유로운 때이기도 하다. 점점 길어지는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 준비를 하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이고, 오늘은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 가운데서 맨 첫 번째 날,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이다. ◎ 노년에 가장 좋은 직업, 택시 운전 택시 기사가 인생 막장이라고? 남의 눈치 안 보고 훨훨 돌아다니니 사장이 따로 없지, 얼마나 좋은데! ‘택시 운전’을 인생 막장에 다다른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택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택시 운전이야 말로 노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니겠냐며 택시 예찬론을 펼친다. 물론 택시 운전을 하면 사고의 위험이 항상 따르고, 몸으로 하는 일이니 힘들고 피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것을 감내할 수만 있다면 만끽할 수 있는 택시 운전의 즐거움을 저자는 열여섯 가지나 꼽는다. 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 ② 가정이 화목해진다 ③ 노동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인 꿀 같은 밥맛과 단잠을 얻을 수 있다 ④ 노동 후엔 상쾌한 기분이 찾아온다 ⑤ 봉사 활동이 가능하다 ⑥ 80세가 넘어도 일할 수 있으니 정년이 없다 ⑦ 쉬는 날에 등산이나 축구 등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⑧ 자본이 필요 없으니 망할 염려가 없다 ⑨ 종업원 관리 등으로 골치 아플 필요가 없다 ⑩ 늘 새로운 손님과 목적지를 만나니 지루하지가 않다 ⑪ 겪어보지 못한 사회의 이면을 체험할 수 있고, 인생 상담도 가능하다 ⑫ 나이나 직업의 제한 없이 대화의 상대가 다양하다 ⑬ 혼자 하는 일이니 남에게 부탁할 필요가 없다 ⑭ 일과가 끝난 후 집으로 일거리를 들고 갈 필요가 없다 ⑮ 일정한 수입이 있어 자식에게 손 벌릴 필요가 없다 ? 늘 긴장하고 자극을 받으니 치매 예방도 된다 최근 우리 나라도 나이 든 택시 기사를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된다. 돋보기를 쓰지 않고도 신문을 볼 정도로 눈이 밝고 건강한 70세 할머니 기사, 얼굴을 마주치면 손을 맞잡고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70대 후반의 선배 기사를 보면서 2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용기가 불끈 솟는다는 저자는 육체 건강이나 정신 건강에 택시 운전보다 좋은 게 없다고 한다. 거기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젊은이들을 많이 만나게 되니 늙을 틈이 없다며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세상 천지에 어디 있겠냐는 그의 택시 예찬론은 끊이질 않는다. ◎ 달리는 인생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 매일 좁은 택시 안에 있으니 답답하겠다고? 천차만별 손님들과 수만 가지 사연을 나눠봐. 난 그 속에서 이제야 인생이 뭔지 배워. 택시라는 좁은 공간에서 함께 가는 만큼 손님과 말할 기회가 많다. 게다가 택시에는 다양한 계층과 다채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타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택시 안에서 펼쳐진다. 아마 다시 볼 일이 없을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편하게 털어놓기도 한단다. 그러다 보니 좁은 택시 안은 순식간에 인생 상담실로 바뀌기도 한다. 때로는 남자친구와 싸운 젊은 여성의 연애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도박에 빠져 재산을 다 탕진하고 파출부 노릇을 하면서도 도박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여자의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하고, 아내에게 직업을 속이고 결혼한 남자의 고민 상담도 해주고, 가족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말상대가 되어 주기도 한다. 한 번은 한 여학생이 급하게 택시를 타고는 펑펑 울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혼자 자취를 하는데 아무래도 가스 불을 켜놓고 나온 것 같다고, 집에 불이라도 났으면 어쩌냐고 새하얗게 질려 있더란다. 그래서 “학생! 내가 점을 좀 볼 줄 아는데, 절대 그 집엔 불이 안 났으니 안심해”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그 여학생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다행히 가스 불을 약하게 해놓아서 냄비만 벌겋게 달아오르는 정도였고, 긴장이 풀려 금세 쓰러질 것 같은 학생을 다시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점심값이나 하라며 택시비 중 일부를 다시 주고 왔다고 한다. 