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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유명한 산에는 빠짐없이 절이 있고 그 절에 가면 어김없이 탑을 만나게 된다. 탑은 '탑파'의 줄임말이다. 탑파는 스투파(Stūpa)라는 범어를 한자어로 음역한 것이다. 탑은 부처의 몸이 머무는 장소다. 탑의 구조는 기단부, 탑신부, 상륜부 등 세 부분으로 돼있다. 우리나라에 산재한 탑 가운데서 세 부분이 모두 온전한 탑은 얼마나 될까. 기단과 탑신부까지는 남아 있는 탑이 많지만 상륜부까지 남아 있는 온전한 탑은 채 몇 개 되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꼽고도 남을 정도다. 탑의 상륜부는 노반을 기초로 해서 여러 가지 장식이 수직으로 꿰어져 있는 탑의 맨 윗부분을 말한다. 상륜부의 구조는 아래로부터 인도 탑의 기단에 속하는 노반→반구형 돔인 복발 →수미산 정상의 천계를 상징하는 꽃잎을 벌려놓은 듯한 앙화→신들의 세계인 33천을 상징하는 바퀴 모양의 테 장식인 보륜→인도의 귀족계층이 쓰던 우산과 비슷한 보개→불꽃 모양의 수연→구슬 모양의 보주·용차→중심을 뚫고 세운 철심인 찰주 순서로 돼 있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 탑 가운데 상륜부가 온전한 탑은 남원 실상사 3층석탑 등 5개 정도로 알고 있다(복원된 석가탑까지 포함하면 6개). 지난 7월 2일에 마곡사 5층석탑을 끝으로 우리나라 탑 가운데서 상륜부가 온전히 남아있는 6개의 탑을 모두 돌아본 셈이 되었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탑
용차가 반쯤 훼손된 것을 빼고는 거의 온전히 남아 있어 불국사 석가탑의 상륜부를 복원할 때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통일신라 시대를 대표하는 석탑이다. 탑 전체 높이 8.4m다.
석가탑보다 약 100년 가량 뒤에 만들어진 실상사 3층석탑을 따르다 보니 약간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상륜부까지 제대로 남아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석가탑을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탑의 전체 높이는 8.2m다.
몸돌 각 면마다 보살상과 사천왕상, 주악천인상과 천인좌상 등이 아름답게 조각된 걸작이다. 별다른 손상 없이 온전한 모습이지만 1980년 도굴꾼에 의해 파손된 것을 복원한 것이다. 전체 높이는 약 5m이다.
이 탑이 금색전 앞에 서 있는 것은 봉암사 초창기 금당이 이곳에 자리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전체 높이 6.3m다.
고구려의 탑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고구려의 탑 모양은 어떻게 생겼을까. 각종 문헌은 고구려 탑의 특징을 8각의 평면과 5층 이상의 다층 구조라고 전한다. 어쩌면 월정사 팔각구층탑은 고구려 탑의 형태를 계승하려는 의도로 조성된 것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사진으로 본 적 있는 1271년에 만들어졌다는 중국의 대표적인 라마탑인 북경 묘응사 백탑(白塔)의 축소판을 방불케 한다. 탑의 전체 높이는 8.7m다. 이상 상륜부가 온전히 남아있는 5개의 탑을 살펴보았다. 탑의 높이를 순서대로 배열하면 백장암 3층석탑→봉암사 3층석탑→ 석가탑→ 실상사 3층석탑→ 마곡사 5층석탑 →월정사 8각9층탑 순이다. 이 가운데 상륜부가 금속 재료로 된 탑은 월정사와 마곡사 탑 등 두 탑이다. 아름다운 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하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일종의 관용구처럼 회자하고 있다. 민족의 유산인 문화재를 바라보는 데 있어 '아는 만큼 보'거나 '아는 만큼 느끼'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람직한 일은 없을 터이다. 그러나 지식욕이나 느낌의 향유에서 그치고만다면 그 의미는 반감되고 말 것이다. 아는 만큼 보거나 느끼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하는 경지로까지 건너뛰지 못한다면 참으로 애석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탑은 우리나라 문화유산 가운데 중요한 유산이다. 우리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탑의 형태를 보고 우리 선조의 미의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가늠해 보기도 하고 전시대가 남긴 전통이 어떻게 재창조되었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 재창조된 탑을 보고 거기에 곁들여 있을 사회적, 종교적, 문화적 동기를 구명해냄으로써 그 시대를 살았던 선조의 의식과 시대정신을 유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세월 속에서 풍찬노숙하면서도 제 아름다움을 끝까지 간직해 준 5개의 석탑들에게 새삼스럽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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