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

64번째 얘기 <배신과 용서>

동봉 2007. 1. 30. 17:08

64번째 얘기 <배신과 용서>

이발 다니다 보면 가끔은 같은 사람을 다른 장소에서 만나게 됩니다.


오늘도 용산역서 이발해주던 몇사람이 무료 점심급식을 하고 있는 방배동에 있는 천주교 복지관에 와서 나한테 이발을 했습니다.


그들 모두 몇 년전부터 나한테 이발을 하던 사람들이며 그 중의 60세 중반의 최씨는 나와 상당히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해주는 이발이 맘에 들어서인지 나 하는일이 좋아보여서 인지 한달에 한번은 밥은 안 먹어도 꼭 이발을 하러 나를 찾아 옵니다. 그러다 보니 친해져서 자기신상과 지난날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히 얘기를 해주곤 합니다. 그리고 이발이 끝나면 언제나 작은 음료수 하나라도 꼭 사다 주고 갈 정도로 감사와 배려도 합니다.


허지만 지난날의 시행착오와 과도한 음주 때문에 가족들과는 같이 살지 못하고 혼자서 방을 얻어 살고 있습니다. 같이 얘기를 하다보면 지난날에 대해서 후회와 반성을 많이 하고 있고 따라서 지금이라도 바르게 살려고 신앙을 갖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다만 만성적인 허리 디스크 때문에 일을 못하니 아주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 최씨가 이발의자에 앉자 마자 2주전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분해하며 허탈해 하는겁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30대의 노숙자가 딱해 보여 자기집에 재울 생각으로 데려갔다고 합니다. 데리고 가며 그를 위해 다음날 해주려고 정육점에 들려 없는 돈에 고기까지 사서 갖고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니 그 젊은이가 최씨의 갖고 있는 현금의 전부인 8만원을 갖고 사라져 버렸다고 합니다.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전날 사온 고기를 정육점에 갖고가서 최씨의 심부름이라고 하며 현금으로 바꿔 갔다고 합니다. 현금 욕심을 낸건 그런대로 이해하려 노력을 하지만 환불해 간 고기에 대해선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일이 있은 후 처절한 배신감에 며칠을 계속해서 그 젊은이를 찾아 서울 시내를 배회했고 그를 찾지는 못하고 술에 깊이 취해 지냈으며 이제사 좀 진정은 되지만 아직도 그 젊은이가 도저히 용서도 안되고 배신감이 가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도 비슷한 경우를 당해 봤기에 그의 그런 분노를 충분히 이해됩니다. 허나 만나기만 하면 그냥 놔두지 않겠다는 그를 말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봐야 그 젊은이가 뉘우칠것 같지도 않고 최씨의 분노도 별로 가실것 같지가 않아서 입니다. 그래서 최씨에게 그 젊은이를 만난다면 차라리 밥이라도 사주면서 조용히 알아듣게 타일러 보라고 권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그를 만날 경우 최씨가 그렇게만 해 준다면,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에 나가서 서로의 사죄와 용서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나 나름대로의도움을 주고싶습니다.


2007년 1월 29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