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

[한자 이야기]<55>窮不失義(궁불실의)

동봉 2007. 2. 13. 07:30

[한자 이야기]<55>窮不失義(궁불실의)



지난 53호에서 孟子(맹자)에 나오는 ‘達不離道(달불이도)’라는 말을 소개하였다. 그런데 이 말 바로 앞에는 ‘窮不失義(궁불실의)’라는 말이 나온다. ‘窮’은 ‘다하다’라는 뜻이다.

‘窮極(궁극)’은 ‘극도에 이르기까지 다하다’라는 뜻이므로 결국 ‘극도에 도달하다’라는 말이 되고, 극도에 도달하면 더는 나아갈 곳이 없으므로 ‘窮極’은 ‘끝마치다, 마지막’이라는 뜻도 갖는다. ‘다하다’는 노력을 다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窮’에는 ‘연구하다’라는 의미도 생긴다. ‘窮理(궁리)’는 ‘이치를 연구하다’라는 뜻이다. ‘다하다’는 재산이나 재물을 다하는 것을 나타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窮’에는 ‘가난하다’라는 뜻도 있다. ‘貧窮(빈궁)’은 ‘가난하고 가난하다’라는 뜻이다. ‘다하다’는 끝까지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 끝까지 다하면 더 나갈 곳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窮’에는 ‘막히다’라는 뜻도 생겨난다. ‘窮地(궁지)’는 ‘막힌 곳, 막다른 곳’이라는 말이다. ‘가난하다’라는 뜻과 ‘막히다’라는 뜻에서 ‘불행, 곤궁, 어려움’이라는 의미도 나온다. ‘窮不失義’의 ‘窮’은 ‘불행, 곤궁, 어려움’이라는 말이다. ‘失’은 甲骨文(갑골문)에서는 화살이 날아가는 것을 나타낸다. 이로부터 ‘날아가다, 벗어나다, 풀어주다’라는 의미가 나타났다.

그러므로 ‘散(흩어질 산)’과 함께 쓰인 ‘散失’은 ‘흩어져 달아나다’라는 말이다. 어떤 사물이 나로부터 날아가거나 벗어나면 곧 잃는 것이 되므로 ‘失’에는 ‘잃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따라서 ‘失望’은 ‘희망을 잃다’라는 말이고, ‘失格(실격)’은 ‘자격을 잃다’라는 말이다. ‘잃는 것’은 ‘잘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失’에는 ‘잘못’이라는 의미도 있다. ‘失策(실책)’은 ‘잘못된 계책’이라는 말이다. ‘義’는 ‘올바름, 도리, 정의’라는 말이다. 이러한 의미를 합치면 ‘窮不失義’는 ‘어려움에 처한 경우에도 도리를 잃지 않아야 한다’라는 말이 된다.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흔히 행동의 기준이 흔들린다.

그러나 그러한 때에도 도리, 정의, 올바름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맹자의 생각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