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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맛집

< 안동맛집 > - 무뚝뚝하지만, 깊은 맛이 있는 안동의 맛집들장은숙

내 여행의 중점은 사진 촬영,

울 남편의 여행의 중점은 먹거리.(하긴, 난 먹는 것도 좋아라 한다.ㅋㅋ)

각자 조금씩 맞추고 양보해야 즐거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에

난 최대한 먹거리에 신경을 쓴다.

난 맛집 정보를 언론 매체에 의존하는 편은 아니다.

주로 현지인과의 접촉(?)을 통해 얻는 편이다.

그런데, 지난 안동 여행에서 맛본 음식들과 거기서 맛난 안동 사람들은...

내게 맛집과 음식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했다.

얼마전, 재미있게 봤던 만화 '식객'에 감동적인 구절이 있었다.

"맛집이 사람 입맛에 맞추다 보면 고유의 맛은 사라져요. 내가 음식을 정성껏 똑같이 하면 사람들이 그 음식 맛 보러 오지요."

안동에서의 맛집들이 그랬던 것 같다.

'안동'하면 떠오르는 것이 헛제사밥, 간고등어, 찜닭 정도였으니...

얼핏 메뉴만 들어보면 뭐 별거 아닌 것들이다.

헛제사밥은 제사를 안 지냈을 뿐, 제사 음식 그대로일 것 같고,

간고등어는 소금간을 한 고등어일 뿐이고,

찜닭은 부산의 찜닭과 별반 차이가 없을 듯한...

하지만,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그건 음식만을 먹는 건 아니다.

만든 사람의 정성, 철학, 그 지역의 문화까지 함께 먹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이란 철저히 그곳 사람들의 생존의 방법일 뿐이다.

우리는 '여행'이니, '관광'이니 하는 명분으로 잠시 끼어든 방문객일 뿐이다.

그곳 사람들의 입장에서 음식이 생겨난 유래, 맛의 특색 등을 이해한다면 훨씬 행복한 식사가 될 것이다.

1. 안동 찜닭

사실, 찜닭의 유래는 잘 모르겠다.

부산에도 찜닭이 있는데, 그것이 안동식인지 부산식인지도 잘 모르겠고...

안동에서 직접 찜닭을 먹어본 결과...일단 양념이 부산 찜닭은 그저 '간장 조림' 같은 느낌이었다면,

안동 찜닭은 그 이상의 뭔가가 있는 듯한 느낌.

특히나 당면이 엄청 쫄깃했다는 거.

찜닭은 안동 구시장을 중심으로 상가가 밀집해 있다.

그 중 유명한 곳은 '중앙 통닭'과 '현대 통닭'인데, 우리는 현지인의 추천으로 중앙 통닭에서 먹었다.

가격은 균일하게 18,000원이며, 공기밥은 별도다.

양은? 우리가 무지 배가 고픈 상태였으나 절반 겨우 넘게 먹었다. 공기밥도 하나밖에 안 시켰는데.

대자, 소자가 따로 없고 무조건 18,000원이다. 그리고, 찜닭집엔 프라이드 치킨 종류도 판매한다. 담에 먹어봐야지.

중앙통닭 : 안동 구시장 찜닭 골목 입구에 위치, 054)855-7272

사진엔 없지만, 함께 주는 물김치와 배추김치가 또한 일품이었다.

2. 헛제사밥

옛날 안동의 선비들이 밤에 공부를 하다가 배는 고프고음식 먹기엔 하인들 눈치가 보일 때

"제삿밥 남은 거 없느냐?"하며 만들어 먹었다는 헛제사밥.

어쩌면 유교 문화의 중심지인 이곳을 대표하는 역사와 배경이 담긴 음식일지도 모르겠다.

안동댐 월영교 앞의 '까치구멍집' 054)855-1056이 가장 유명한데...

허름한 가게가 돈벌고 가게를 옮기면 맛이나 여러 가지가 변한다는데...

