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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뿌리

[한자이야기]<57>假·暇·霞·蝦

[한자이야기]<57>假·暇·霞·蝦



‘假(가)·暇(가)·霞(하)·蝦(하)’에는 모두 ‘B(가)’자가 들어가 있다.

‘B’는 ‘빌리다’라는 뜻이다. 빌리는 행위는 왜 일어나는가? 이는 자기에게 무엇인가 부족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그것을 ‘빈틈, 틈’이라고 할 수 있다. ‘B’는 실제로 이러한 ‘빈틈, 틈’을 메우기 위하여 남에게서 ‘빌려 오는 행위’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B’가 들어가 있는 한자는 모두 ‘빈틈, 틈’과 관련이 있다.

‘假’는 ‘인(사람 인)’과 ‘B’가 합쳐진 글자이다. 그러므로 이 한자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빈틈이 있는 것’을 가리킨다. 물질적으로 빈틈이 있으면 타인에게서 빌려 와야 한다. 그러므로 ‘假’에는 ‘빌리다’라는 뜻이 있다. 빌려 온 것은 진정한 나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假’에는 또한 ‘거짓, 가짜’라는 뜻도 생기게 되었다.

‘暇’는 ‘日(날 일)’과 ‘B’가 합쳐진 글자이다. ‘日’은 ‘하루, 태양’을 가리키지만 여기에서 출발하여 ‘시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따라서 ‘暇’는 ‘틈이 있는 시간’을 나타낸다. 따라서 ‘暇’는 ‘겨를, 틈’이라는 뜻을 가지며, 여기에서 출발하여 ‘느긋하게 지내다, 여유 있게 지내다’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霞’는 ‘雨(비 우)’와 ‘B’가 합쳐진 글자이다. 따라서 ‘霞’는 ‘비가 내린 후와 날이 완전히 맑아지는 틈’을 나타낸다. 무지개는 비가 내린 뒤, 공기 중에 미세한 빗방울이 유지된 상태에서 햇빛이 비치는 경우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霞’는 ‘무지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무지개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에 나타난다. 그런데 비가 온 후의 노을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에 나타난다. 따라서 ‘霞’에는 ‘노을’이라는 뜻도 생기게 되었다.

‘蝦’는 ‘(충,훼)(벌레 충)’과 ‘B’가 합쳐진 글자이다. 따라서 ‘蝦’는 ‘틈이 있는 벌레’를 나타낸다. 새우의 등을 보면 틈이 나 있다. 따라서 ‘蝦’는 ‘새우’를 가리킨다. ‘蝦’에는 ‘두꺼비’라는 뜻도 있는데, 이는 두꺼비의 온몸이 우둘투둘하여 온몸이 틈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