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
여자 성기를 닮은 탄생굴
동봉
2007. 5. 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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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이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린지.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머리 아픈 질문이다. 이런 골치 아픈 질문은 딱 질색이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탄생굴이 뭐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린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묻는 이유가 있을 터. '굴' 하면 수학여행 다녔던 종유석이나 석순이 자라는 석회 동굴, 광부들의 탄광 갱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호랑이굴 등이 떠오른다. 거기에 탄생을 더하면 원시 생명의 시작과 아이의 출산 이 정도 아닐까. "아직 그걸 모른단 말이여!" "아 글쎄, 그게 뭔데 물어요?" "아니, 내일 사도에 탄생굴 보러 가자고. 직접 보며 말해 줄게." 말하면 그만이지 뭘 직접 보여주며 말한다는 건지. 하기야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안다더니 그 꼴이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사도(沙島)에 탄생굴이 있다고 한다. 수십 번을 다녀왔는데 처음 듣는 말이다.
오랜만에 배를 타고 바다 바람을 맞는다. 뱃머리로 솟아오르는 파도가 바람에 섞여 흩어진다. 이를 온몸으로 맞는다. 아! 시원하다. 외지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맡는 비릿한 내음을 대하는 기분이다. "배도 탔으니, 이제 탄생굴이 뭔지 말하시지요?" 파도와 배의 엔진 소리에 말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산에 올라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는 기분으로 지인의 귀에 대고 악을 쓴다. 말을 알아들은 그는 잠시 '허허, 이 사람 정말 궁금했나 보구만' 하는 표정 후 입을 연다.
"에이~, 난 또 뭐라고? 그게 다요?" 실망스런 표정에 손사레를 친다. 그러나 성(性)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결혼했다고 해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제주도의 성 박물관이 대박을 터트린 이유일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겼는지, 크기는 어떤지…. "근데, 이걸 보면 기가 막혀.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집중되어 있는데, 그 안에 여자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음핵까지 똑같이 있단 말이여. 기가 찬 것은 이 음핵이 들어갔다 나왔다 움직인다는 거여…." "에~이. 정말 그럴라고." "아니여. 정말이여." 시쳇말로 서울 가본 사람과 안 간 사람이 싸우는 형국이다. 그러는 사이 사도에 도착한다. 공룡이 입구에서 우릴 반긴다.
곧바로 탄생굴로 향한다. 마음 급한 이가 앞장선다. 마을 뒤 바닷가로 내려선다. 안내판이 없다. 어디가 탄생굴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쉽게 보여주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금방 흥미를 잃을 수밖에. 9천만년 세월을 간직한 중생대 지층이 해안 절벽을 이루고 있다. 지인은 군부며, 부채손 등을 따며 뜸을 들인다. 정확한 위치는 외면한 채 방향만 가리킨다. 한 사람이 벌써 저만치 바위 위에서 웃고 있다. 덩달아 지인을 앞질러 음굴을 찾지만 쉽지 않다. 바위에 서서 지인이 빨리 오길 재촉한다.
"저기 저 안쪽의 흰 돌이 음핵이고. 이 물은 바위에서 나오는 물인데 여자의 그 물…." "저게 스티로폼이 아니고 흰 돌이라구요?" "흰 돌이여." 그러면서 지인은 아래의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정력에 좋다나. 옆에서 허허 웃으며 '어, 어' 한다. 남자들이란(?) 해도 어쩔 수 없는 일. 손에 묻혀 맛을 본다. 짭짜름하다. "아이, 그거 마시지 마란께. 내가 아까 사람들 없는 틈에 음굴인지 모르고 살짝 오줌 쌌는데, 그걸 마시면 어쩌나. 허허." 된통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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