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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을 불러 세상 아득히 너의 천 년을 전하러 왔다 독도 동해독도 - 고은 ‘독도에서’
새벽에 도착한 우리는 잠을 못자 부스스한 얼굴들로 온천에 가서 지장수탕에 몸을 담근 다음 간단하게 회를 먹으며, 붉게 타오르는 해돋이를 감상했다. 새해 아침이 아니라도 해돋이를 본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일일 게다. 해돋이를 끝내고 얼큰한 곰치국으로 속을 달랜다. 잠을 못잔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듯하다. 묵호항에서 씨플라워호를 타고 울릉도 도동항을 향해 떠났다. 가는 도중 울릉도로 향하는 골재운반선의 모습을 봤다. 울릉도는 오징어와 나물, 그리고 호박엿을 빼면 생산품이 없다나? 역시 건설공사를 위한 골재마저도 육지에서 날라야 하나보다. 나중에 보았지만 지난해 태풍의 급습 이후 파괴된 집들 가운데는 아직 원상회복 하지 못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독도지킴이 괭이갈매기와 김성도씨 부부 집을 내려놓고, 점심을 먹은 다음 다시 씨플라워호를 타고 독도로 향한다. 1시간 30분을 헤쳐 나가니 멀리서 가슴 벅찬 독도가 떠오른다. 북위 37도 14분 26.8초, 동경131도 52분 10.4초의 동도와 북위 37도 14분 30.6초, 동경131도 51분 54.6초의 서도이다. 우릴 반갑게 맞는 것은 독도지킴이 괭이갈매기. 독도의 동도와 서도를 비롯하여, 작은 섬들까지 온통 똥으로 자신의 관할구역임을 표시해놓은 귀여운 놈들이다. 괭이갈매기는 우리가 배에서 내리자 우리 주위를 비행한다. 또 한 마리는 작은 바위섬 꼭대기에 앉아 그 바위섬에 접근하지 말라는 양 눈을 부릅뜬다. 혹시 왜놈들이 아닌지 감시하는 것일까?
유일한 독도 주민으로 독도지킴이와 독도리장을 자처한 김성도씨를 만난다. 그는 이곳 독도에서 40여 년을 살았다나? 그는 서도에 작은 집을 짓고, 조그만 고깃배로 고기잡이를 하며, 아내 김신열씨와 살고 있다고 한다. 이춘호 선생도 김성도씨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살지 않으면 땅의 기운도 꺼지고, 일본이 넘볼 빌미를 준다는 것이다. 장마철에 방문한 우리는 화창한 날씨를 보며, 천운이라고 들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독도는 한해 중 55일 정도만이 맑은 날이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도가 거세져 배가 접안할 수 없는데 우리는 그 55일 중 하루를 선물 받은 때문이다. 그 어떤 사람의 농담처럼 이원영 회장이 기를 불어넣은 탓에 장마가 물러난 것일까?
아아! 독도였다. 일본이 말하는 ‘다께시마(죽도:竹島)’가 아닌 돌로 된 섬 독도(獨島)엔 겨레의 혼이 숨 쉬고 있었다. 독도에 무슨 대나무가 있다는 말인가? 그저 독도에 잠시 내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찬 감동을 우린 누린다. 회원들은 접안시설을 확충하고, 독도에서 좀 더 의미 있는 행사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짙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김성도씨 부부만이 아닌 더 많은 주민이 살아 실효적 지배를 확보하는 방향이면 좋겠다는 말들도 한다. 정부당국도 독도의 훼손을 적잖이 고민하고 있음일 것이다. 울릉도의 동동주는 나를 단순 사진사로 만들었다
전망대에서 마시는 울릉도 동동주 맛은 어떨까? 사진기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대는 내게 여성 회원들이 동동주를 권한다. 아! 그 동동주 맛에 나는 마구 셔터를 누르고 있다. 기자의 신분이 아닌 그저 회원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카메라맨으로 둔갑해 버렸다. 그래도 나는 동동주 맛이 좋다. 아니 동동주를 권하는 회원들이 좋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우리는 도동항 주변의 바닷가 산책로를 돌아본다.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 위를 철책에 의지하며, 헤집고 다니는 묘미를 맛본다. 정말 아름다운 산책로다. 일부 젊은 회원들이 새벽에 성인봉에 올라가 해돋이를 또 보겠다며, 서둘러 잠을 청한다. 그런데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1시간 30분의 산 오름만 남긴 채 그들의 성인봉행을 막았다. 계속 질척질척 내리는 비는 울릉도 일주를 방해한다. 울릉도는 천혜의 섬으로 구경할 데가 참으로 많아 보였지만, 버스에서 내려 둘러보기도 어렵고, 길 곳곳에 돌과 바위가 산에서 떨어지기 시작하여 운전기사도 긴장하고 있다.
중간에 울릉도 특산품이라는 호박빵과 호박제리를 생산하는 공장에 들른다. 회원들은 울릉도를 방문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하나씩 사둔다. 자연산 섬더덕을 파는 곳도 있다. 또 곳곳엔 이 지방 특산물인 취나물, 섬부지갱이 등 각종 나물 밭이 즐비하다. 버스 운전기사는 관광안내를 한다며 질펀한 성적농담을 마구 쏟아놓아 잠시 웃던 회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회원들은 별로 재미도 없고, 대부분 아는 옛 버전으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시원찮은 관광객을 반응을 보아 성적농담을 삼가야 했었다고 일침을 놓는다. 더군다나 끝 무렵엔 봉사료를 주지 않는다고 험한 길을 마구 내달려 탑승객들을 불편하게 한 것도 지적받아야 했다. 광광버스 기사들은 울릉도의 이미지 그것일 텐데 좀 더 생각하는 운전과 광광안내가 필요할 일이다. 회원들의 성숙함이 빚은 의미 있는 여행
많은 사람은 관광을 그저 놀고, 먹고 즐기는 것으로 일관한다. 하지만 그 끝은 무언가 남기는 일이 되어야만 할 일이다. 이 여행은 유일하게 참여한 초등학생 이택호 어린이의 일생에 중요한 나침반으로 작용할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국토사랑방'은 그저 단순한 관광이 아닌 나라 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주려는 염원이 만들어가는 모임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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