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

[한자 이야기]<98>問牛知馬

동봉 2007. 6. 14. 08:00

[한자 이야기]<98>問牛知馬



요즈음에는 인터넷이나 매스컴을 통하여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상품에 대한 정보도 예외가 아니다. 옛날에는 상품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말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시장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적절한 말의 가격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옛날에 말을 사려는 사람은 말을 파는 사람에게 먼저 가지 않고, 우선 소나 양을 파는 사람에게 가서 가격을 물었다. 소나 양의 가격을 알면 적절한 말의 가격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나타낸 말이 ‘問牛知馬(문우지마)’이다.

‘問’은 ‘묻다’라는 뜻이다. ‘質問(질문)’은 ‘묻고 묻다’라는 말이다. ‘質’은 원래 ‘바탕’이라는 뜻이지만 ‘묻다’라는 뜻도 갖고 있다. ‘顧問(고문)’은 ‘돌아보고 묻는다’라는 뜻이다. ‘顧’는 ‘돌아보다, 쳐다보다’라는 뜻이다. 큰 회사나 기관 같은 곳에는 ‘顧問’이라는 직책을 두고 있는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돌아보고 묻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牛’는 ‘소’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소의 가격’을 나타낸다. ‘知’는 ‘알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知己(지기)’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己’는 ‘나, 자기’라는 말이다. ‘十年知己(십년지기)’는 ‘십 년, 즉 오래도록 나를 이해하여 준 좋은 친구’라는 뜻이며, ‘百年知己(백년지기)’는 ‘백 년, 즉 평생 나를 이해하여 준 좋은 친구’라는 뜻이다. ‘馬’는 ‘말’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말의 가격’을 나타낸다.

이런 의미를 모아보면 ‘問牛知馬’는 ‘소의 가격을 물어보면 말의 적절한 가격을 안다’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은 사용범위가 점점 넓어져서 ‘측면을 보면 핵심을 알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을 알고자 한다면 주위 사람을 먼저 살펴보라. 그 사람의 인격과 품성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또한 ‘問牛知馬’의 진정한 의미가 됐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