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육신
![]() |
![]() |
![]() |
사육신, 남북의 만남과 그 이후
진행자 : 사육신의 스토리는 조선왕조실록을 기초로 해서 세종 시대부터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들어서 사육신을 처형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야사 속의 인물들의 등장으로 러브스토리까지 더해져 드라마틱한 설정이네요.
문화평론가 김 :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동안 좀 낯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모두 처음 보는 배우들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편집이나 영상이 늘 보아오던 남한 사극과는 아무래도 달라요.
북한학도 김 : 시청률만 따지면, 재미있는 영화 24편을 틀어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방송의 역할이 그런 것만은 아닐테니까요.
좀 낯설긴 하지만, 언젠가는 봐야 될, 접해야 할 문화라고 생각해요. 익숙해져 가는 과정의 첫 계단을 밟은 게 아닐까요.
문화평론가 김 : 북한에서 최고라고 인정 받는 연출자, 연기자, 작가, 그리고 물량적인 대대적인 지원까지 들어간 드라마인데요. 이들의 실력을 보는 것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의 하나겠네요.
역사학도 박 : 사육신이라는 소재를 통해 남북한의 비교를 학자나 전문가들의 설명으로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직접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제공되었다고 생각해요.
북한학도 김 : 정상회담, 6자회담, 핵, 미사일 이런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꺼리’가 던져졌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진행자 : 사육신 이후에, 남측 뿐 아니라 북측에도 변화가 있겠지요?
문화평론가 김 : 이번 사육신은 북한에 ‘주문제작’한 방식으로 제작된 드라마라고 하고, 남측에서 방송장비와 기술들이 전수되었다고 해요. 그 밖에 의상 세트 같은 노하우도 공유되었고.. 북측의 드라마 제작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보탬이 되었을 꺼라 기대되요.
진행자 : 남북한 방송인들이 함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도 사육신 제작의 성과 중의 하나겠죠.
역사학도 박 : 결국 사육신 이후가 중요하겠네요.
낯설음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방송의 교류협력이 확대되고, 나아가서 남한 배우들과 북한 배우들, 남한 제작진과 북한 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드라마가 나올 날이 오겠죠?
북한학도 김 : 백두산 씬은 백두산에서, 한라산 씬은 한라산에서, 평양성 씬은 평양에서, 경복궁 씬은 서울에서 찍는 드라마가 나온다면 정말 기대되네요.(웃음)
북한 최고의 연출가와 연기자가 있다.
![]() |
진행자: 장영복 감독이 ‘임꺽정’을 연출했죠?
북한학도 김: 북한에서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고 있죠. 최고의 연출실력을 나라에서 인정한 거죠. 인민예술가라고 하면 남한에서는 차관급 위상이죠.
문화평론가 김 : 연출실력이 기대되네요. 남한과는 연출 스타일이 많이 다르겠지만 ‘임꺽정’을 봤을 때는 선 굵은 정통 사극이 나올 것 같아요.
역사학도 박 :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뛰어나네요. 격앙된 장면들도 막 내지르는 식으로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격한 감정들이 잘 느껴져요.
북한학도 김 : 주연들뿐만 아니라 궁녀, 병사, 하인 등 조연들의 연기도 뛰어나요. 특히 여자배우들 표정이나 대사가 굉장히 자연스러워요.
문화평론가 김 : 오랜 기간 동안 연기를 훈련 받는 ‘연기자’들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조명애 씨의 출연 요청에 북측 제작진은 생소해 했다면서요?
진행자 : KBS측에서는 남측에서 인지도가 높은 조명애씨가 나와주면 아무래도 남측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했지만, 북측으로서는 무용수가 연기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나 봐요.
북한학도 김 : 배우들 연기에서 목소리에 감정이 굉장히 많이 실리네요. 발성이 안정적이예요.
문화평론가 김 : 워낙 진중한 분위기의 극이라 등장인물이나 극 줄거리 자체가 감정선이 다양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요즘은 코믹한 내용이 가끔 주위를 환기시켜주는 조금은 가벼운 사극이 트렌드인데.. 너무 무겁지 않을까 싶네요.
진행자 : 조명애씨가 김종서의 수양딸로 나오잖아요.
역사학도 박 : 원래 수양딸의 존재가 사실은 거란족이라는 이야기도 있지요. 김종서랑 거란군이 원체 친하고 내왕이 있어서..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난 아무리 그래도 조명애가 제일 이쁜 것 같아(웃음)
북한 최고의 미남배우 박성욱, 동그란 얼굴과 붉은 볼의 朝鮮 美人들이 있다.
