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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녀뱃사공` 주인공이다

<"내가 '처녀뱃사공' 주인공이다">
국민애창곡 '처녀뱃사공' 노래비
(함안=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경남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변에서 설치된 '처녀뱃사공' 노래비. 2000년 10월 함안군이 국민 애창곡으로 사랑받는 이 노래의 원조가 바로 이곳 악양나루터에서 있었던 실화였음을 알려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세웠다.<<지방기사참조>>
choi21@yna.co.kr

홀어머니와 의령서 나룻배 저어



(의령.함안=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제가 바로 그 '처녀뱃사공' 맞습니다"
6.25전쟁 이후 어려운 시대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한 국민애창곡 '처녀뱃사공'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는 70대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화제의 '처녀뱃사공'은 바로 경남 의령군 정곡면 적곡리가 고향인 이필남(72.함안군 법수면 윤외리)씨다.

1959년 가수 윤항기, 윤복희 남매의 아버지 윤부길(작고)씨가 노랫말을 쓰고 작곡가 한복남(작고)씨가 곡을 붙인 뒤 인기가수 황정자씨가 불러 히트한 이 노래는 1970년대 남성 듀오 '금과 은' 등이 불러 국민애창곡으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어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중략)'
이씨는 "애닯은 사연을 담은 노랫말 모두가 바로 내가 54년전 당시 윤부길씨 일행에게 말했던 그 내용 그대로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1954년 당시 18살이던 이씨는 한국전쟁이 끝난 그해 1953년 겨울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의령군 정곡면 적곡리 남강(낙동강 지류) 나루터에서 뱃사공으로 지냈다.

딸만 4명을 낳은 부모님은 당시 아들을 낳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공을 들이기 위해 2년전부터 마을 사공일을 자청했고 나루터 근처에 집을 지어 농사일을 함께 하며 살았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졸지에 홀어머니를 모신 가장겸, 처녀뱃사공이 됐다.

이씨는 "당시만 하더라도 어린 처녀가 뱃사공일을 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던 일이어서 의령 고향마을이나 함안 악양마을 등에서는 내가 처녀뱃사공으로 일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강건너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나룻배에 싣고 눈물을 흘리며 노를 저었다"며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씨는 "1954년 2월 늦겨울 해질무렵 함안 대산에서 일행 4명을 태운채 강을 건너는데 그중 가장 나이가 든 사람이 '왜 어린처녀가 뱃사공을 하느냐'며 물어 너무 부끄러워서 오빠는 군에 갔고 군에서 제대하면 어머니가 시집을 보내준다고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고 전했다.

고 윤부길씨가 쓴 노랫말에 '군인간 오라버니 제대하면 시집보내마 어머니 그 말씀에..'라는 내용과 딱맞는 대화가 두사람간에 어렵게 오간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날 저녁 일행은 이씨집에 하룻밤을 묵었는데 당시 일행 중 한사람의 손에는 일명 '앵금'이라고 불린 해금이 손에 있었고 일행은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는 것.

이후 이씨는 2년 가량 홀어머니와 함께 사공일을 더 하다 혼기가 차기 시작하자 적곡리 당시 북실마을안에 들어가 살았고 24살때 결혼해 강 건너 함안군 법수면 윤외리 악양마을에 줄곧 지냈다.

이씨는 "당시 언니들은 시집가고 어린 동생은 형부집에 보내 할 수 없이 홀어머니와 함께 운명적으로 처녀뱃사공이 됐지만 그동안 차마 자식들에게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이제 아버지를 그리며 이렇게 진실을 말하니 속히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씨가 54년전 처녀뱃사공으로 일한 사실을 어렵게 털어놓은 것은 바로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함안천 건너편에 세워진 '처녀뱃사공 노래비'의 유래가 잘못 알려져 있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세월이 많이 지나 사실을 말하는 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앞으로 후손들에게도 영원히 잘못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진실을 전하기 위해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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