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역사탐방

오래됨 속의 소중한 시간, 서울시청 청사

동봉 2007. 6. 13. 07:41

오래됨 속의 소중한 시간, 서울시청 청사
시민기자가 간다


시민기자 최근모



2002년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들썩일 때, 광장에서 응원을 했던 사람들에게 시청 건물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대상이었다. 그런 이곳이 이제 전면 벽만 남긴 채 내부를 헐고 새롭게 리모델링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있다. 해방 이후 서울시청 건물로 사용되어 왔던 이 석조건물은 시민들에게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오래전부터 정동길에 시청별관이 주 업무를 보고 있고, 건물 뒤에선 신청사를 짓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오랜 세월을 우리와 함께 해왔다는 증거일 것이다.

주말 시청 앞 광장은 무더위 속에서도 생동감이 넘쳐났다. 솟구치는 분수대로 뛰어 들어가는 아이들의 동심과 주말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의 밝은 모습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나눔 행사를 하고 있는 부스를 지나 시청 건물로 걸어갔다. 초록색 광장 잔디 끝에 위치한 회색 석조건물이 제법 색의 대조를 이루며 멋진 구도를 만들어냈다.

가까이 다가간 시청 문은 닫혀 있어서 안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나무와 유리창으로 된 현관문이 제법 세월의 때를 느끼게 해준다. 고개를 위로 들어보니 현판에 ‘서울특별시청’이라는 글귀가 박혀 있다. 그 위로 건물 정 중앙에 걸려 있는 거대한 시계가 3시30분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뒤로 돌아가 건물을 더 자세히 관찰해보고 싶었으나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는 없었다. 신청사가 건립되면 이곳은 리모델링을 마치고 서울시향 콘서트홀로 사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니 그때면 ‘이 회색빛 건물에서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묘한 감동이 일었다. 특히 여름밤 초록빛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연인과 누워 밤하늘의 깨알 같은 별들을 보며 콘서트홀에서 흘러나오는 바흐의 선율을 들을 수 있다면 영화 ‘러브스토리’의 연인이 부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면부 밖에 볼 수 없는 아쉬움을 카메라에 담고는 서울시청 건물에 대한 역사를 잠시 찾아보았다. 이 건물이 만들어진 시기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 경성부청사로 사용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렇다면, 80년이 넘은 건물이다. 2003년 등록 문화재 제52호로 등록되었다. 르네상스 양식을 단순화한 절충주의 모습의 4층 구조로 외관은 화강석 등으로 마감되고 옥탑 등 주요부분에는 아직도 건립 당시의 모습이 잘 남아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경복궁에 지어졌던 조선총독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진 반면 이 건물은 단 2년도 채 안 되는 22개월 만에 지어진 건물이라는 것이다. 당시 경성부청사에 구내식당이 생겼는데 이것이 관공서 구내식당의 효시라는 얘기도 있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광장 근처 전광판에서 ‘인연’을 쓴 피천득 선생의 별세 소식이 기사로 나오고 있었다. 어릴 적 그분의 수필을 읽고 진한 감동을 받았는데 이렇게 한 시대의 인물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을 느낀다. 우리도 지금은 이 시대의 주인공이지만 언젠가는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그런 생각에 왠지 시청건물이 서글퍼 보였다. 리모델링이 잘 되어 음악이 흐르는 명소로 시민들에게 오래오래 사랑 받기를.. 그래서 쉽게 잊혀지고 사라지지 않기를 말이다. 오래되었다고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추억을 담고 있는 것이다. 소중한 시간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