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자는 자형 속에 의미가 나타나 있다. ‘
閑(한)’은 ‘
門(문 문)’과 ‘
木(나무 목)’이 합쳐진 한자이다. 따라서 이는 문에 나무를 세워 놓은 것을 나타낸다. 이는 곧 문을 막아 놓은 것이다. 따라서 ‘
閑’의 일차적 의미는 ‘막다, 막히다’가 된다. ‘
閑邪存誠(한사존성)’은 ‘사악한 생각을 막고 성실한 마음을 보존하라’는 말이다. ‘
邪’는 ‘간사하다, 사악하다’라는 뜻이며, ‘
存’은 ‘보존하다’라는 뜻이고, ‘
誠’은 ‘성실하다’라는 뜻이다. 막는 행위는 곧 내부에 있는 것을 보호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
閑’에는 ‘보호하다’라는 의미가 생겨난다. 이에 따라 ‘마구간’이라는 의미도 나타났다. 마구간은 문에 나무를 세워 놓고 말을 보호하는 곳이다. ‘
閑’에는 ‘문지방’이라는 의미도 있다. 문에 나무를 가로로 막아 놓은 것이 문지방이기 때문이다. 문을 막는 행위는 문을 닫는 행위와 유사하다. 그러므로 ‘
閑’에는 ‘닫다’라는 의미도 생겨났으며, ‘닫다’로부터 ‘한정하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닫는 것은 곧 제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정, 곧 제한의 의미로부터 ‘법규, 규칙’이라는 의미도 생겨났고, ‘법규, 규칙’으로부터 ‘바르다’라는 의미?p> 생겨났다. 문을 막아 놓으면 사람이 드나들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가한 시간이 생긴다. 따라서 ‘
閑’에는 ‘틈, 한가한 시간, 한가하다, 고요하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
閑人(한인)’은 ‘한가한 사람’이라는 뜻이며, ‘
閑靜(한정)’은 ‘한가하고 조용하다’라는 뜻이다. ‘한가하다, 고요하다’로부터 ‘우아하다, 아름답다’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한(한)’은 ‘여인이 우아하다’라는 뜻이다. ‘
閑’은 ‘
閒’으로 쓰기도 한다. ‘한(한)’은 ‘우아한 모양, 화를 내는 모양’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갖는다. ‘우아한 모양’은 ‘사람’과 ‘우아하다’가 합쳐진 의미이며, ‘화를 내는 모양’은 ‘사람’과 ‘막다, 막히다’가 합쳐진 의미이다. ‘:(한)’에도 ‘안온하다, 성내다’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 이유는 위와 같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