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13-뻥치기
<나의 이야기13>
‘양재천’유니폼 입고 뻥치기
어디를 가나 나의 달리기 유니폼은 ‘양재천마라톤’ 로고가 들어 있는 주황색 복장이다. 정년퇴직 이후에는 양재천 마라톤클럽 본부이며 영화‘말아톤’(정윤철 감독작품)의 탄생지이기도 한 영동1교 다리 밑이 내 쉴 곳이고 일터이려니 했는데 이게 빗나갔다. 퇴직이후 봉사를 겸한 직장이라고 이곳저곳 불려다니다 보니 수요일 토요일 달리기 정례 모임 시간을 놓지곤 했다. 마음이 꽂히지 않아서 그렇다고 회원들이 핀잔을 주면 그 또한 할 말이 없다. 대신 어디를 가든 거리를 나서서 달릴 때면 반드시 양재천마라톤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해에는 금강산에 가서 양재천 유니폼을 입고 사고를 쳤다. 올해 초에는 중국 운남성에서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일본오사카에 가서도 그리했다.
요즈음은 집을 분당으로 옮겨서 나홀로 탄천을 달린다, 물론 양재천 유니폼을 입고서. 함께 주로를 달리며 만나는 이들이 이렇게 멀리까지 달리느냐며 놀라는 눈치다.
얼마 전 서울공항까지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앞서 가던 달림이를 따라 붙었더니 양재천 유니폼을 보고는 흠칫 놀란다.
“양재천에서 여기까지 오시는 거예요?”
“네, 거의 20km 다 왔네요.”
“대단하십니다. 몇시에 나오셨어요?”
이른 아침이어서 엉뚱한 대답으로 응대한다.
“지금 거의 두시간 되어 가네요.”
“연세도 있으신데 마라톤 한지는 얼마나 되나요?”
“한 십년은 넘었지요.”
“실례지만 지금 몇이세요?” 숨을 헐떡거리며 묻는다.
“이제 환갑 되가요.”
“대단하시네요. 지금도 마라톤 풀코스를 뛰세요?”
“그럼요. 5시간 꽉차지요. 써브4 해 볼랬는데 이제 글렀어요.”
“그 연세에 완주하는 것만도 대단 하신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클럽에 67살 먹은 동장이 있는데 그 보단 못해요.”
그 동장이 바로 나인데 내 나이가 50대라 했으니 뻥을 칠 수 밖에는. 서울공항에서 되돌아 분당 방향으로 탄천을 달리고 있으면서 양재천마라톤 유니폼을 입고 있으니 뻥치는 게 먹혀 들 밖에.
혹시 분당 검푸마라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는 김정옥씨를 아느냐고 묻는다.
“양재천마라톤 클럽에서 마라톤을 처음 시작했다고 늘 자랑하던데요.”
“알다마다요. 김정옥씨는 우리의 호프지요. 남편 김기남 씨는 코치를 하구요. 나도 회장하면서 이 분들에게 한수 배웠지요. 저는 여기서 돌아가겠습니다.”
“양재천까지 다시 돌아가실 겁니까?”
“물론이지요. 오늘 풀 연습할 거니까요.”
한참을 돌아서 달리다가 다시 돌아 분당 정자동 집을 향해 달린다. 20km 두시간 달리기로 끝을 낸다. 오늘 뻥치기로 42km 풀을 달렸으니 다음 주에는 한강까지 42km 풀 연습주를 정말로 해 내야 할까보다. (미래촌 동장 김만수)
김만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