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석쇠를 뒤집어 가며 오리고기를 지글지글 짚불에 굽는다. | | ⓒ 조찬현 | |
푸른 보리밭 사이 시골길로 접어드니 까치가 마중 나왔다. 텃밭에는 노란 유채꽃, 담장에는 개나리가 방긋거린다. 죽림저수지를 지나 전남 여수 소라면 현천리에 있는 짚불구이 전문점목향이다. 22일 찾아간 그 집은 자연과 어우러진 분위기가 압도한다.
붉은 흙벽돌에 격자무늬 창살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잠시 정신을 놓았다. “어! 내가 여길 뭐하러왔지?” 그렇다. 주변 환경에 깜빡 도취되어 식사하러 온 사실마저 잊어버렸으니.
 | | ▲ 짚불구이 전문점 목향(木鄕) | | ⓒ 조찬현 | | 짚불구이라는 단어에는 묘한 매력이
짚불구이라는 단어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고향의 정취가 아른거리고 친근함이 느껴지니 말이다. 짚불로 고기를 구워낸다. 호기심이 동한다. 고기를 구워내는 곳은 각종 연장을 불에 달구어 벼리는 대장간을 닮았다.
아궁이에 짚불을 피어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서 고기를 구워낸다. 생오리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며 기름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기름이 떨어질 때마다 불이 확 붙곤 한다. 짚불과 오리기름에 고기가 익어간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서 석쇠를 다루는 주인장의 솜씨가 재빠르다.
뼈를 제거한 오리고기에 칼집을 넣어 굵은 천일염을 골고루 뿌려 초벌구이를 한다. 이렇게 오리기름과 볏짚에 구워낸 오리고기는 지방질이 분해 되어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깔끔하다. 볏짚에 그을려 풍미 또한 죽인다. 윤기가 자르르한 오리고기를 돌 판에서 한 번 더 구워낸다.
생오리 한 마리(1.2kg)에 3만원, 생오리 한 마리만 주문하면 4인 가족이 먹기에 넉넉한 양이다. 일반 식당에 비해 푸짐하다. 게장소스를 찍어 양파김치와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자연을 벗하며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 | ▲ 오리고기 짚불구이 | | ⓒ 조찬현 | |
 | | ▲ 짚불에 초벌구이 한 오리고기 | | ⓒ 조찬현 | |
먼저 자리 잡고 짚불구이를 먹고 있는 아주머니 일행에게 맛있느냐고 물으니 일단 한번 먹어보란다.
“아주머니! 맛있어요?” “와따! 다 암시롱 뭣 땀시 물어 본다요. 이 맛난 것을 어떻게 말로 표현 한다요. 묻지 말고 싸게 먹어 보랑께.”
별난 양파김치와 게장소스
 | | ▲ 별난 양파김치와 게장소스 | | ⓒ 조찬현 | |
양파김치 양파를 4등분한 후 천일염으로 간한다. 10여분정도 염장한 후 양파의 숨이 죽으면 이 집에서 특별하게 만든 양념과 새우젓을 넣는다. 새우젓은 육젓만을 사용한다. 육젓을 넣어야 양파의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살아난다.
게장도 특이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게장과는 전혀 다르다. 믹서에 찔룩게를 갈아서 3일간 숙성시키면 비린 맛이 없어진다. 양파를 갈아 넣고 생강 다진 것과 버무리면 게장 완성이다. 게장소스가 강한 짚 향을 완화시켜줌으로 오리고기는 은근한 풍미가 더해진다. 취향에 따라 들깨가루와 버무린 초장소스에 먹어도 된다.
불판에서 오리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간다. 그윽한 짚 향이 감도는 오리고기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살살 녹아내린다. 오리짚불구이 고것 참 별난 맛이다.
배춧잎, 상추 한 이파리, 깻잎 한 장, 야채와 마늘을 적당히 넣고 게장소스를 찍은 오리고기 한 점, 이렇게 한 쌈을 싸서 입 안 가득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실한 풋고추를 된장에 푹 찍어 베어 물면 오리짚불구이 쌈 완성이다.
 | | ▲ 목향의 기본 상차림 | | ⓒ 조찬현 | |
 | | ▲ 한 쌈을 싸서 입 안 가득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 | ⓒ 조찬현 | |
기본 상차림도 푸짐하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와 배추 치커리 등이 나온다. 새고막과 도토리묵은 덤이다. 5년째 짚불구이 집을 운영하고 있는 송홍신(43) 사장은 경험이 부족한 초기에는 짚불에 손을 데이기도 하고 볏단에 불이 붙어 혼쭐이 나기도 했다.
송 사장이 황토벽돌을 직접 찍어 손수 지은 두 곳의 별채와 본채를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나무와 고향을 유난히 사랑하는 그가 나무와 고향에서 한자음을 따와 ‘목향(木鄕)‘이라 이름 지었다. 그가 짚불구이를 고집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코끝에 은은하게 풍겨오는 짚 향에 언뜻 고향의 풍경이 스쳐간다. 3년을 묵힌 볏짚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