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번째 얘기 <가난한 엄마의 모성애>
한달에 한 번씩 이발을 하러 인천에서 빈민선교를 하는 조그만 교회에 갑니다.
교회 자체도 작고 신도들도 적어 여러 가지로 힘들겠지만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젊은 목사부부는 열심히 지역을 위해 목회 및 여러 가지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근처의 15명 내외의 80세 전후의 노인들을 위한 점심 무료급식입니다. 재정상태가 어려워 외부 지원에 의해 근근히 준비하다 보니 따로 사람도 못쓰고 목사부부가 직접 모든 음식을 준비하고 상을 차립니다.
내가 이발을 가는 날은 목사님이 머리카락 청소등을 하며 내 보조를 하기에 사모님 혼자서 모든 음식 준비를 합니다.
교회 근처에 적당한 음식점도 없고 시간도 절약하기 위해 계면쩍지만 한달에 한번씩 후원금을 내는 것을 자위하며 나도 노인들 틈에 끼여 점심을 먹습니다.
그런데 그 노인들 틈에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어주머니 한사람도 점심을 같이 먹습니다. 원칙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 무료급식을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얘기에 의하면 이 아주머니는 50세 초반으로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재혼하여 지금의 남편과의 사이에서 얻은 초등생인 늦둥이 아들과 함께 산다고 합니다.
지난날의 어려움탓인지 사회성이 많이 결여되어 주위에서 알선해주는 공공근로등의 일에도 적응을 못하고 헌 신문지 상자등의 폐지를 주워서 팔아 생활을 하는데 남편의 도박중독 때문에 아주 어렵게 생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료급식 대상나이는 안되지만 모두들 이 아주머니의 식사를 묵인해 준다고 합니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교회의 사무실로 쓰는 작은방에 모여 특식으로 나온 카레라이스를 먹는 도중에 꾀재재하고 남루한 차림의 그 아주머니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먹던 밥을 비닐봉지에 싸는거였습니다. 내가 의아해 하며 물으니 아들을 주려고 싼다는거였습니다. 평소에 아주머니는 폐지수집을 하는라 많이 움직이는 탓인지 적지 않은 양의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비닐봉지에 밥을 담으며 방바닥에 흘러내린 국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입에 넣을 정도로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자신은 먹지 않고 아들을 준다고 싸는 것을 보니 아마도 먹을거리가 변변치 않은 살림에 잘 먹이지 못한 아들 생각에 특식으로 나온 카레라이스를 보고는 갖다 먹이려는 엄마로서의 사랑이 발동했다고 생각하니, 방바닥의 국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입에 넣는 아주머니의 행동이 추하다거나 경망스럽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고, 그저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07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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