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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추적기술은 수준급

나로호, 실망 앞서 얻은 것도 많다

입력 : 2009.08.27 03:21 / 수정 : 2009.08.27 04:32

한국 우주개발 어떻게
발사체 추적기술은 수준급 2단고체엔진도 제대로 작동…

우주개발, 국책과제 육성해야

나로호가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얻은 성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진은 나로호 발사를 준비하면서 일부 분야는 선진국을 넘어서는 기술을 축적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의 성과를 짚어보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는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은 정확하게 작동된 발사체 추적 기술이다. 이번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원격 발사체 추적시스템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한 비행궤적뿐 아니라, 초속 수㎞로 비행하는 나로호의 속도,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로호가 비행하면서 자신의 속도, 방향 정보 등을 무선통신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최규홍 교수는 "우주강국인 프랑스·러시아도 레이더를 사용해 발사체의 궤적만을 추적할 뿐이지 우리처럼 무선통신을 활용해 발사체의 속도, 위치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일종의 신형 우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해 입증해 보인 셈이다. 최 교수는 "러시아가 오히려 우리의 발사체 추적 기술을 사겠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전까지 KAIST 인공위성센터는 나로호에 탑재된‘과학기술위성2호’와 교신을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과학기술위성2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 소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신 시도를 중단했다./대전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또 하나 우리가 위안 삼을 수 있는 것은 나로호의 2단 고체엔진이 발사 초기 제대로 작동했다는 사실이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권세진 교수는 "항우연에 주어진 예산이 일본·인도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단 고체 엔진이 이 정도 작동한 것만 해도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처음 나로호 개발을 시작하던 2001년에 비하면 이는 큰 발전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것. 발사체, 우주센터, 추적 시스템 중 이제 발사체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물론 발사체 기술이 가장 중요하고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우주 강국에 진입하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2018년 우리 기술로 완전히 자체 제작한 나로 2호가 발사될 예정인데, 그전까지 지속적인 발사 시험을 거듭하며 기술을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규홍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해외 협력 없이 홀로 가서는 안 되고 반드시 기존 우주강국들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나로 2호의 발사 이전에 규모를 줄인 다른 로켓 발사가 먼저 수차례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기술 검증 및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주 개발을 지원할 행정기구를 설립할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권세진 교수는 "이번 발사로 우주 개발을 전략적인 국책 과제로 육성해야 한다"며 "정부 기구로 우주 개발의 책임을 맡고 지원할 우주청 설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김승조 교수 역시 "현재 우주 개발을 총괄하는 정부 조직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일개 과에 불과하다"며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처럼 우리도 최고 통수권자에게 직접 보고가 가능한 우주청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와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에 실려 우주로 쏘아 올려진 ‘과학기술위성 2호’에 대한 첫 교신이 목표궤도 진입 실패로 무산됐다. 과학위성이 소명한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는 위치 추적을 중단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