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기를 모으고 주작 부르고 … 중국의 야망 담긴 ‘비밀 코드’ 풍수 [중앙일보]
풍수 전문가 자문 거친 주경기장
역대 왕조 기운 받는 최적의 장소
마스코트는 오행설 따라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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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의 위치가 대표적 예다. 이 경기장에서 남쪽으로 일직선을 그어 내려가면 중러우(鐘樓)·구러우(鼓樓)·구궁(古宮·紫禁城)·천안문 ·마오쩌둥(毛澤東)기념관·첸먼(前門) 등을 차례로 만난다. 모두 세계적인 역사 유물들이다. 중러우와 구러우는 왕조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던 곳이다. 구궁은 세계의 중심이라 여겼던 중국 황제들의 거처이며, 첸먼은 황제의 거처로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었다. 홍콩 풍수학자 쉬리원(許麗雯)은 “세계 최강을 자랑했던 중국 역대 왕조들의 기를 받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이를 계기로 중국의 세계 부상을 기원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첸먼 남쪽으로 다시 선을 그으면 베이징 시민들이 즐겨 찾는 충원(崇文) 재래시장과 역대 중국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톈탄(天壇)으로 이어진다. 황제들의 염원을 받아 백성(충원시장)들을 편하게 하고, 이 기운을 다시 올림픽으로까지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주경기장 별명인 ‘냐오차오’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일반인들은 ‘새 둥지’로 직역하지만 이면엔 더 심오한 뜻이 숨겨져 있다. 주경기장 설계자 중 한 명인 미국 국적의 화교 레오밍페이는 냐오차오는 고대 중국에서 태양을 지칭했던 ‘진냐오(金鳥)’라는 말에서 따 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이라는 세계의 태양 속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또 새라는 뜻의 ‘냐오(鳥)’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수호신이라며 신성한 동물로 섬기는 네 마리 동물 중 하나인 주작(朱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경기의 44%가 열리는 올림픽 공원도 베이징시 중심축 북단에 위치하고 있는데 중국 5000년 역사의 연속선에서 올림픽을 해석하는 한편 중국을 이롭게 하려는 포석이다. 홍콩 도교연합회 해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최고의 생기와 체력을 자랑하는 수만 명의 선수가 공원 부근에서 경기를 하는 동안 그 기(氣)가 시 중심축의 기운을 타고 중국 전역으로 퍼져 중국인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도록 하기 위함이다.
올림픽 마스코트인 푸와(福娃·복덩이)의 다섯 가지 형상도 우주 원리를 설명하는 중국 전통사상인 오행설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푸와 베이베이(貝貝·물고기)는 물(水)을, 징징(晶晶·판다)은 나무(木)를, 환환(歡歡·성화)은 불(火)을, 잉잉(迎迎·영양)은 흙(土)을, 니니는 쇠(金)를 각각 상징한다. 우주 만물의 원리가 올림픽 상징물에 그대로 녹아 평화롭고 성공적인 올림픽을 기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기도 하다. 다섯 가지 형상의 마스코트에는 또 중국인들이 바라는 5복(福), 즉 장수와 부귀영화·건강·덕성·선종(善終)의 의미도 담겨 있다.
올림픽 개막을 8월 8일 오후 8시로 정한 것도 팔(八)자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풍수 사상과 무관하지 않다. 팔자의 중국어 발음 ‘빠’는 돈을 번다는 파차이(發財)의 첫 발음 ‘파’와 비슷하다. 베이징의 경우 8월은 삼복더위에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큰 달인데도 중국인들은 초자연적 풍수 사상에 올림픽의 모든 것을 맡기고 국운 상승을 염원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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