![]() |
진행자 : 배우들이 확실히 남한 배우들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인데요.
역사학도 박 : 여자 연기자들 얼굴이 정말 동글동글해요. 신윤복의 미인도에 나오는 미인들 모습.. 동그란 얼굴에 빨간 볼, 작고 긴 눈과 작은 입술.. 서구적인 미인의 기준에 근접해 가는 남한 미인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예요.
북한학도 김 :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이 북한 처녀들의 순진함과 순박함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육신의 여주인공들에게서도 그런 느낌이 느껴지네요.
문화평론가 김 : 남자 배우들도 남한식 ‘꽃미남’이라기보다는 남궁원, 최무룡씨 스타일의 선 굵은 호남형이던데요.
진행자 : 남자주인공인 성삼문 역의 박성욱씨는 북한에서 연기력 뿐 아니라 미남으로 내노라하는 배우라고 하더군요. 북한 TV를 통해 몇 차례나 재방송 되었던 ‘붉은 흙’이라는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구요.
성삼문 역 - 박성욱
![]() |
수양대군 역 - 최봉식
역사학도 박 : 하지만 아직 북측 배우들이 생소해서인지 누가 누군지 잘 구별이 안 돼요. 성삼문이랑 신숙주도 헷갈리고... 익숙해질 동안은 자막을 통해 인물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진행자 : 연기자들도 연기자들이지만, 평소 접할 수 없는 국사책에서만 보던 북한땅에 있는 문화재들도 큰 볼거리인데요.
역사학도 박 : 1편에서 봤어요. 문종이 오열하던 장면의 은행나무가 실제로 개성 성균관에 있는 500년 된 은행나무라고 하던데요.
문화평론가 김 : 개성에 남아있는 성균관에서 실제로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성균관과 박연폭포 모습을 볼 수 있고, 평양 있는 을밀대와 평양성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압록강, 묘향산에서 촬영한 장면들이 있어서 말로만 듣던 경치들을 볼 수 있겠네요.
성삼문과 신숙주가 훈민정음을 창제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장면은 실제로 내몽골 사막에서 이루어져 이국적인 장면들도 접할 수 있다고 해요.
북한학도 김 : 사육신 드라마에 진짜 선죽교가 등장한다면 그 장면이야말로 하이라이트겠는데요?
남한 말과는 다른 북한 드라마의 말(馬) - 북한 사극의 특징
북한학도 김 : 드라마에 나오는 말이 남한에서 봤던 말이랑 다르네요. 보통 남한 드라마에서는 서양말을 사용하잖아요. 늘씬한... 그런데 사육신에 나오는 말은 다리가 짧고 굵어요.
역사학도 박 : 사육신 드라마에 나오는 말은 몽골말 같은 조선말이예요. 아라비아산인 서양말은 관절이 쭉쭉 뻗고, 늘씬하잖아요. 우리 전통말은 조랑말 스타일이고.. 남한에서는 늘씬하고 큰 말들을 사용하는데..
진행자 : 이런 비교도 재미있는데요? 남북이 공유했던 역사인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남한 사극과 큰 모양은 비슷한데, 자세히 보면 다른 부분들이 보여요.
문화평론가 김 : 드라마 전체적으로 보자면, 남한 사극의 경우에, 특히 요즘 남한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사극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퓨전 사극의 경우에는 주인공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극 전체가 주인공을 따라가는 식인데, 사육신의 경우 스토리가 중심이고 인물들이 거기에 실려 등장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 영웅이 성장해 대업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무협물과 같은 내용의 사극에서 볼 수 있는 우연이나 갑작스러움이 배제되고, 인과가 확실해서 인물들의 변화의 흐름이 개연성 있게 전개되고 있어요.
역사학도 박 : 한편으로는 줄거리가 중심이 되다 보니까 인물이 죽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요. 이런 전개가 사극 주인공의 영웅적인 활약에 익숙해져 있는 남한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문화평론가 김 : 사육신에서는 포졸이나 점쟁이 등 엑스트라들에 대해서도 묘사가 정밀하고 이들에게까지 카메라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보통 남한 사극에서는 포졸들은 거의 배경으로 화면에 잡히잖아요.
북한학도 김 : 가마꾼들이 힘들게 가마를 지고 뛰어가는 장면이라든가 하는 장면이 길게 클로즈업 되더군요. 민초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즘 기법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