막 개인 택시 운전을 시작했을 때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임신을 해서 배가 남산만한 임신부를 태웠는데, 신호 대기에 걸려 정지하고 있는 동안 뒤차가 저자의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임신부는 배가 아프다고 해서 서둘러 응급실로 옮겼고, 그 충격으로 예정일을 한 달이나 앞당겨 아기가 태어나고 말았다. 다행히 교통사고로 처리되어 출산 비용도 절약되었고,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하게 퇴원을 했다고 한다. 저자의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져 나오는 백미러에 비친 세상 모습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느끼게 해주고, 인생사의 의미를 하나하나 되짚게 해준다. 이것은 노년이 주는 지혜로움이며 택시 운전을 하면서 그가 터득한 세상의 진리일 것이다. |
작가소개 |
저자 | 김기선 |
김기선 ‘즐거운 택시 기사’ 김기선은 39년 동안 유능한 금융인으로 일했다. 고향인 충남 온양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유학을 와 선린상고를 졸업했으며, 은행원의 인기가 한창 좋았던 1963년에 서울은행에 입사했다. 중앙투자금융 부장, 고려투자금융 이사, 동아증권 상무를 거치면서 승진을 거듭했고, 영풍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세 번을 연임했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도 명지대 상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전경련 최고경영자과정, 전경련 정보전략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면서 꾸준히 학업을 계속해 전혀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킬 줄 알았던 그가 뜬금없이 택시 기사가 되겠다고 조기 퇴직을 했을 때는 다들 의아해했다. 환갑 기념으로 개인 택시를 사겠다는 오랜 꿈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면서 새로운 인생의 2막을 연 것이다. 2001년부터 3년간 사납금을 꼬박꼬박 내가면서 법인 택시 기사로 일해 ‘얼마나 가겠느냐’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던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2005년부터는 마침내 휘파람을 불며 개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함께 택시 기사로 전업한 친구들이 정광조 전 대우증권 지점장, 박세구 전 삼립식품 부사장과 만나 점심 먹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다. “어떻게 사장님이 택시 기사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거꾸로 이렇게 질문을 하곤 한다. “아니, 이 좋은 일을 왜들 안 한답니까?” |
목차소개 |
추천의 말 : 멋진 '인생의 후반전'을 택한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 김춘길 책머리에 : 직장은 잃더라도 일은 잃지 말아야 한다 1. 정년도 없고 마음도 편하니, 얼마나 좋은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한 잔 사장님에서 기사님으로 대변신 박수를 보낼 때 당당하게 떠나라 구멍가게라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도로를 누비는 삼총사 체면치레? 허영? 내 사전에 그런 건 없다 인생의 배는 이미 항구를 떠났다 특명! 사납금을 채워라 2. 자, 친절한 맞춤 서비스로 모십니다! 귤 마케팅, 껌 마케팅 우체부 프레드, 택시 기사 프레드 서비스 정신이 별건가 택시 타고 레스토랑 가면 푸대접 하는 나라 차가 고장 나면 마음도 고장 나나 정직과 인내,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비결 족집게 점쟁이를 겸업합니다 진짜 앞 못 보는 거 맞아요? 외국인 노동자의 처량한 눈빛 3. 백미러에 비친 우리 사는 세상 택시 안에서 본 세상 풍경 대통령님, 핸들 한번 잡아보시렵니까 택시는 술집 덕을 많이 본다 달리는 인생 상담실 나니까 여태껏 참고 살았지 나이 든 부부는 옆에 앉지도 않더라 이혼도 자랑인 시대 패가망신하고도 못 끊는 도박 어수룩한 기사와 영악한 아이들 건달도 알고 보면 순해요 어디선가 또 만나고 싶은 사람들 골목길에서 열린 즉석 파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세 가지 특징 4. 땀 흘리는 노동의 기쁨을 아시는가 폐기물이 될 것인가, 재활용품이 될 것인가 눈높이를 낮추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침 맞고 지팡이 짚어가며, 그래도 참자! 임신부를 태우고 병원 응급실로 오, 나의 애마! 꿈에 그리던 개인 택시 택시 운전의 2가지 단점, 16가지 장점 실버 세대에게 어울리는 최선의 선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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