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

[한자 이야기]<144>卒

동봉 2007. 8. 31. 07:55

[한자 이야기]<144>


’의 갑골문은 옷에 새겨진 자잘한 무늬를 나타낸다. 자잘한 무늬는 부서진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 때문에 ‘’은 ‘부수다’라는 의미소를 갖는다. ‘’의 의미는 ‘집단, 무리’이다. ‘집단, 무리’는 ‘하나하나의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나타낸다. 하나하나의 사람을 자잘하게 부서진 무늬로 본 것이다.

사람이 부서지면 죽는다. 그러므로 ‘’에는 ‘죽다, 마치다’라는 의미가 있으며, 이로부터 행위의 마지막을 뜻하는 부사 ‘마침내, 드디어’라는 의미와 ‘갑자기, 돌연히’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부서진 것은 부서지기 이전의 것보다 적거나 작다. 그러므로 ‘’에는 ‘버금, 버금가다’라는 의미가 생긴다. 사람으로 구성된 집단이 부서지면 한 사람 한사람은 하찮은 사람으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은 ‘병졸, 하인, 심부름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쇄)’는 ‘(돌 석)’과 ‘’이 합쳐진 한자이다. 원래 의미는 ‘돌을 부수다’이다. ‘’에는 ‘잘게 부수다, 깨뜨리다, 부스러기’라는 뜻이 있는데, 모두 ‘돌을 부수다’에서 나온 의미이다. ‘(수)’는 ‘(쌀 미)’와 ‘’이 합쳐진 한자이다. 원래 의미는 ‘부서진 쌀’이다. 그러므로 ‘’에는 ‘부스러기 쌀’이라는 뜻이 있다. ‘부서진 쌀’은 찧어낸 쌀, 곧 (도정)한 쌀을 뜻하기도 한다. 이로 말미암아 ‘’에는 ‘불순물이 없는 쌀’이라는 뜻이 있다.

갓 찧어낸 쌀의 모습은 깨끗하고 아름답다. 이런 모습으로부터 ‘순수하다, 아름답다’라는 의미가 생긴다. ‘(순수)’는 ‘섞인 것 없이 깨끗하다’라는 말이다. ‘(췌)’는 ‘심(마음 심)’과 ‘’이 합쳐진 한자이다. ‘’의 의미는 ‘근심하다, 마음 아파하다’인데, 모두 ‘마음이 부서진 상태’를 나타낸다. ‘(취)’는 ‘(술 유)’와 ‘’이 합쳐진 한자이다. ‘취하다, 취기, 피로하다’인데 ‘술로 부서진 상태’를 나타낸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