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4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 입구. 바람이 찼다. 몸으로 느껴지는 바깥온도는 영하 10도. 검정색 긴 코트를 입은 호텔직원들의 발걸음들이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입구엔 따로 만들어진 2차선의 차량 안내 표시등이 등장했다.
검정색 고급 세단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보였고,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초호화 외제 차량도 보였다. 700여대를 수용하는 호텔 주차장은 곧 가득찼다. 나중엔 호텔 입구로 통하는 도로 자체가 주차장이 됐다.
재계의 거물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외아들 탤런트 윤태영(33)씨 결혼식날의 모습이다. 평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이날 식장엔 정치와 일부 관료, 재계, 언론계인사와 연예계 동료, 취재진 등 2000여명이 몰려 들었다.
 | | ▲ 14일 오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외아들 탤런트 윤태영(33)씨의 결혼식이 열린 신라호텔에는 정계, 관료, 재계, 언론계 인사와 연예계 동료와 취재진 등 2000여명이 몰려 들었다. (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전윤철 감사원장, 박병석 열린우리당 의원,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임동원 전 국정원장, 손병두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 | ▲ 비공개로 진행된 결혼식이 기자실에 마련된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되는 가운데 기자들이 이 장면을 보며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꼬리꼬리를 무는 고급세단 행렬... 연예인 따로, 정재계인사 따로 입장
이날 결혼식은 오후 5시 호텔 영빈관의 다이너스티 홀에서 열렸다. 행사장엔 신랑신부 친인척들과 별도로 초청받은 정치, 재계, 언론계 인사들만 입장이 허락됐다. 취재진의 접근도 호텔 로비까지 였다. 이들은 호텔 정문을 통해 들어왔다.
윤씨와 신부인 임유진(26)씨의 동료 연예인들도 영빈관 내 따로 마련된 장소에서 대형화면을 통해 예식을 지켜봤다. 이들은 호텔 정문이 아닌, 에머랄드 홀 입구를 통해 건물로 들어갔다. 정·재계 인사와 연예인들의 출입구가 나뉘어지면서, 언론사의 포토라인도 각각의 출입구에 따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식에 축하하러 오는 하객들이 재계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인사들이 있고, 또 연예인들은 그 쪽 나름의 특성과 룰이 있어 출입구를 따로 만든 것"이라며 "취재하는 기자들도 문화와 경제 등의 분야가 나뉘어서 별도의 포토라인을 두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 방송사의 예능국 김아무개 피디는 "톱스타급 연예인이 아닌 결혼식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취재진과 하객이 몰리는 것은 신랑쪽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재계 거물급 인사의 외아들 결혼식답게 하객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부터 전현직 장관과 재계 주요 인사들이 식장의 하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선 후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참석했다. 박병석·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도 보였다.
 | | ▲ 기자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윤태영씨와 임유진씨의 결혼식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이명박·손학규·전윤철·임동원·이헌재·황영기... YS 깜짝(?) 방문
또 전윤철 감사원장과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임동원 전 국정원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황영기 우리금융지주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도 식장을 찾았다.
LG그룹에서도 최근에 실적저조로 LG전자에서 물러난 김쌍수 부회장, 이희국 사장도 모습을 내비쳤다. 부인과 함께 참석한 김 부회장은 취재진이 최근 LG그룹 인사와 관련해 질문을 던지자, 황급히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눈에 띄었다. 이 전 부총리는 지난해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입 의혹과 연관돼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그를 향해 취재진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사장단도 대거 참석했다.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을 비롯해, 이상완 삼성전자 사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이해진 삼성BP화학 사장, 임형규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김응용 삼성라이온즈 사장 등이 보였다. 참석을 두고 관심을 모았던 이건희 회장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보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원도 평창에 머물고 있다. 이 전무는 최근 스페인에서 열린 정보통신 회의인 3GSM 참석차 해외에 나간 상태다. 또 이학수 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 이날 오후 5시께 김영삼 전 대통령도 호텔을 깜짝 방문해, 한때 취재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결혼식 참석이 아닌, 별도의 저녁 약속이 예정돼 있어 호텔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 | ▲ 연예인들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출입구로 한 여성 연예인이 입장하고 있다.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 | ▲ 결혼식에 참석한 연예인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언론사 사장들도... 음식값 등 1억이상 들어
정관계, 재계인사 이외 언론계 고위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안국정 SBS 사장을 비롯해, 채수삼 전 서울신문 사장, 홍정욱 헤럴드미디어 회장, 장명국 내일신문 사장 등 언론계 주요 인사들도 이날 식장을 찾았다.
연예인으로는 안성기씨를 비롯해, 박중훈, 최민수, 이혜영, 김래원, 원기준, 박상면, 강호동, 박수홍, 정준하씨 등이 모습을 보였다. 주례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맡았고,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회를 봤다. 축가는 가수 박정현씨 맡았다.
양쪽 집안은 이날 결혼 축의금과 화환을 받지 않았지만, 하객과 취재진에 식사를 대접했다. 호텔신라쪽은 이날 결혼식 비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음식값 등 1억원 이상이 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윤태영·임유진 커플은 지난 2003년 KBS 2TV 드라마 '저 푸른 초원 위에'에서 친남매 역할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본격적인 교제는 지난 2005년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MBC드라마 <왕초>에서 '맨발'역을 맡아 한때 인기를 모았다. 이후 영화 <강력3반> 등에 출연했지만, 뚜렷한 성공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5월 MBC에서 방송예정인 사극 <태왕사신기>를 찍고 있다.
임씨는 주로 영화에 출연했다. 작품으로 <역전에 산다>와 <까불지마>, <분신사바> 등이 있다. 임씨는 결혼과 동시에 연예활동을 그만둘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