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조오~ 시이~작! " 아버지 이어 그 아들까지… 30년 넘은 장수 비결은
- 입력 : 2010.10.30 03:03 / 수정 : 2010.10.30 15:37
박정희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에 '흘러간 명곡' 배경음악도 한 몫
유산소운동 효과 부족한 게 흠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가을운동회를 구경갔던 주부 홍씨. 개회사를 시작으로 교장선생님 훈화, 지역 국회의원 축사, 국민체조로 이어지는 운동회 식순을 지켜보다 새삼 의문이 들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배운 국민체조를 내 아들도 하네?'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국민체조가 처음 제정돼 전국에 보급된 때가 1977년 3월.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남녀노소 모두 손쉽고 즐겁게 따라 할 수 있고, 전국에 보급·생활화 하여 국민체위를 향상, 새마을 운동에 기여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색안경을 쓰고 볼라치면 근대화, 유신체제, 집단주의 산물이라고 분류될 수 있는 이 구식체조가 '신인류'라 불리는 21세기 아이들에게까지 33년째 대물림되고 있는 셈이다. 비결이 뭘까?- ▲ 1977년 3월 12일자 조선일보 8면에‘국민체조’요령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조선일보DB
유근림(78) 전 경희대 체육학과 교수의 대답은 간단하다. "쉽잖아요." 유 교수는 국민체조의 12가지 동작을 고안한 인물이자, '국민체조오~ 시이~작!'이라는 구령을 외친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 163㎝ 단신으로 체조선수 출신인 그는 "목소리는 그다지 좋지 않은데 녹음이 잘 된 덕분"이라며 웃었다.
유 교수가 꼽은 장수 비결은 또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추진력이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체조를 만들어보라고 직접 대한체육회에 지시하셨고,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기업들, 관공서에 퍼지도록 밀어붙였으니까요." 국민체조 이전에도 재건체조, 신세기체조라는 게 있었다. 1968년 신세기체조도 만들었던 유 교수는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서 대중화에 실패했다"고 자평했다.
배경음악도 국민체조의 성공 요인이다. 40대 중년들도 금세 기억해 흥얼거릴 수 있는 배경음악은 네티즌들 사이 '흘러간 명곡'이라 칭송받을 정도. 음악은 경희대 음대 교수였고 서울 시립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으며, '잘살아보세' '이기자 대한건아' 같은 건전가요들을 작곡한 김희조(작고)씨가 담당했다. 당시 보급과장을 맡았던 허창봉 대한체육회 90년사 편찬위원은 "배경음악이 든 테이프를 전국 학교와 직장에 보급하러 다녔는데 그만큼 방방곡곡에 울려퍼졌기 때문에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배경음악의 저작권은 작곡자의 장남인 김은기 연세대 교수에게 있다. 국제전화 00700의 CF음악으로 '국민체조' 음악을 편곡해 사용한 SK텔링크 컨슈머사업팀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국민체조 음악을 모르는 분들이 없어서 광고 효과가 매우 컸다"고 전했다.
유산소 운동은 부족한 미완성 체조
수십년간 해온 국민체조, 과연 운동 효과는 있는 것일까. 12가지 동작을 두 번 반복해도 숨이 차거나 힘들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도 적잖다. 전북대 고영호 교수는 "시대가 변했다고 사람의 신체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근육 이완, 관절의 가동범위를 넓히는 준비운동으로서는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일산백병원 양윤준 교수는 "준비운동으로서 충분히 도움이 되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누가 시켜서 하면 몰라도 동네 공원에서 자발적으로 이 체조를 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냐"는 얘기다. 서울아산병원 진영수 교수는 "목부터 발끝까지 체조의 기본은 다 들어 있지만 심장박동수를 올리는 유산소 운동 개념의 뛰기 동작이 부족한 게 흠"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국민체조를 대신할 '21세기형 웰빙체조'가 개발된 적도 있다. 1999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개발한 '새천년건강체조'는 국악 선율에 맞춰 태권도·탈춤에서 따온 18가지 동작을 하는 것으로, 에어로빅 수준의 운동강도를 지녔다. 하지만 퍼지지 못했다. 진영수 교수는 "좋은 체조였지만 가르치는 사람도 순서를 기억하기 힘들 만큼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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