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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신문을 모으는 노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몇달 전만 해도 6~7명은 눈에 띄었는데 요즘엔 한두명 정도로 줄었고 아예 없는 날도 있다. 예전에는 승객들이 지하철 선반에 신문을 놓기가 무섭게 노인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이곤 했다. 지금은 출근시간 내내 선반에 신문이 어지럽게 남겨져 있다.
지하철 신문 수거 노인들이 사라진 까닭은 그들이 이제 신문 폐지를 모아 팔지 않아도 될 만큼 먹고살기가 편해져서가 아니다. 최근 불경기로 폐지값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지하철 회사의 '규제'가 있은 후 노인들이 많이 줄었다.
지하철 회사들은 마대와 작은 손수레를 갖고 지하철로 들어가는 노인들을 막고 있다. 지하철 역마다 '다 읽으신 신문을 열차 선반에 버리지 마시고 게이트 옆 수거함에 넣어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다. 노인들이 열차에서 신문을 치워가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해버린 것이다. "폐지 수거 노인들 때문에 승객들이 불편해한다"(A지하철회사 홍보실 직원)는 게 이유였다.
덕분에 승객들의 출근길은 좀 쾌적해졌다. 노인들이 열차 안에서 승객을 툭툭 치고 지나가거나 열차 바닥에 앉은 채 승객들 길을 막고 폐지 쌓는 작업을 하는 광경도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노인들은 생계가 걸린 일자리를 잃었다. 하루 서너 시간 지하철에서 신문을 모아 팔아야 자장면 값도 안 되는 돈을 벌지만, 하루하루 먹고살기가 힘든 그들에겐 큰돈이다.
열차에서 '일하는 노인'이 승객에겐 짜증스러울 수 있다. 선반에서 신문을 꺼내려고 앉아 있는 승객들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가 하면, 승객들 머리에 신문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승객들은 그들이 일으키는 먼지를 마셔야 한다. 그들이 끌고가는 손수레 모서리가 승객의 다리를 할퀴기도 한다.
하지만 수년간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그런 노인들에게 불평하는 승객보다는, 그들의 삶을 안쓰러워하거나 때론 존중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자주 봤다. 젊은이들이 높은 선반에서 신문을 꺼내 할머니에게 건네주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시민은 이미 지하철에서 불편을 참으면서 '일하는 노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승객의 항의가 계기가 됐겠지만, 승객들 다수가 노인들을 불편해할 것이라 여기고 노인의 일자리를 차단하는 지하철 회사의 인식은, 불편을 감내하며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시민의 의식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지하철 회사가 생각만 바꾸면 어려운 노인들에게 적지 않은 일자리가 다시 생길 수 있다.
불황이 일자리를 삼키고 있다. 1월 중 일자리 10만개가 없어졌다. 정부는 올해 '20만개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예측기관들의 전망대로 성장률이 마이너스 4%대로 떨어지면 30만개 이상 일자리가 증발하게 된다. 경기침체가 악화되는 5·6월 이후가 되면 숱한 실직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각박해질 것이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신빈곤층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이, 정부 대책이 실직자나 어려운 이웃 모두에게 '빛'이 될 수는 없다.
지하철 승객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노인들을 보듬어 그들에게 일자리를 '허락'했듯이, 여유 있는 기업들이 조금씩 더 투자해 우리 사회의 체온을 1도만 높인다면 생각지도 않았던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지하철 신문 수거 노인들이 사라진 까닭은 그들이 이제 신문 폐지를 모아 팔지 않아도 될 만큼 먹고살기가 편해져서가 아니다. 최근 불경기로 폐지값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지하철 회사의 '규제'가 있은 후 노인들이 많이 줄었다.
지하철 회사들은 마대와 작은 손수레를 갖고 지하철로 들어가는 노인들을 막고 있다. 지하철 역마다 '다 읽으신 신문을 열차 선반에 버리지 마시고 게이트 옆 수거함에 넣어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다. 노인들이 열차에서 신문을 치워가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해버린 것이다. "폐지 수거 노인들 때문에 승객들이 불편해한다"(A지하철회사 홍보실 직원)는 게 이유였다.
덕분에 승객들의 출근길은 좀 쾌적해졌다. 노인들이 열차 안에서 승객을 툭툭 치고 지나가거나 열차 바닥에 앉은 채 승객들 길을 막고 폐지 쌓는 작업을 하는 광경도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노인들은 생계가 걸린 일자리를 잃었다. 하루 서너 시간 지하철에서 신문을 모아 팔아야 자장면 값도 안 되는 돈을 벌지만, 하루하루 먹고살기가 힘든 그들에겐 큰돈이다.
열차에서 '일하는 노인'이 승객에겐 짜증스러울 수 있다. 선반에서 신문을 꺼내려고 앉아 있는 승객들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가 하면, 승객들 머리에 신문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승객들은 그들이 일으키는 먼지를 마셔야 한다. 그들이 끌고가는 손수레 모서리가 승객의 다리를 할퀴기도 한다.
하지만 수년간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그런 노인들에게 불평하는 승객보다는, 그들의 삶을 안쓰러워하거나 때론 존중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자주 봤다. 젊은이들이 높은 선반에서 신문을 꺼내 할머니에게 건네주는 모습에 흐뭇해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시민은 이미 지하철에서 불편을 참으면서 '일하는 노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승객의 항의가 계기가 됐겠지만, 승객들 다수가 노인들을 불편해할 것이라 여기고 노인의 일자리를 차단하는 지하철 회사의 인식은, 불편을 감내하며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시민의 의식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지하철 회사가 생각만 바꾸면 어려운 노인들에게 적지 않은 일자리가 다시 생길 수 있다.
불황이 일자리를 삼키고 있다. 1월 중 일자리 10만개가 없어졌다. 정부는 올해 '20만개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예측기관들의 전망대로 성장률이 마이너스 4%대로 떨어지면 30만개 이상 일자리가 증발하게 된다. 경기침체가 악화되는 5·6월 이후가 되면 숱한 실직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각박해질 것이다.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신빈곤층을 보호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때 경험했듯이, 정부 대책이 실직자나 어려운 이웃 모두에게 '빛'이 될 수는 없다.
지하철 승객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노인들을 보듬어 그들에게 일자리를 '허락'했듯이, 여유 있는 기업들이 조금씩 더 투자해 우리 사회의 체온을 1도만 높인다면 생각지도 않았던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입력 : 2009.02.20 23:31 / 수정 : 2009.02.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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