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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태양을 삼켜라

SBS ‘태양을 삼켜라’ 제작자에게 듣는 뒷얘기

문주영기자 mooni@kyugnhyang.com
ㆍ“지자체 지원 받으려 ‘올인’ 작가 행세”
ㆍ40억대 초호화 저택 제주 관광명소로 개발
ㆍ사상 첫 ‘태양의 서커스’ 촬영은 다 ‘한류’ 덕

시청률 20% 이상의 ‘절대강자’ 없는 수목드라마 구도에서 SBS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가 나름의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3년 <올인>을 만들어낸 유철용 PD와 최완규 작가의 의기투합이라는 화제 속에 거친 남자들의 사랑과 야망,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태양의 서커스’ 최초 촬영과 아프리카 로케이션 등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얹어 마치 드라마 종합세트를 보여주는 것 같다.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 출연 중인 연기자 지성, 여호민, 유오성, 마동석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올인>과 비슷하다는 지적과 함께 15세 관람가를 무색하게 하는 선정성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작자이자 제작자인 뉴포트픽쳐스의 강철화 대표를 통해 드라마와 관련된 궁금증을 들어봤다.

# <올인> 후속작인가

남루한 출생의 거친 남자와 그를 사랑하게 되는 순수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돈으로 뺏고 싶어하는 남자 등 작품 속 얽힌 인물 구도는 <올인>과 흡사하다. 연출자와 작가도 같아 화면의 분위기와 캐릭터의 특성도 비슷하고 교도소, 깡패, 도박 등 극중 여러 요소들도 <올인>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무명작가이다 보니 ‘올인2’라고 강조한 측면이 있다”고 수긍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을 <올인>의 최완규 작가라고 속여 당시 김형수 서귀포시장을 만나 드라마 지원을 얻어내기도 했다. 무명 제작사로서 <올인>의 후광을 어느 정도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대표는 “도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올인>과 달리 <태양을 삼켜라>는 국토건설단, 5·16 도로 등 역사적 사실에 기초를 두고 제주 민초들의 삶을 그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해외 로케이션 장면이 끝나는 12회 이후부터는 이 같은 내용이 본격 펼쳐진다”고 말했다.

# 한류가 ‘태양의 서커스’ 유치했다?

6·7회에 나온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쇼인 ‘오’와 ‘카’는 세계적인 공연회사 ‘태양의 서커스’의 대표작들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도 공개되지 않은 터라 유치 배경에 궁금증이 쏠렸다. 강 대표는 ‘한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태양의 서커스’ 측은 촬영을 거부했다.

40억원 이상이 투입된 제주 위미리 세트장


그러나 일본 지사를 통해 유철용 감독의 전작인 <올인> <슬픈연가> 등이 일본 등 아시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답변을 듣게 되고, 또 대한항공의 라스베이거스 직항, 아시아 시장 확대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 끝에 승낙했다는 것.

1주일에 걸쳐 ‘태양의 서커스’ 촬영을 했고, 특히 ‘오’ 쇼가 운영되는 벨라지오 호텔에선 촬영팀을 위해 분수쇼를 하루종일 특별 운영했다는 후문이다.

# 40억짜리 초호화 세트장

얼마전 극중 장민호 회장(전광렬 분)의 대저택이 실제로 40억원 이상이 투입된 세트장으로 밝혀졌다. 이는 제주도 앵커호텔을 소유한 (주)히든포트의 투자와 서귀포시의 지원 아래 남원읍 위미리에 건설됐다. 건물의 연면적만 9900㎡, 정원은 3만3000㎡에 이르며 내부에도 초호화 자재와 가구 등으로 채워 눈길을 끌었다.

향후 세트장 활용 방안에 대해선 서귀포시와 (주)히든포트, SBS 등이 추후 협의하기로 한 가운데 (주)히든포트는 세트장과 앵커호텔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을 삼켜라>는 이 세트장 외에도 68곳에 이르는 서귀포 곳곳을 카메라에 담는다.

# 소설과 드라마의 동시 마케팅 본격화

<태양을 삼켜라>는 드라마 시작과 함께 원작소설이 출간됐다. 이 소설은 문학성을 추구한 ‘순수소설’이라기보다는 드라마 제작을 염두에 둔 ‘드라마 소설’이다. 지금까지는 <동의보감> <바람의 화원> <달콤한 나의 도시> 등 기존의 유명 소설을 각색해 드라마화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강 대표는 “드라마화하기 좋은 원작이 있으면 아무래도 드라마 작가들이 대본을 쓰는 데 수월하고 방송사나 제작사도 드라마 제작 전 원작을 통해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SBS의 김영섭 책임프로듀서는 “기존 소설들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특성이 있어 드라마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드라마 소설은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이라 제작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SBS가 오는 하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 <제중원>(가제) 역시 드라마 소설을 먼저 발간했다.

<문주영기자 mooni@kyugn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