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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영’안에 ‘삼국지’ 있다?
동봉
2007. 7. 9. 07:02
‘대조영’안에 ‘삼국지’ 있다? | ||
입력: 2007년 07월 08일 21:00:03 | ||
KBS1 드라마 ‘대조영’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소설 ‘삼국지’를 연상시킨다”며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런 지적은 최근 군사 역의 미모사(김정현) 등장 후 급격히 늘고 있다. 유비·관우·장비로 이어지는 삼형제의 도원결의나 캐릭터상의 유사성은 역사적 사건과 유별한 것이라 논외로 하더라도, 드라마에서 그리는 대조영(최수종)·걸사비우(최철호)·흑수돌(김학철)의 족적이 이상하리 만큼 소설 ‘삼국지’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외 미모사는 제갈량, 설인귀(이덕화)는 조조의 이미지를 닮아가고 있다. ▲소설 ‘삼국지’(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창비간) 3권/사로잡힌 관운장·관운장의 충의 편 관우는 유비의 감부인 등을 지키기 위해 조조에게 의탁한다. 하지만 거기엔 조건이 있다. 전쟁 중 생사를 알 수 없는 유비의 생사를 확인하면 불원천리 유비에게로 달려가겠다는 약속이다. 이후 관우는 유비의 생존을 알게 되고 유비의 가족을 보호하며 조조의 품을 떠난다. 드라마 ‘대조영’의 걸사비우 역시 대조영의 생사를 알 수 없어, 그 자식을 잉태한 거란 부족의 딸 초린과 태아를 보호하고자 설인귀에게 의탁한다. 그 역시 대조영의 생사를 안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조영에게로 달려간다. 관우와 걸사비우 모두 장비와 흑수돌에게 적에게 투항한 것으로 오해를 받는 부분도 비슷하다. ▲소설 ‘삼국지’ 5권/적벽대전·목숨을 구걸하는 조조 편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의 계책으로 100만 대군을 잃은 조조는 도망가기에 급급하다. 도망가는 길목마다 조자룡이며 장비가 지키고 있어, 수하 병사들은 초죽음이 된다. 하지만 가장 후방을 지키던 관우는 조조와의 ‘옛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를 놓아준다. 드라마 ‘대조영’의 걸사비우 역시 한때 의탁했던 설인귀를 죽이지 못한다. 이 일은 제갈량이나 미모사가 모두 예측했던 일로, 이 일이 있은 후 유비가 관우의 죄를 묻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대조영 역시 걸사비우의 사면을 청한다. ▲소설 ‘삼국지’ 4권/삼고초려·와룡일어나다·박망파싸움 편 제갈량을 삼고초려 끝에 데려온 유비는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관우·장비에게는 못마땅하다. 내놓는 계책이 마음에 들리도 없다. 그래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만, 결국 신묘한 제갈량의 계책으로 승전을 하고 관우·장비는 의심한 것을 사죄한다. 바로 최근 방송된 드라마 ‘대조영’에서 미모사와 걸사비우·흑수돌의 갈등이 극에 달한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도 ‘삼국지’의 흐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팽배하다. 이에 대해 ‘대조영’의 김종선 감독은 “전쟁신의 유사성은 굳이 ‘삼국지’뿐만 아니라, 터키그리스전쟁 등 비슷한 부분을 끄집어내려면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며 “이런 논란에 대해 감독 입장에서 세련되게 드라마를 그리지 못했다는 책임을 느낀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대조영 측과 당나라 측의 대결은 가족과 조직이라는 각각 명분이 충돌하면서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네티즌의 의견이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역사의 영웅이 ‘삼국지’ 속 영웅의 족적을 따라간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곧 100회 방송분을 앞둔 드라마 ‘대조영’에 일부 지적이 비집고 들어올 수 없는 탄탄한 내용 전개가 절실하다. 퓨전 사극이 아닌 대하 역사극 ‘대조영’은 ‘발해’를 한국사로 포용한 첫 드라마이기에 그 의미와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강석봉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