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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대북정책 바꾸라’ 최후통첩 분석

‘대북정책 바꾸라’ 최후통첩 분석

이용욱기자
ㆍ경협·관광 중단으론 압박 한계 인식…서해상 충돌 우려

합동참모본부가 전군에 대북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한 가운데 18일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입구에 안개가 끼어 있다. 파주 | 서성일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악화일로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결국 군사적 대결국면으로까지 접어드는 양상이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17일 성명에서 “강력한 군사적 대응조치” “무자비한 섬멸적 징벌” 등의 표현을 써가며 ‘전면대결체제 진입’을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을 바꾸라”는 ‘최후통첩’을 한 것이 아니냐고 분석한다.

◇대남 압박 최고조로 올리나=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은 지난해 12월 군사분계선의 통행에 대한 엄격한 제한·차단을 골자로 하는 ‘12·1조치’를 발표하면서 “1차적 조치”라는 점을 강조, 추가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이번 발표는 ‘12·1조치’의 후속타로 받아들여지지만, ‘군사적 대결’까지 거론하는 등 예상보다 수위가 높다는 분석이다. 성명은 또 “조선 서해에는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이 아니라 오직 우리가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만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서해상에서의 ‘군사행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측은 군복 차림에 대좌 계급장을 단 총참모부 대변인이 조선중앙TV에 직접 출연해 강한 어조로 성명을 발표, 사안의 중대성을 부각시켰다. 우리 군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남한을 비롯해 대외 현황에 관해 직접 전면에 나서 입장을 표명한 것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3회에 불과하다. 게다가 북측은 외무성·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및 인민무력부 대변인 담화 등을 아나운서들이 낭독했지, 대변인이 직접 발표한 적이 거의 없다.

◇주목적은 남측의 대북정책 전환 촉구=김근식 경남대 정외과 교수는 “남쪽에 군사적 이야기를 함으로써, 대북정책에 대한 태도 전환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개성관광 중단, 개성공단 축소 등의 조치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으니까, ‘한 방’에 전환시키려는 나름의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실제 북한 총참모부 성명은 이명박 대통령을 “매국역적 리명박역도”라고 비난하면서 “북남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고 서슴없이 공언했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는 의연하면서도 유연하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했던 이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을 꼬집으면서 다시 한 번 태도 변화를 촉구한 셈이다.

한편으로 오는 3월8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이후 맞게 되는 ‘3기 김정일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목표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끊이지 않는 후계자설 등으로 이완될 수 있는 내부 단속용이란 시각이다. 남측의 경제위기 등을 감안한 고강도 압박이란 관측도 있다. 군사적 긴장이 결국 남측의 경제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북측이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앞으로 어떻게 할까=이번 성명의 ‘특별한’ 형식과 내용에 비춰 북측이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한 군부가 남북관계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인민군 총참모부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면적 대결체제’를 밝힌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견 외무성은 ‘대미관계’, 군부는 ‘대남관계’라는 역할 분담 차원에서 분석도 가능하지만, 이번 성명은 북측이 현 상황을 엄중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히고 있다. 게다가 남측 정부 당국은 이번 발표를 접한 뒤에도 “긴장 조성용인 만큼 말려들지 않겠다”면서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꿀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남측으로부터 ‘답변’이 없을 경우 북측으로서는 더욱 ‘행동’에 나설 공산이 커진다.

양무진 교수는 “서해상에서 미사일을 시험발사할 수도 있고,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무력충돌을 유도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했고,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서해상에서의 도발적 액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전면적 대결’ 상황보다는 긴장 고조를 위한 ‘군사 시위’ 정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는 북측이 대미관계 정상화 등을 의식하는 만큼 미국내 여론을 악화시키는 수준의 ‘극단적’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용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