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좋은 첩보 드라마 '아이리스'
입력 : 2009.10.18 23:24 / 수정 : 2009.10.19 02:23
200억 몸값 이상의 수익 내느냐가 관건
200억원이라는 돈이 배우의 이름을 사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4일부터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 '아이리스' 얘기다. 제작사와 방송사 간 힘겨루기 때문에 편성 여부를 두고도 삐걱거렸던 이 드라마는 막상 뚜껑을 열자 녹록치 않은 실속을 드러냈다. 방영 2회 만에 시청률은 25%를 넘어섰다. 이병헌·김태희·정준호·탑(최승현) 등 한자리에 모시기 힘든 스타들의 상승작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건 '블록버스터 첩보 액션'이라는 낡은 수식에 자꾸 눈길이 가는, 꽤 그럴싸한 전개와 화면이다.물론 미드(미국 드라마) '짜깁기' 흔적을 외면하기는 힘들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테러리스트 추격전('24'), 시신을 두고 벌어지는 검시관의 자세한 사인(死因) 설명('CSI'), 범죄를 예측하는 프로파일러 요원의 존재('크리미널 마인즈'), 심지어 사무실을 '점령'한 투명 보드('넘버스')까지 미드 초보자에게도 기시감(旣視感)을 안겨주는 장치가 즐비하다.
- ▲ 드라마 '아이리스'
하지만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국내에서 이런 폭발적 기세를 유지한다 해도 이 드라마가 과연 200억원 몸값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이느냐에 진정한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 제작비 수백억원 규모의 드라마는 400억원대 '태왕사신기'에 이어 두 번째. 2년 만이다. '태왕사신기'는 일부 투자자들에게는 수익을 안겨줬지만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에는 자금 악화설의 근원이 될 정도로 타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리스'가 앞으로 1년 이상 지속될 '머니게임'을 통해 자신의 상업적 가치를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한국 드라마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리스'는 그 규모는 물론, 영화 자본과 기술이 앞장서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국식 드라마 산업 발전 경로에 근접한 시도로 그 여파는 더욱 클 것이다. 일본 시장의 움직임도 관건이다. '아이리스'의 주수입원 또한 '태왕사신기'처럼 현해탄 너머. 배용준 못지않은 열도의 한류 스타 이병헌을 내세운 이유다. 게다가 남북 간 대결 상황은 이제 한국보다는 일본 대중이 더 흥미로워하는 소재. 이 드라마의 냉전적 설정이 일본 내 한류의 기원 역할을 했던 영화 '쉬리'와 상당히 닮아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극 초반에는 일본 적군파 요원까지 등장하지 않는가?
여기서 또다시 마음에 걸리는 건, 이런 절체절명의 승부에 재를 뿌리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다. KBS는 최대 30억원 제작비만 지원하면서도 일본을 제외한 해외수익의 25%를 5년간 갖는다는 조건을 고집해 제작사와 마찰을 빚었다. MBC조차도 2007년 '태왕사신기'의 방영권을 가져가면서 그에 따른 저작권을 포기했었다. 채널을 독점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국내 콘텐츠 산업에 어떤 장애물이 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런 미디어 환경이라면 장담할 수 없으니 더 한심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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