이 집도 그래서일까? 아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맞닥뜨린 단체 여행객 때문이었을까?

30분 넘게 기다려 먹은 헛제사밥은...'상징적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헛제사밥이 뭔가 대단한 음식일 거라는 기대를 하기보다는...

그래도...그 의미를 생각한다면 한번 먹어봄 직하다.

참고로, 푸짐한 음식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양반상을 주문해서 드시길~

정말 제사상에 올랐을 법한 각종 생선과 전들이 올라 오고~

놋그릇에, 나물을 비벼 먹는 밥...조선간장에 비벼 먹어야 제 맛이라는데, 난 고추장이 더 좋아서...

그리고, 사진엔 없지만, 맑은 탕국이 의외로 시원하고 맛있었다.

3. 안동 간고등어

내륙 지방에서 생선을 맛보기엔 쉬운 일이 아니라서 수송과 보관의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는 안동 간고등어.

그런데, 저 고등어 한마리가 식당에선 2인분이다. 생선이 지천인 부산에 사는 내겐 이해가 안되는 얘기지만...

여긴 '안동'이다.

암튼, 따로 간고등어 집을 가지 않고 헛제사밥을 먹으며 추가로 시켜 먹은 간고등어지만, 참 맛났다.

요즘은 유통도 발달한 시대인데, 유독 안동에서만 고등어값이 비싼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간고등어 구이 정식을 먹으려면,까치구멍 바로 오른쪽에 위치한 '안동 간고등어 양반밥상' : 054)855-9900이 제일 잘하는 곳이라 하니 참고하시길!!

4. 막창

안동에서 웬 막창이냐고?

운전과 강행군으로 지친 울 남편, 술 한잔 하고 싶단다.

평소엔 술을 거의 안 마시지만, 여행을 가면 술 먹기 좋아하는 남편.

미리 알아둔, 유명한 막창집으로 갔다. 부산의 막창이나 곱창과는 어떻게 다른 맛일까?

안동엔 '안동 소주'도 유명하지만...그건 너무 독하고, 이런 순~한 안동 소주도 있더라.

막창. 여긴 특이하게 된장으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더라. 근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듯~

나중엔 그 소스가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되었다. 서울 막창 : 안동 구시장 내 막창 골목에 위치, 054)854-2881

이 집, 조금만 늦게 가면 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맛은 내가 보장한다.

5. 고택에서의 아침상

안동의 대부분의 고택들은 숙박을 하면 원하는 사람에게 식사를 제공해 준다. 1인분에 5천원.

특별한 기대 없이 먹었는데...새벽부터 준비하신 음식들이 하나하나 어찌나 맛있었는지...

팔순 가까이 되신 할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먹는 것 같아 미안스럽기도 하고, 넘넘 고마웠다.

그 중에 < 안동의 대표적인 토속 음식 > 을 소개하면...

(1) 북어 보푸리

태어나서 첨 먹어 봤다. 북어포를 두드려서 가루처럼 만든 뒤, 양념한 거다.

명태포로도 한단다. 맛있었다. 깔끔담백고소~

(2) 집장

언젠가 TV에서 본 적이 있다.

전국의 '장'을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안동/봉화 지역에서 만들어 먹던 것.

무척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맛보았다.

울 남편은 보기에 이상했는지-음식에 있어 울 남편은 실험정신이 떨어진다.ㅋㅋ-손에도 안 대더라만,

난 달콤하니 맛있더라.

이곳 외에도 요즘 안동의 고택에선 이런 전통 상차림 메뉴를 특화하여 판매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당고택'의 밥 또한 맛있다 하니 참고 하시길~

6. 버버리 찰떡

'버버리(Burberry)'. 그래, 안동의 '명품' 떡으로 인정해 주마.

맛집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버버리 찰떡'.

떡 좋아하시는 시어머니 생각이 나서 전화번호랑 위치를 알아뒀었지.

여기서 잠깐!!

