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쥐치가 산지에서는 넘쳐나고 있다. 혹자의 말로는 50년만의 대풍이란다. 절정일 땐 1만원에 15~20여 마리를 먹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쥐치와대게가 풍성한 강구로 떠나보자. 강구교에서 바라본 강구항은 대게 천국이 따로 없다. 어림잡아 1백여 곳 이르는 대게집이 성업중이다. 강구교를 건너면 세계 최고 크기라 할 수 있는 대게 조형물이 건물 외벽에 설치되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저 놈 한 마리면 족히 2~3백명은 먹고도 남겠다. 이제는 브랜드가 되어버린 영덕대게도 이곳 강구에서 판매되는 대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이곳의 대게가 모두 여기서 나는 건 아니다. 울진이나 구룡포 등지에서 잡은 것들도 이곳 강구항으로 들여와 판매된다. 강구는 대게의 집산지이지 주산지라 할 수는 없다. 구 다리인 강구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쭉 가다보면 항 끝에 큰 건물이 서있다. 이곳이 동광어시장이다. 어시장 입구에는 난전이 펼쳐져 있는데 대게를 비롯해 갖가지 생선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다. 진열해 놓은 대게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찍으려면 이 정도 되는 것을 찍어야 한다며 박달대게를 들어 보인다. 서울에서는 15만원에도 먹기 어려운 게 7만원이라고 한다. 오징어가 물을 쏘아댄다. 투명에 가까운 오징어를 채 썰어 초장에 비벼 보고도 싶다. 거기에 차가운 소주를 곁들이면 더욱 좋겠지. 미주구리, 도다리 등 강구는 자연산 잡어들로 가득하다. 이것들을 뼈째 막 썰어 먹는 게 이제는 강구막회라는 고유명사로 불리 우고 있다. 쥐치가 풍어답게 가장 흔하게 보인다. 2만원에 씨알 굵은 걸로 댓 마리 회를 떴다. 세 마리는 포를 나머지 두 마리는 뼈째썰기(세꼬시)를 했다. 어시장 왼쪽 편에 있는 P집이 매운탕을 잘 끓인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서니 잔칫집마냥 사람들로 미여 터진다. 혼자서 회를 대하기엔 적당치 않아 다시 나왔다. 매점에서 소주 한 병, 초장, 와사비를 구입해 방파제 쪽으로 가 자리를 폈다. 먹는 맛보다는 먹는 재미를 선택한 것이다. 쥐치회가 생각보다 양이 많다. 절단면의 매끄러움에선 생기마저 느껴진다. 초장에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탱글탱글한 식감은 잇새에서 탈출하려 한다. 간혹 씹히는 뼈에선 고소함이 감지된다. 내 이 녀석을 만난 기념으로 기꺼이 소주 한 잔 따르마. 아뿔사! 잔이 없구나. 분명 종이컵도 달라 했는데 못 들었거나 깜빡 했거나 둘 중에 하나리라. 한밤중도 아니고 대낮부터 병나발을 불수는 없는 일. | ▲ 동광어시장 뒤에는 누추한 포장마차가 있다 | ⓒ 맛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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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 포장마차가 보인다. 싸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분위기로 보아 뱃일하는 사람들이 한 잔 하는 장소인 듯하다. 자릿세라도 낼 요량으로 가져간 소주는 놔두고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주인 아주머니의 말을 들어보니 대게도 팔고 있다 한다. 강구답다. 포장마차에서 대게라니. 이곳의 바깥양반이 직접 잡아와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게양념무침을 잘한다고 한다. 오호~ 대게양념무침이라. 대게는 아직 살이 70~80프로 밖에 차지 않아 맛이 덜하지만 대게양념무침이란 신 메뉴는 맛보지 않을 수가 없지. 혼자서 먹는 덴 1만원짜리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2만원, 3만원 등 만들어 달라는 대로 해준다고 한다. 만드는 과정을 살짝 엿보았다. 활 대게 두 마리를 다리부터 잘라 넣고 몸통도 나눈다. 내장도 쓸어 담는다. 대파는 큼직하게 썬다. 마늘, 고춧가루, 설탕을 넣는데 까진 좋은데 미원도 조금 넣는다. 윽! 말릴 틈도 없이. 맛객처럼 미원에 거부 반응이 있는 사람은 주문 시 빼 달라고 해야 한다. 아무튼…. 양념에 간장을 베이스로 해서 무쳐 내는 게 대게양념무침이다. 홍게로 만들면 더욱 맛있다는데 글쎄…. 언젠가 홍게양념무침을 먹을 기회가 있으려나. 대게다리를 입에 넣고 쪽 빨면서 깨무니 살점이 육즙이 되어 흘러내린다. 양념게장 속살의 진득함보다 옅은, 그러나 맛은 진하다. 단삼한 대게의 맛이 매콤한 양념과 결합해 더욱 복합적인 맛으로 다가온다. 뒤끝에 남는 매콤함으로 인해 계속 당긴다. 술안주로 먹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더욱 좋고 3~4일 숙성 후 먹으면 맛이 기똥차게 돋는다고 한다. 숙성의 맛도 좋지만 지금 이 상태의 신선한 맛도 아주 그만이다. 어느새 쥐치회가 한데로 밀려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