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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타짜’에서 인기몰이 장원영

동봉 2008. 11. 24. 15:47

“ ‘타짜’ 계동춘이 제 진짜 이름 같다고요?”
드라마 ‘타짜’에서 인기몰이 장원영
전현석 기자 winwin@chosun.com

▲ 만화방이나 PC방에서 방금 나온 추리닝 차림의 백수 동네형 같은 느낌이 난다고 하자 장원영은 "그게 사람일 것 같다"고 동문서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고, 어쩌면 그런 걸 그리워할 수도 있어요. '네 연기 자체가 쌈마이(삼류)야' 그러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쌈마이' 연기를 제대로 했다면 그건 칭찬이겠죠." /성진희 키위스타 PD keywuistar@chosun.com

34세 나이에 비해 좀 많이 벗겨진 머리, PC방 혹은 만화방에서 반나절 이상 보내다가 나온 듯한충혈된 눈, 다듬지 않은 콧수염과 턱수염…. 외모만 뜯어봐도 극중 이름 ‘계동춘’이 그의 진짜 이름 같다. ‘본명 장원영보다 계동춘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드라마에서처럼 다소 어눌한 하이톤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처음에 드라마 감독님께서 저한테 자꾸 욕을 하세요. 자꾸 이름 앞에 ‘개’를 붙이더라고요. ‘개~동춘아!’ 이렇게요. 저는 3회 정도가 돼서야 알았어요. 그게 ‘개’가 아니라 ‘계’더라고요. 극중 제 역할에 빨리 익숙해지라고 평소에도 계동춘으로 불렀던 것 같아요. 이제 드라마도 거의 끝나서 떠나 보내야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니 아쉽네요.”

SBS드라마 ‘타짜’에서 ‘아귀(김갑수)’의 부하 계동춘 역으로 나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장원영은 20일 인터뷰 약속 장소인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 매니저와 함께 나타났다.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이라면 누가 매니저고 누가 배우인지 몰라볼 것 같았다. “드라마 촬영 때만 매니저가 차를 태워줘요. 평소에는 운전 면허가 없어서 지하철이고 버스고 그냥 타고 다니는데 요새 사람들이 많이 알아 보더라고요. 특히 팬들이 미니홈피에 와서1촌 신청을 많이 합니다.”

그는 ‘타짜’가 첫 드라마 출연이지만 주연 배우 장혁이나 김민준, 한예슬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적어도 인터넷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네이버 인물 캐릭터 검색순위에서 계동춘은 MBC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 바로 밑이다. 분명 악역인데 네티즌은 ‘귀엽다’고 난리다. 능글맞은 듯 순진하고, 악질인데도 착해 보인다. 목소리 때문일까?

“제 외모랑 목소리가 너무 다르긴 하죠. 외모는 처음 보면 혐오감을 주기도 하지만요. 모든 연기는 자기 안에서 시작이 된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장난기가 많은 것 같아요. 제 눈에 특히 장난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눈웃음). 그리고 저는 착한 배우를 좋아해요.”

장난기 가득한 특유의 애드리브도 인기 상승에 한 몫 했다. ‘아프지? 파스 발라라~’ 같은 평범한 즉흥 대사도 그의 표정과 몸짓이 섞이면 웃음이 터진다. 고등학교 때부터 20년 가까이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처음에는 실수할까봐 애드리브는 엄두도 못 냈다”고 했다. “제가 은근 왕소심한 성격이에요. 즉흥적으로 뭘 하다가 NG를 내면 30~40명이 넘는 배우와 제작진 모두 고생하잖아요? 그런데 드라마 중반쯤부터 감독님, 배우들하고 친해지니까 쉬는 시간에 쳤던 장난이 애드리브로 나오더라고요.”

장원영은 ‘그놈목소리’, ‘마을금고 연쇄습격사건’ 등 영화에도 조연으로 출연했다. 작년 겨울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 오디션에 떨어진 이후 마음 고생을 했다고 고백했다. “5개월 동안 돈 한 푼 못 벌었어요. 처음엔 집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았죠. 그럴 때 저에게 연기를 가르쳐주셨던 대학 선생님의 전화가 큰 힘이 됐어요. ‘배우는 연기할 때보다 연기하고 있지 않을 때가 더 중요하다. 일 없다고 절대로 낙심하지 말고, 슬기롭게 준비하고 활동적으로 다녀라’. 뒤에서 저를 생각해 주시는 선생님, 선배들이 있는데 물러설 수 없었죠. 단역이고 잠깐 나오는 역할이라 해도 대충 연기할 수 없었어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으니 이제 돈은 좀 벌었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가로 젓는다. “방송은 다 끝나고 나서 돈을 주잖아요? 그래도 안 죽고 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빨리 만화장(책장)을 장만해서 제가 좋아하는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같은 만화책을 진열해 놓고 싶은데 돈이 없네요.”

그는 현재 장편 영화 출연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그나마 있는 머리를 다 빡빡 밀어야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첫 장면이 온 몸을 홀딱 벗고 서울 논현동 사거리를 새벽에 걸어가는 거래요. 살은 40kg까지 빼라는 데 정말 무리한 부탁이죠?”

기자는, 빠짝 마른 빡빡머리 장원영이 어스름한 새벽 서울 논현동 사거리를 홀딱 벗고 걸어가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왠지 슬픈 듯 웃길 것 같았다.

▲ 장원영이 드라마 '타짜'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장면 중 하나다.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연습을 많이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쪽대본으로 작업을 해야 하니까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도 (김)민준씨랑 하는 부분은 서로 전화로까지 불러내서 연습을 좀 했어요. 제가 '완전히 제압당하게, 옴짝달싹 못하게 목을 꽉 잡아달라'고 했죠." /SBS드라마 '타짜'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