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촌 편지 7

동봉 2008. 5. 10. 08:18

“인공지능 진화하듯 인간지능도 발전” 무한한 상상력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2008년 05월 08일(목)

지난 4월29일부터 이틀간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에서 뇌의 신비를 벗기기 위한 '월드사이언스포럼 2008 서울'이 열렸다. 우리나라 과학대중화에 앞장 서온 사이언스타임즈는 이 포럼에 참석한 세계적인 뇌 과학전문가들의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월드사이언스포럼' 시리즈 기사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월드사이언스포럼<뇌>와 <개미> 그리고 <파피용>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잘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는 기상천외한 소재를 바탕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미지의 세계로 빠지게 한다.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독특한 문장으로 특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강연 역시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면서 청중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 베르베르는 진정한 인간은 아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는 지구상에 진정한 인간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인간이란 자연과 타인과 타협하고 조화롭게 살 줄 아는 인간입니다. 성장을 포기하고 조화로운 삶의 의미를 알고 추구하는 의식을 가진 그런 인간은 아직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그의 무한한 문학적 잠재력과 상상력은 다시 이어진다. “지금의 인간은 원숭이와 진정한 인간을 잇는 중간적 존재, 즉 연결고리일 겁니다. 자연과 조화할 줄 아는 진정한 인간은 아직 지구에 없으며 우리는 미래에 나타날 진짜 인류의 ‘중간 형태의 존재’에 불과할 뿐입니다.”

베르베르는 예로 침팬지와 사람에 대한 실험과 인공지능, 영화 <2001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화면 등을 보여 주었다. 그는 인간 지능의 장점과 불완전성이 무엇인지, 인공지능인 컴퓨터 또는 로봇과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뇌와 의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개했다.

“사랑과 예술은 인공지능이 결코 할 수 없어”

그는 “인간의 뇌와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을 구분해주는 것은 감정”이라며 “사람이 컴퓨터 등 기계와 가장 많이 다른 점은 유머와 사랑, 예술 등의 측면”이라고 말했다. “농담을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생식의 욕구를 넘어 순수한 사랑과 미를 추구하는 예술은 수학과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으로 과학자들의 뇌 연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불안감과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창작 활동을 시작했고,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있다는 베르베르는 정작 똑똑한 뇌의 조건은 ‘만족할 줄 아는 뇌’라고 지적했다. “진짜 똑똑한 뇌는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뇌며, 또 만약 갖고 있지 못해 불만족스럽더라도 좌절하지 뇌”라고 말했다.

베르베르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출현에 대해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서 컴퓨터와 로봇과 같은 우수한 인공지능이 나온다 해도 사람에 미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의식할 줄 아는 뇌의 능력은 인공지능과 처음부터 비교대상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인간의 뇌에는 과학이 따라잡을 수 없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텔레파시에 대해 언급했다. “천년 후 인간은 텔레파시로 소통하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만 진화하는 게 아니라 인간지능 역시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년 후 인간은 텔레파시로 소통할 수 있을 것”

“인간의 뇌는 우리의 의식을 광대한 우주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마다 의식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교육이 이루어진다며 우리 손자나 그 후에는 우리가 바라는 자연과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진전한 인간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 지난 29일부터 이틀간 열린 '월드사이언스포럼 2008' 개막식에는 3천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예로 들었다. “개미는 자신을 전체를 이루는 하나의 세포로 생각하고 개미집이 존재하는 한 자신은 죽어도 결코 죽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외적이 침입할 때 거리낌 없이 자신을 희생합니다. 그것은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영생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인간도 언젠가 그런 지혜를 얻어 성장을 포기하고 조화라는 진정한 의미를 추구할 만큼 똑똑해지기를 바란다”며 “그런 의식을 가진 진정한 인간은 아직 지구에 존재하지 않고 현재의 인간의 원숭이와 진정한 인간을 잇는 중간적 존재가 맞는 게 아닐 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르베르는 과학과 미래에 대해 언급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디를 향하여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은 과학자에게 물어 볼 것이 아니라 혼자 조용히 하늘의 별과 대화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며 사색하고 명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래에 대한 질문은하늘의 별에게”

그는 ‘뇌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베스트셀러를 내려고 글을 쓴 적이 없고 그저 글을 쓰는 게 즐거워 글을 쓴다”며 “좋아하는 분야를 하나 찾아 매일 규칙적으로 그 일에 매달리고 조금씩 넓히다 보면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베르베르의 사랑은 대단하다. 그는 “작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해 준 최초의 나라”라며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현할 정도다. “내 작업은 약간 새롭고 독창적이라고 생각하는 데 프랑스에서는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작품의 가치를 인정해 준 한국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한국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며 팬클럽 회원만 70만 명이 넘는다.

베르베르는 한국은 역동성이 충만한 나라라고 말했다. 과학이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만 아니라 항상 미래를 보려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런 한국의 성격 때문에 자신의 작품이 독자에게 친밀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형근 기자 | hgkim5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