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추노` 진실 혹은 허구

동봉 2010. 2. 16. 13:55

'추노' 진실 혹은 허구

  '추노'는 네티즌들 사이에 '고증덕후'라고 칭송되는 곽정환 PD의 섬세한 고증으로 기존 '엉터리 사극'과 차별성을 뒀다. '추노'4회에선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활이었다는 편전을 직접 구해왔을 뿐 아니라 쏘는 방식까지 그대로 재연해 사극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고증만 따지다 보면 드라마가 다큐 되기 십상. 이를 염두에 둔 듯 '추노'는 역사적 진실에 허구의 양념을 곁들여 풍성한 밥상을 만들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추노' 명장면을 바탕으로 역사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하이컷( www.highcut.co.kr )이 YES/NO 퀴즈를 구성했다.


 추노와 추노꾼은 실제 존재했나? YES

 도망 노비를 잡는 행위인 '추노'는 조선시대에 실제 존재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추노(推奴)'라는 단어는 기록돼 있지 않다. 당시 추노를 나타내는 단어는 '추쇄(推刷)'. 한국역사연구회 중세 2분과의 정두영 분과장은 "당시 추쇄는 두 가지 의미로 쓰였는데, 첫째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추노 행위 자체를 뜻하고, 둘째는 노비를 쫓는 행위자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추쇄의 두 번째 의미로 미루어 짐작컨대 추노꾼 역시 실제 존재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 분과장은 "역사적으로 추노꾼은 지금의 파파라치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추노꾼은 '노비 전문 사냥꾼'이라기보다, 도망간 노비를 잡기 위해 동원된 다른 노비였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도망 사실이 발각되면 주인에게 신고해 보상을 받는 사람들도 추노꾼의 일종이다. 한 차원 더 나아가 이들은 도망 노비들로부터 입막음 차원의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추노꾼이 돈을 번 방식이 파파라치의 수법과 꽤나 비슷했던 셈이다.

 도망친 노비의 얼굴엔 징벌의 의미로 노비 낙인을 찍었다. NO


 도망치다 잡혀온 업복이(공형진) 얼굴에 남자 노비를 뜻하는 노(奴)자 낙인을 찍는 장면과 여자 노비에게 비(婢)라는 낙인을 찍는 장면은 사실일까. 역사적으로 범죄자의 얼굴에 글씨를 새기는 일은 있었으나, 대상이 노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 분과장은 "얼굴이나 팔뚝에 죄명을 새기던 자자(刺字)라는 형벌은 실제 있었다. 주로 이마와 볼에 글씨를 새겼다"라면서도 "자자는 중죄를 저지른 흉악범을 대상으로 행해지던 악형이므로 도망간 노비에게 쓰일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 끔찍한 형벌은 '추노' 시대(인조)보다 후세인 영조 때 법적으로 금지됐다.

 사당패의 매춘은 실제로 행해졌다. YES

 극중 설화(김하은)는 사당패의 화려한 공연에서 깜짝 등장했다. 사당패가 마을에 들어서면 사내들은 사당패의 숙소로 찾아가 여자를 산다. 개그맨 황현희카메오로 출연, 백동비녀와 무명 한발로 사당패 맏여인과 흥정하던 장면이 바로 이 시추에이션. 역사적으로 사당패는 춤과 노래를 앞세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매춘을 행했다. 놀이만 하며 먹고살기엔 생계 유지가 어려워 자연스럽게 행해진 일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매매춘의 기원을 사당패로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편 사당패는 '옷고름 푸는 값'이라는 뜻의 '해의채'를 몸값으로 받았다. 황현희의 깜짝 출연은 단순히 지나가는 웃음을 위한 양념이 아닌, 역사적으로 완벽하게 고증된 '의도된 장면'.

 '짐승남'들이 서로를 부르는 '언니'라는 호칭은 실제다. YES

 '추노'에 등장하는 '짐승남'들은 한결같이 낯간지러운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특히 '언니'라고 부르는 대사가 유독 많은 장혁은 네티즌들에게 '대길언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시청자들의 혼란을 예상한 제작진들은 1회 친절한 자막을 통해 '언니는 동성의 손위 형제를 가리키는 조선시대 용어'라고 밝혔다. 실제 남자끼리 부르는 '언니'라는 호칭은 조선시대 양반가를 중심으로 널리 쓰이던 말로, 서울과 충청도 지역에서는 1970년대까지도 심심치 않게 사용됐다. 한편 '언니' 호칭에 대해 '추노'의 집필자인 천성일 작가는 "드라마 배경 근처인 충북 제천에서 학교를 다녔다. '언니'는 동네 어르신들이 쓰던 옛말이다"라며 "지금도 우리말 사전을 들고 수시로 옛말을 찾아가며 드라마를 쓰고 있다"라고 밝혔다.

 더 많은 추노 '진실 혹은 허구'는 현재 절찬리에 판매 중인 '하이컷 22호' 또는 하이컷 온라인( www,highcut.co.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scnewsran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