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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최초 2단 로켓 `신기전`

세계최초 2단 로켓 '신기전' 다시 쏘다

입력 : 2009.10.19 03:24 / 수정 : 2009.10.19 03:47

여진족 혼내주던 '공포의 병기' 500여년 만에 복원 발사 성공

조선 세종 30년인 1448년, 여진족이 두만강 건너편에 진을 치고 국경을 넘을 태세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강건너에서 불을 뿜는 화살들이 하늘 가득히 날아 왔다. 장정 3명 크기의 기둥이 날아 와 군막을 박살 냈으며, 하늘에선 폭탄이 쉴 새 없이 터졌다. 15세기 세계 최강의 로켓 부대인 조선군에 덤빈 대가였다.

그로부터 561년이 지난 17일 오후 대전 갑천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채연석 박사가 복원한 조선의 로켓 신기전(神機箭)이 다시 하늘을 날았다. 한 번에 100발이 날아가는 불화살은 오늘날 다연발 로켓에 못지않았으며, 지난 8월 발사된 나로호처럼 1·2단 로켓으로 구성된 조선의 로켓도 선을 보였다. 대전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를 기념해 열린 '신기전 축제'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은 고려 말(1377년) 화통도감(火火甬都監)에서 최무선이 만든 주화(走火)로, 세종 30년에 소(小)·중(中)·대(大)·산화(散火) 신기전으로 발전했다. 신기전은 '귀신 같은 기계 화살'이란 이름 그대로 화약의 힘으로 날아가는 화살이다. 종이를 말아서 만든 로켓엔진인 약통에 화약을 채워 화살 앞부분에 장착했다. 소신기전의 길이가 1m15, 중신기전은 1m45, 대·산화신기전은 5m30이다.

지난 17일 대전 갑천변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차에서 소·중 신기전이 발사되고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주화는 실물이나 설계도가 남아 있지 않지만, 신기전은 1474년 편찬된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의 병기도설(兵器圖說)에 상세 설계도가 남아있다. 채 박사는 이를 토대로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신기전과 발사대인 화차(火車)를 복원, 첫 발사에 성공했다. 소·중신기전은 처음엔 1발씩 발사했지만, 문종 때(1451)부터는 화차(火車)에서 100발씩 발사됐다. 채 박사는 "이번에는 추가 문헌조사를 통해 당시 모습에 더욱 가깝게 복원한 신기전들과, 소신기전을 모델로 처음 복원한 주화를 발사했다"며 "신기전은 밀리미터(㎜) 단위의 정확도에다 현대적인 로켓 제작방법을 사용한 당대 최고 수준의 로켓"이라고 말했다.

특히 산화신기전은 루마니아의 핫사 로켓(1529)보다 80년 앞서 개발된 세계 최초의 2단 로켓이다. 1단 로켓 격인 약통이 다 타면 2단 로켓인 지화(地火)가 점화돼 화살이 하늘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마지막에는 종이 폭탄이 폭발한다. '불꽃이 온 사방으로 흩어지는 신기전'이란 이름 그대로다.

채 박사는 지난 15일 국제우주대회에서 산화신기전에 대한 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허환일 교수도 "채연석 박사와 함께 지난해 복원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대신기전은 비행거리가 1㎞나 되는 15세기 최대의 로켓 무기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