'버버리 찰떡'의 유래를 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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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이던 1920년경 가난한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서 김노미 할머니께서는 길거리에서 떡을 팔았데요.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 떡 장사를 하다가, 안흥동 철둑길(안동-예천)밑에 집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찰떡 장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떡집은 떡 사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답니다.

김노미 할머니 슬하에 2남3녀를 두었는데, 그중 둘째 아들이 언어장애(벙어리)가 있었다고 해요.

그 당시에 이 떡집에는 간판이 없어서, 사람들은 ‘벙어리네 집’이라고 부르던 것이, 오늘날까지 상호로 불러지고 있는 것이랍니다.

김노미 할머니가 찰떡장사를 하실 때, 손님이 “벙어리 찰떡 주소” 하면

“이놈들아 너들은 벙어리 안 되라는 법 있느냐” 하며 크게 화를 내셨던 것은 물론이고, 찰떡도 안 파셨다고 해요.

떡집 아들이 벙어리여서 ‘벙어리 찰떡’이 되어버린 기막힌 사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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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버버리 찰떡은 초기 사장님의 아들이'벙어리'('버버리'는 '벙어리'의 경상도 방언)여서 생겨난 말이란다.

또 다른 설로는 이 떡이 한입 베어 물기엔 제법 커서 떡을 베어 물면 말을 할 수 없는 벙어리처럼 된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암튼 찹쌀을 고두밥으로 지어서 떡메를 치고 만든 전통 찰떡으로 안동에선 가가호호 해먹던 전통있는 떡이란다.

그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버버리 찰떡도 사라졌는데...지금의 사장님이 그 전통을 되살렸다고 한다.

이름 사용료는 후손들에게 지불했는지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먹는 이 찰떡이 원래의 그 맛과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줄을 서서 만들기 바쁘게 사가는 걸 보면, 유명한 집인 건 확실한 것 같더라.

맛은? 물론...맛있었지. 하나에 500원. 하나씩 낱개 포장을 하면 600원(포장비가 백원이나?).

저녁 7시 이후에 가면 포장된 것도 500원에 판단다.

사실, 첫날 밤에 숙소로 가는 길에 몇 개를 사보았지. 맛 보기 위해서...

요렇게 다섯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맛있다.

드셔 보신 울 시어머니, 친정 엄마, 모두 맛있다고 하시더라.

버버리 찰떡 홈페이지 : http://www.buburi.com/ 054)843-0106→ 인터넷으로 주문 가능, 전국 택배 배송.

그외 가보고 싶었으나 못 가본, 꼭 가볼 맛집들...

-건진국수: 이춘백초가, 성곡동 안동민속촌(054-821-8644)

-칼국수조밥: 선미식당, 삼산동 대동루 옆(054-857-8498)

-쇠고기, 생갈비: 서울식당, 동부동 파크호텔 부근(054-859-6264, 017-505-6264)

에필로그...

안동의 음식점에선 친절을 기대하지 마라.

원래 성격이 그렇단다. 하지만, 한번 마음을 주면 끝까지 준다는데...

뜨내기 손님인 우린 그저 한번의 소홀한 접대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일 뿐이다.

경상도 사람인 나도 무뚝뚝하다 느끼니, 서울/경기 지역에서 온 사람들의 느낌은 안 봐도 뻔하다.

하지만...우리가 음식을 먹는데 '친절'이란 것이 음식맛을 좋게 하는 상승 효과는 있지만,

그게 얼마나 중요할까?

배짱 장사 같아서 기분 나빴다는 내 말에, 안동분은 그리 말씀하신다.

배짱 장사가 아니고, 처음에 손님 없을 때도 그랬다고. 불친절한 게 아니고, 무뚝뚝한 거라고.

그래서 어떤 이는 안동에 한번 와보곤 다시는 안동 안 온다는 말도 한다고.

좁은 땅덩어리지만, 참 구석구석 볼 것도 많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우리가 어떤 지역을, 그 지역의 사람을,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피상적인 말인가?

좀더 많이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맛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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