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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 꽃들이 노래해요." 진이의 입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들 모두가 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두의 눈이 동그래졌다. 가리키는 곳에는 아주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을 만큼 아주 작고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종류도 아주 다양하였다. 모양도 모두 달랐고 색깔 또한 여러 가지였다.
하얀 색깔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냉이 꽃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웃어주고 있었다. 편 가르지 않고 공평하게 대해주는 그 모습에서 순수함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친구를 좋아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홀로 피어나지 않고 여러 개의 꽃 봉우리를 한꺼번에 피워내고 있었다. 우정을 과시하며 흔들리고 있는 정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노란 색으로 고고함을 자랑하고 있는 괴불주머니 또한 장관이었다. 다른 꽃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웃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나누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다 드러내놓고 있었다. 주는 기쁨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층층을 이루며 피워내고 있는 꽃 기둥에는 향기가 그득 담겨져 있었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고운 향을 내뿜어 보는 이의 마음에 기쁨을 채워주고 있었다.
이외에도 이름모를 풀꽃들이 모두 함께 노래하고 있었다. 파란색을 하고 있는 다섯 잎 꽃송이를 피우고 있는 풀도 있고 순결을 상징하는 하얀 색으로 앙증맞게 교태를 부리고 있는 풀도 있었다. 어느 풀 꽃 하나도 예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합창을 하고 있으니 경이로웠다. 진이는 말썽장이다. 어찌나 장난을 잘 치는지 모두가 고개를 옆으로 살래살래 흔든다. 그래서 그가 하는 말에는 모두가 신뢰하지 않는다. 그의 감탄하는 소리에도 반신반의하면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곳에서는 풀꽃들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으니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난꾸러기 진이에 대해서 놀랐고 그가 풀꽃들의 함성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풀꽃들은 유혹하고 있었다. 맑은 노래 소리로 손짓하고 있었고 함께 찬양하자고 춤추고 있었다. 하늘하늘 추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모두가 놀라 입을 닫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눈앞의 관경에 몽롱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진이가 말하였다.
“신기해서.” “신기하기는. 꽃들은 늘 이 자리에서 부르고 있었어.” “뭐라고 ?” “단지 우리가 듣지 못하였을 뿐이야.” “뭐라고 ?” “우리가 마음을 열지 않아서 들을 수 없었을 뿐이야. 마음을 열면 들을 수가 있어. 비우면 꽃들의 함성을 들을 수가 있어.” “정말이니 ?” “들리지 않아 ? 너희들도 지금 듣고 있잖아.” “와!” 아이들은 그의 말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말썽만 피우고 장난만 치고 있는 그였다. 그런데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듣게 되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깨달았다. 마음을 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관심을 키우면 열리는 것이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이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사실에 감탄하였다. 그동안 왜 그렇게 하지 못하였는지 후회하였다. 욕심 때문에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아팠다. 가지고 싶어 하던 것들은 모두가 냄새나고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쓰레기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탐욕이 얼마나 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툴툴 털어버리고 마음을 비웠다.
“괜찮아. 우린 친구잖아.” “맞아. 우리는 친구야.” 아이들과 풀꽃들은 친구가 되었다. 풀꽃들은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는 아이들이 고마웠고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를 얻게 되어 고마웠다. 풀꽃들은 그 동언의 서운하였던 마음도 사라졌다. 그 동안은 많이 야속하였었다. 아무리 불러도 들어주지 않아서 외로웠고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슬펐었다. 학교 울타리 밑에 관심을 보여주는 친구가 아무도 없어 섭섭하였었다. 그러나 이제는 친구들이 모여들고 있으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 또한 행복하였다. 잊고 살았던 소중한 보물을 되찾은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니 방해되는 것은 없었다. 풀꽃과 아이들은 함께 어우러져 하나가 되었다. 이들의 아름다움이 햇살이 반짝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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